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청명절 ‘저승용 지폐’ 태우기는 봉건 미신?…시 당국 조치에 논란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중국 청명절에 사용되는 제사용 가짜 지폐.  ‘명화지폐(冥???)’ 라고도 불린다.

중국 청명절에 사용되는 제사용 가짜 지폐. ‘명화지폐(冥???)’ 라고도 불린다.

봉건 미신인가 전통문화인가.

중국 전통명절인 청명절을 앞두고 한 지방 도시에서 제사와 장례에 사용하는 가짜 지폐인 ‘명화지폐(冥币纸钱)’ 제조를 금지해 논란이 되고 있다.

29일 양광망, 중국중앙(CC)TV 등에 따르면 장쑤성 난퉁시는 지난 26일 보도자료를 내고 “시 전역에서 어떤 단체나 개인도 명화지폐를 비롯한 봉건 미신 장례용품을 제조·판매하는 것을 금지한다”한다고 밝혔다. 이를 어길 경우 제조 ·판매가의 1배 이상 3배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난퉁시 당국은 “장례 문화를 개혁해 문명화된 제사를 이끌고 도시 환경을 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청명절은 음력 24절기 중 하나로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고 성묘하는 날로 통한다. 올해 청명절은 4월 4일이다. 중국에서는 장례를 치르거나 제사를 지낼 때 조상이 저승에서 쓸 돈을 보낸다는 의미로 지폐를 태우는 풍습이 있다. 위진남북조 시대 불교가 전래되면서 화장 문화와 함께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는 풍습이다.

이 풍습은 현재까지 이어져 사람들은 현대 화폐를 본뜬 ‘가짜 지폐’를 만들어 태우곤 했다. 제사용 가짜 지폐에는 옥황상제나 염라대왕의 서명이 있으며 “명통(冥通)은행” 또는 “명도(冥都)은행 발행”이라고 기재돼 있다. 지폐 인물로는 석가모니, 염라대왕, 용 등이 있으며 존 F 케네디, 매릴린 먼로 등 현대 미국의 유명 인물이 등장하기도 한다.

미국 달러화를 본떴거나 신용카드 모양을 본떠 VISA(비자)라고 적힌 지폐도 있다. 마오쩌둥 초상화가 그려져 있는 위안화를 본뜬 지폐도 이전에는 활용됐지만 중국 당국은 2019년부터 위안화 디자인을 본뜬 가짜 지폐 제조를 금지했다.

제사용 지폐 액면가는 수만 위안에서 수억 위안에까지 이른다. 저승에서 소매치기당하지 않도록 끈으로 단단하게 묶어서 태우는 것이 일반적이다. 타오바오 등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제사용 지폐를 다발로 묶어 판매한다.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난퉁시가 이러한 시중 제사용 지폐를 모두 봉건 미신 장례용품으로 규정하자 불만 여론이 폭발하고 있다. 난퉁시는 제사용 지폐의 제조를 금지했지 사용까지 금지한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제사를 봉건 미신으로 규정한 것에 대한 반발이 나온다.

난퉁시장에서 제사용 지폐를 제조하는 한 상인은 “공고가 시행되면 많은 이들이 실직하게 된다”며 “청명절에 조상 제사를 지내는 것은 우리 중국인에게 특히 중요한 일이다. 일률적 금지는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양광망이 전했다.

한 네티즌은 온라인에서 “지난해 청명절 돌아가신 할머니께 보낼 지폐를 묶으면서 가족들끼리 할머니 살아계실 때 얘기를 많이 했는데 봉건적이라는 느낌이 아니라 그리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는 “청명절에 제사를 지내는 것은 1100년 넘은 전통이지 때려잡아야 할 봉건 미신이 아니다”, “종이를 태우면 미신이고 서양식으로 꽃을 바치면 미신이 아닌가” 등의 의견도 볼 수 있다.

사회주의 모범의 ‘아름다운 농촌’ 만들기를 추진하고 있는 중국 지방 정부는 몇 년 전부터 제사문화 개혁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난퉁뿐 아니라 톈진, 선양 등 다른 중국 도시에서도 청명절 지폐 소각 금지 조처를 내린 바 있다. 다른 지방 정부도 청명절에 전통적 제사를 꽃을 바치는 형태로 대체하는 것을 권하고 있다.

당국은 ‘봉건 미신’이란 이유 외에도 ‘탈탄소 친환경’도 장례 문화를 바꿔야 할 이유로 들고 있다. 농촌에서 지폐를 태우다 산불이 발생하는 일도 종종 보고된다. 난퉁시도 이번 조처의 근거로 ‘중국 대기오염 방지법’과 ‘장례 관리 조례’를 들었다.

하지만 청명절 제사용 지폐 태우기 풍습을 ‘봉건 미신’으로 규정한 것에 대한 강력한 반발에서 당국과 중국 농촌 사람들 간에 큰 인식 차이가 발견된다고 중국 매체들은 전했다.


Today`s HOT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