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국 석유 공급 안전장치 얻어낸 중국

정원식 기자

사우디 순방 마친 시진핑

에너지 거래 위안화 결제
사우디와 38조원 경제 협력
에너지 수입 다변화 등 추진
유사 시 수입 제약 불안 해소

‘대만 독립 반대’ 확인 등
아랍권 정상들 지지 얻어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3박4일간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을 마치고 지난 10일 귀국했다. 시 주석은 순방 중 걸프 지역 아랍 국가 정상들에게 가스 및 석유 수입에 대한 위안화 결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된 틈을 파고들어 달러 패권에 균열을 내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11일 중국 외교부 발표와 외신 보도 등을 종합하면, 시 주석은 7~10일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과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만난 데 이어 이집트·카타르·튀지니·예멘·모로코 등 아랍권 17개국과 정상회담을 했다.

2016년 1월 이후 거의 7년 만에 이뤄진 이번 사우디 방문을 계기로 시 주석은 최근 미국과 틈이 벌어진 중동의 맹주 사우디와의 관계를 공고히 했다. 두 나라는 이번에 그린수소, 태양광, 건설, 정보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총 1100억리알(약 38조6000억원) 규모의 경제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협정에는 미국 제재를 받는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가 사우디에 클라우드와 초고속 인터넷 단지를 건설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시 주석은 이번 방문에서 향후 3~5년간 석유 및 가스 수입에 대한 위안화 결제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지난 9일 중국·걸프 아랍국가협력위원회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중국은 걸프협력회의(사우디·UAE·쿠웨이트·카타르·오만·바레인) 국가들로부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수입을 계속 확대하고 석유 및 가스 개발, 청정 저탄소 에너지 기술 협력을 강화해 위안화를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는 1974년 석유 파동 이후 달러로만 석유를 거래하는 대신 미국이 안보를 보장해주는 ‘페트로 달러’ 시스템을 유지해왔다. 석유와 가스에 대한 위안화 결제 추진은 이 같은 달러 패권에 균열을 내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또 대만 유사시 서방이 중국에 대한 에너지 공급을 제약하는 상황에 대비해 안정적인 공급원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로이터통신은 사우디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중국산 수입 제품에 대한 대금 지급을 위해 소량의 석유 수출분을 위안화로 결제하겠다는 것은 납득할 만하지만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사우디 전문가 알리 시하비는 CNN에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중국이 사우디 석유 최대 고객으로 (사우디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우디의 달러 결제 포기는 궁극적으로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랍권 정상들도 중국과의 협력 강화에 호의적이다. 9일 중국·아랍정상회의 결과 발표된 ‘리야드 선언’에서 아랍 국가들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지지와 대만 독립 반대를 확인했다. 대니 러셀 전 미 국무부 차관보는 뉴욕타임스에 “(이번 방문을 통해) 시 주석은 아랍권에 미국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 외교전문매체 디플로맷은 10일 “사우디는 안보를 전적으로 미국에 의존하고 있고 미국의 중동 전략은 사우디와의 긴밀한 관계에 달려 있다”면서 “최근 사우디와 중국의 관계가 깊어지고 있지만 중국이 미국을 대신해 사우디의 가장 중요한 동맹의 지위를 차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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