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안먼 시위 상징 왕단 성추행 의혹 파문…피해자 “9년 참다 기자회견”

박은하 기자
정치인 보좌관이었던 리모씨(가운데 모자이크 처리)가 4일 기자회견으로 중국 민주화 운동가 왕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히고 있다./중천신문 방송화면

정치인 보좌관이었던 리모씨(가운데 모자이크 처리)가 4일 기자회견으로 중국 민주화 운동가 왕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히고 있다./중천신문 방송화면

최근 대만에서 집권 민진당 인사들의 성추행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1989년 톈안먼 광장 학생 시위의 주역인 왕단(王丹) 역시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폭로가 나왔다.

대만매체 중국시보 등에 따르면 린량쥔 타이베이 시의원의 보좌관이었던 남성 리모씨는 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2014년 6월 미국에서 왕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리씨는 왕단의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해 그가 잡아준 호텔에서 머물렀으며 이때 왕단이 보좌진들이 떠나고 나자 강제로 입을 맞추며 성폭행을 시도하려 했다고 말했다.

리씨는 앞서 지난 2일 페이스북에서 “9년을 참아온 끝에 왕단의 성폭행 미수 행위를 고발하기로 했다”며 같은 내용의 피해 사실을 공개했다. 왕단은 즉각 페이스북에 반박 글을 올려 리씨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고 이어 “6·4 톈안먼 사태 34주년을 앞둔 시점에 이런 글을 올린 것만으로도 그의 의도가 무엇인지 이미 설명된 것”이라고 밝혔다. 왕단이 리씨의 폭로 내용을 전면 부인하자 리씨가 다시 공개 기자회견에 나선 것이다.

리씨는 “오랫동안 이 사실을 대중에게 알리고 싶었지만 과거에는 심신의 상태가 안정되지 않아 공개하지 못했고, 왕단의 강력한 힘과 명성 때문에 정치권이나 학계에서 탄압을 받을 수 있어 두렵다”고 말했다. 리씨는 왕단의 성추행 증거를 갖고 있으며 오는 6일 이전에 공개적으로 사과하지 않으면 고소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왕단은 1989년 6·4 톈안먼 사태 당시 베이징대 역사학과 학생으로 민주화 시위를 주도했다. 7년간 수감 생활을 하다 1998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가석방돼 미국으로 망명했다. 하버드대에서 동아시아 역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미국과 대만을 오가며 중국의 민주주의를 촉구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국 당국이 백지시위를 유혈진압하면 정권이 붕괴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만 언론들은 최근 민진당에서 여러 건의 성폭력 고발이 있었다며 왕단의 성추행 의혹 고발도 민진당 인사들의 안이한 성 의식의 연장선에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고발에 따르면 민진당 전 당원과 인턴 등 현재까지 파악된 당내 성폭력 피해자는 8명에 달한다. 민진당 수뇌부는 당내 성폭력 의혹을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민진당 전 의원이었던 유잉룽 대만여론재단 이사장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자유, 민주주의, 인권, 모든 진보적 가치를 내세우는 정당이 그토록 많은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을 내부에 숨기고 있었다”면서 “성희롱 사건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으면 고학력 및 중산층, 여성 유권자가 떠날 것이며 이는 내년 1월 열릴 총통·입법원 선거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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