중국 20차 당대회

“시진핑 독재 반대” 조용하게 벌어지는 중국 낙서 시위

박은하 기자

‘쓰퉁차오 시위 문구’ 전국 곳곳 발견

낙서·벽보…조용하게 분출하는 분노

시진핑에 대한 비판을 담은 벽보. 장소불명/단전매 공개

시진핑에 대한 비판을 담은 벽보. 장소불명/단전매 공개

“반독재, 반핵산” “자유, 선거, 존엄을 요구한다” “중국을 구하라” “창장(長江)과 황허(黃河)는 거꾸로 흐르지 않을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장기집권을 굳힐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가 시작된 이후 베이징, 상하이 등지에서 발견된 글귀이다. 중국 당국이 이 같은 이미지가 온라인에서 확산되는 것을 막고 있지만 ‘시진핑 체제’에 대한 반감을 담은 낙서나 벽보 등이 중국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홍콩 독립매체 단전매에 따르면 베이징 중국영화기록관 아트시네마 남자 화장실에서는 지난 15일 검은색 페인트로 쓴 “반독재 반핵산”이라는 커다란 낙서가 발견됐다. 반핵산은 코로나19 검사 반대를 말한다. 화장실 벽에는 “자유, 선거, 존엄을 요구한다” “보통선거 만세, 투표로 정권을 창출하고 1인1표로 주석을 선출하라”는 글귀가 적힌 벽보가 발견됐다.

베이징 중국영화기록관 아트시네마 남자 화장실에 지난 15일 검은색 페인트로 쓴 낙서. “반독재 반핵산”이라는 뜻으로 독재와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반감을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베이징 중국영화기록관 아트시네마 남자 화장실에 지난 15일 검은색 페인트로 쓴 낙서. “반독재 반핵산”이라는 뜻으로 독재와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반감을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온라인에서는 상하이에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흰 벽에 붉은 글씨로 적힌 낙서 사진이 올라왔다. “핵산 말고 밥이 필요하다. 거짓말 말고 자존심이 필요하다. 문화혁명 말고 개혁이 필요하다. 영수(領袖) 말고 선거권을 요구한다. 노비 말고 공민이 돼야 한다.” 지난 13일 베이징 하이뎬구(海淀區)에 있는 고가도로인 쓰퉁차오(四通橋)에 내걸린 현수막에 적힌 글귀다. 상하이에서 며칠 뒤 발견된 낙서에는 쓰퉁차오 현수막 글귀에 더해 “창장과 황허는 거꾸로 흐르지 않을 것이다”는 문구가 더해졌다.

지난 13일 현수막 시위 관련해 중국 당국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대응하고 있다. 공안이 즉시 현수막을 뗐고 관련자 체포 관련 뉴스도 나오지 않고 있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4일 정례 브리핑에서 해당 시위에 대한 논평을 요구받자 “관련 사항을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중국 검열 당국은 현수막 이미지를 올린 중국 소셜미디어(SNS) 위챗 게시물 수백개를 삭제하고 일부 계정은 영구 정지했다. ‘쓰퉁차오’, ‘베이징 현수막’, ‘나는 봤다’ 등의 검색어도 금지어로 등록했다.

상하이에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

상하이에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

이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현수막 시위 소식은 알음알음 퍼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안의 한 자전거 대여소에는 “시진핑, 네 아버지는 네가 여기서 하차하길 원한다”고 적힌 팸플릿이 발견됐다. 시 주석의 아버지 시중쉰(习仲勋)은 중국 공산당의 8대 원로 중 한 명으로 개혁·개방 시기 선전 경제특구를 고안한 인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선전, 홍콩 등에서도 쓰퉁차오 현수막 문구나 시 주석에 대한 비판을 담은 문구가 발견되고 있다고 단전매는 전했다.

해외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쓰퉁차오 표어를 공유하고 있다. 미국 시카고대에서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분필로 쓰퉁차오 표어를 길바닥에 쓰고 “시진핑 퇴진, FxxK off”라고 적은 사진이 발견됐다. 영국 런던 킹스칼리지에서는 “독재자 퇴진”이라고 적힌 포스터가 붙었다. 서울 경희대 근처에서도 쓰퉁차오 문구를 인쇄한 벽보가 발견됐다. 해당 사진들은 주로 중국인 유학생들로 추정되는 이들이 사진에 위치를 표시해 레딧, 트위터 등에 올리면서 퍼지고 있다.

하남석 서울시립대 교수는 “공산당의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공산당 자체에 대한 반대는 어렵다. 중국에서 ‘시진핑 독재 타도’를 주장하는 의견 자체는 소수일 것”이라면서도 “올해 초 상하이 봉쇄 이후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반감이 광범위하게 확산됐다. 조직화는 어렵지만 산발적 저항들은 계속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3일 베이징 쓰퉁차오 현수막 시위

13일 베이징 쓰퉁차오 현수막 시위

서울 경희대 근처 전봇대에 붙은 벽보

서울 경희대 근처 전봇대에 붙은 벽보

시안 자전거 대여소에 놓여진 시진핑 비판 표어

시안 자전거 대여소에 놓여진 시진핑 비판 표어

시진핑 비판 포스터. 해외 대학 추정

시진핑 비판 포스터. 해외 대학 추정

시카고 대학 길바닥의 분필 낙서

시카고 대학 길바닥의 분필 낙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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