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NO·반이민 YES”…독일 좌파 새 시도, 극우정당 대응책 될까

최민지 기자
독일의 새로운 정치 운동 ‘아우프슈테헨’을 만든 자라 바겐크네히트 좌파당 공동 원내대표(가운데)가 공동 창립자들과 함께 4일 베를린에서 열린 출범 기자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베를린|EPA연합뉴스

독일의 새로운 정치 운동 ‘아우프슈테헨’을 만든 자라 바겐크네히트 좌파당 공동 원내대표(가운데)가 공동 창립자들과 함께 4일 베를린에서 열린 출범 기자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베를린|EPA연합뉴스

독일 좌파 진영의 주도 아래 좌우파의 입장을 결합한 새로운 정치 운동 ‘아우프슈테헨(일어나라)’이 출범했다. 이민 규제와 신자유주의 배격 등을 통해 최근 세력을 키워가고 있는 극우정당에 맞서 전통 좌파 지지층인 노동자와 저소득층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진영 내 다툼만 일으켜 결국 좌파 세력 분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슈피겔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독일 좌파당의 공동 원내대표 자라 바겐크네히트(49)는 4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운동의 시작을 알렸다. 바겐크네히트는 “현재 독일이 경험하고 있는 것은 민주주의의 견고한 위기다. 독일 국민들은 더 이상 우리 정치와 정부가 자신을 대표하지 못한다고 느낀다”며 출범의 배경을 설명했다.

아우프슈테헨는 좌우파 세력의 전통적 정치 스탠스를 고루 갖고 있다. 복지 축소와 공공부문 민영화 등 메르켈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비판하면서도 이민자 수용에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경제적 이유로 넘어오는 이민자 증가로 노동자 계층의 일자리와 복지 서비스의 질이 떨어졌다고 주장한다. 단 정치적 망명 등은 허용하고 노골적인 이슬람 혐오 구호를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극우 정당과 거리를 뒀다.

아우프슈테헨의 등장 뒤에는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돌풍이 있다. AfD는 지난해 9월 총선에서 반이민 정서를 등에 업고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의회에 진출했다. 2015년 난민 사태 이후 메르켈 정부의 이민 정책에 대한 불만이 쌓인 결과였다.

극우 정당의 약진으로 좌파 정당들이 받은 타격은 컸다. 이들의 주요 지지층인 저소득층, 노동자 계층이 AfD로 넘어갔다. 특히 옛 동독 지역을 지지 기반으로 하고 있었던 바겐크네히트의 좌파당은 설 자리가 점차 좁아졌다. 좌파당이 AfD에 빼앗긴 유권자는 약 4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AfD 주도로 대규모 극우 반이민 집회가 벌어진 작센주 켐니츠도 전통적으로 좌파정당들이 강세를 보인 곳이었다. 결국 극우정당에 맞서 설 자리를 찾기 위한 자구책인 것이다.

바겐크네히트는 운동의 목적이 새로운 정당의 창당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녹색당, 사민당 등 분열된 좌파 세력을 통합해 힘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사민당과 녹색당 소속 정치인, 교수, 작가 등 80여명이 공동 창립자로 이름을 올렸다.

아우프슈테헨 측은 이 운동을 통해 극우정당으로 몰린 전통 지지층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5일 문을 연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아우프슈테헨에 가입을 신청한 사람은 한달간 10만명이 넘는다. 바겐크네히트도 이를 언급하며 성공적인 출발을 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회의론이 만만치 않다. 이 운동이 좌파 분열을 조장해 결국 새 정당 창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슈피겔은 “소속당인 좌파당보다 AfD의 이민 정책에 더 가까우며 새로운 대항 동맹을 만든 바겐크네히트를 좌파당이 왜 참겠느냐”고 했다. 메르켈이 이끄는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사민당(SPD)의 클링바일 라르스 사무총장도 “권력 투쟁일 뿐”이라고 말했다.

기성 엘리트 정치인들이 운동의 주축이 된 데 따른 한계도 지적된다. 아우프슈테헨에 참여한 한 사민당 관계자는 “모든 것이 ‘톱다운(하향식)’으로 이뤄진다”며 “풀뿌리 운동을 표방하는 세력으로서는 이상한 지점”이라고 비판했다.

여론의 기대는 낮다. 최근 독일 뉴스 웹사이트 ‘티-온라인’이 시민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62%는 “아우프슈테헨에 장기적인 미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치 세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응답은 19.8%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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