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아버지 어록 공유하며 풍자…검열 피하려 고군분투하는 중국 네티즌

박은하 기자

시중쉰 ·마오쩌둥 말로 정부 비판

검열 피하는 기발한 표현 쏟아져

들끓는 분노 속 유혈진압 우려도

베이징에서 28일(현지시간) 열린 제로 코로나 반대 백지 시위 /로이터연합뉴스

베이징에서 28일(현지시간) 열린 제로 코로나 반대 백지 시위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당국의 감시를 받는 소셜미디어에서 정부와 당 간부들을 비판하는 문구나 영상 등의 게시물은 빠르면 몇 초, 길어도 몇 시간 만에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국 전역에서 제로 코로나 반대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온라인 검열에 이골이 난 중국 네티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당국이 걸러내기 힘든 풍자와 비판 메시지를 올리고 있다.

“인민은 말할 수 있어야 한다”

- 시중쉰 전 중국 국무원 서기장

중국 네티즌들이 채택한 대표적 방법은 삭제될 가능성이 적은 국가 지도자들의 연설이나 명언을 인용하는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아버지 시중쉰(習仲勳) 전 국무원 서기장의 연설에 등장하는 “인민은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구절이 대표적이다.

중국에서 ‘8대 원로’라고 불리는 시중쉰은 1974년 리이저(李一哲)라는 사람이 대자보로 문화대혁명을 비판했을 때 “인민 대중의 말이 틀려도 상관없다. 사회주의 사업에 도움이 되는 한 귀에 감기는 말이든 거슬리는 말이든 모두 들어야 한다”며 “ 두려워해야 할 것은 인민의 말을 듣지 못하는 것이며 혁명 정당이 가장 두려워할 일은 쥐 죽은 듯한 고요함”이라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아버지 시중쉰의 어록과 약력을 공유하는 네티즌. 웨이보에서는 최근 올라온 시중쉰 관련 게시물이 삭제됐다. / 트위터 캡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아버지 시중쉰의 어록과 약력을 공유하는 네티즌. 웨이보에서는 최근 올라온 시중쉰 관련 게시물이 삭제됐다. / 트위터 캡처

마오쩌둥(毛澤東)이 말한 “하나의 불꽃이 들판을 태울 수 있다”는 구절을 공유하는 것도 당국에 대한 분노를 드러내는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위구르 인권 문제와 관련해 외신을 향해 “사실과 다른 보도를 한다”며 질책한 영상도 코로나19와 관련해 당국이 거짓말만 한다는 의미로 널리 공유됐다. 물리학에서 사용되는 프리드만 방정식을 내세운 시위도 등장했다. 프리드만이 자유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 ‘프리덤’과 발음이 비슷한 것에서 착안했다.

“좋아, 좋아, 좋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등 긍정적인 의미를 담은 단어를 반복적으로 온라인에 올리는 것도 검열을 피하면서 풍자하는 수법으로 사용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평소에도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비판에 사용되던 이런 표현은 지난 주말 우루무치 화재 사고 영상이 공유되자 사용 빈도가 최고조에 달했다.

이 같은 반어법 풍자 게시물은 28일 기준 시중쉰의 연설과 함께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삭제됐으며 트위터 등 외국 소셜 미디어에서 공유되고 있다.

반어적 의미로 “좋다(好)”는 구절을 반복적으로 적은 트위터 게시물. 웨이보에서는 이 같은 구절은 삭제됐다.

반어적 의미로 “좋다(好)”는 구절을 반복적으로 적은 트위터 게시물. 웨이보에서는 이 같은 구절은 삭제됐다.

당국의 검열을 뚫기 위한 시민들의 이 같은 온·오프라인 시위는 세계적 이목을 끌었지만 강경 진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중국 온라인에서 삭제되는 시위 게시물을 저장하는 트위터 계정 @china_protest의 운영자는 “오늘 2022년 11월28일 전 세계의 모든 언론과 뉴스 사이트의 메인 헤드라인이 중국의 항의 사건이었다”며 “노예의 억압을 달가워하지 않는 중국 인민 전체의 승리였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도 “개인적으로는 1989년 6월4일(톈안먼 사건 발생일)보다 비관적”이라고 말했다. 1989년에는 당 핵심에 자오쯔양 등 학생 시위대에게 우호적인 정치인도 있었고 국영 CCTV가 시위 현장을 중계했지만, 오늘날에는 인터넷이 전면 봉쇄돼 있고 당 정치국과 군사위원회도 시 주석 측근 일색이기 때문이다.

그는 “무장 경찰이 배치되면 전국적으로 대규모 활동이 거의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며 시위대에게 ‘시진핑 퇴진’ 등의 유혈진압을 초래할 수 있는 구호보다는 ‘제로 코로나 반대’ 등의 구호를 사용할 것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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