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무차별 포격 ‘민간인 살상’…키이우 ‘풍전등화’

김유진 기자

우크라 제2 도시 집중 공습…‘물량 작전’ 수도 포위, 총공세 준비

“전쟁 아닌 학살” 주민들 탈출 행렬…러·우크라 “2차 협상 재개”

러 미사일 공격에 불타는 우크라 수도 TV타워 1일(현지시간) 러시아군에 폭격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의 TV타워가 커다란 불꽃을 뿜어내고 있다. 이 공격으로 민간인 10여명이 사상했다. 러시아군은 홀로코스트 기념유적과 산부인과 병원 등 민간 시설에 무차별 폭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키이우 | 로이터연합뉴스

러 미사일 공격에 불타는 우크라 수도 TV타워 1일(현지시간) 러시아군에 폭격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의 TV타워가 커다란 불꽃을 뿜어내고 있다. 이 공격으로 민간인 10여명이 사상했다. 러시아군은 홀로코스트 기념유적과 산부인과 병원 등 민간 시설에 무차별 폭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키이우 |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가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함락 작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키예프) 시민들에겐 하루하루가 폭풍전야다. 이미 러시아군의 무차별 공격이 전개되고 있는 제2 도시 하르키우에 이어 다음 타깃은 키이우가 될 것이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공포에 질린 시민들은 마지막 탈출 기회를 잡기 위해 나섰고, 무기를 든 시민들은 방어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7일째인 2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은 키이우로의 진군을 계속했으며 제2 도시 하르키우에 대해서는 대대적인 공습을 이어갔다. AFP통신은 이날 러시아 공수부대가 하르키우에 진입해 현지 군사병원을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하르키우 경찰 본부도 로켓 공격을 받아 건물이 거의 다 파괴됐고, 대학 강의동까지 공격 대상이 됐다고 현지 매체 우니안통신은 전했다. 러시아군은 전날에는 하르키우 도심의 자유광장과 주정부 청사를 미사일로 공격했다. 공습으로 5층짜리 주거용 건물도 붕괴됐다. 현지 구조대는 “최소 10명이 사망하고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호르 테레코프 하르키우 시장은 “그저 전쟁이 아니라 우크라이나인에 대한 학살”이라고 비판했다. 러시아군의 대대적 포격은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이어지고 있다. 키이우에서 50㎞ 떨어진 지역에서는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아파트 2채가 파괴됐다. 북서부 지토미르에서는 미사일 공격으로 추정되는 공습으로 주택가에 화재가 발생해 4명이 사망하는 등 민간인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키이우에 대한 공습을 예고한 상태다. 러시아 국방부는 전날 성명을 통해 “러시아에 대한 정보 공격을 막기 위해 정보 서비스 및 특수 작전 부대를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날 키이우 TV 타워, 유대인 학살 추모 시설 등에 러시아의 미사일이 떨어졌다. 이 폭격으로 5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현장 영상에는 두 팔을 벌린 채 숨져있는 시민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나타났다.

러시아군의 키이우 총공세 준비 정황이 속속 파악되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북서쪽에서 키이우 방향으로 64㎞에 달하는 러시아 탱크, 화포 등으로 구성된 군사 장비 대열이 위성사진에 포착됐다. 이 행렬에는 중화기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영국 국방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BM-21 다연장 로켓포 부대가 키이우 30㎞ 근방에 배치됐다고 전했다. BM-21 로켓포는 러시아군이 하르키우 무차별 포격에 동원한 무기다.

■키이우역 탈출 막차 타려 수천명 몰려…시민군 시가전 대비

파괴된 다리 건너 피란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에서 피란을 가려는 한 노인이 시민군의 부축을 받아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파괴된 다리 위를 건너가고 있다. 러시아군은 키이우에 대한 총공세를 예고한 상태다. 키이우 | AP연합뉴스

파괴된 다리 건너 피란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에서 피란을 가려는 한 노인이 시민군의 부축을 받아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파괴된 다리 위를 건너가고 있다. 러시아군은 키이우에 대한 총공세를 예고한 상태다. 키이우 | AP연합뉴스

러, 우크라 제2 도시 폭격…수도 키이우 쪽으로 진군

낮에도 포성…민간인 352명 사망·부상자 2000명 육박
어린이병원은 지하로…생필품 부족에 의료체계 한계점

단기간에 우크라이나 주요 군사 시설과 정부를 무력화하려던 구상이 틀어진 러시아군이 플랜B를 동원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시민들의 공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국제문제연구소의 마티외 불레그는 뉴욕타임스에 “이전보다 더 잔인하고 제한 없는 전쟁이 벌어져 더 많은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고 유혈사태도 더 잦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 외신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휴전에 대한 의미 있는 회담이 시작되기 전 우크라이나 도시들에 대한 폭격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러시아군은 설정한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우크라이나 내 군사작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1차 협상은 5시간 만에 합의 없이 끝났다. 양측은 2일 밤 2차 회담 자리에 다시 마주 앉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러시아 침공 6일째인 전날까지 민간인 352명이 숨지고 1684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의 움직임과 병력 강화, 도심에서 중화기 사용 증가 등을 대대적인 지상전을 벌일 준비가 됐음을 보여주는 근거로 해석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하르키우의 참상을 접한 키이우 시민들은 마지막 남은 탈출 기회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전날 서부행 기차에 올라타려는 시민 수천명이 키이우 중앙역에 몰려들었다고 전했다. 역 안은 공포에 질린 아이들의 울음소리와 질서유지를 맡은 군인들의 고함소리로 가득했다. 군인들은 기차표 소지 여부와 상관없이 어린이를 둔 엄마들, 여성, 노인들을 우선적으로 기차에 태웠다. 15세 딸과 함께 온 미술사학자 타냐 노브고로그스카야는 “웬만하면 남아서 같이 싸우고 싶지만 아이가 있으니 떠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키이우 시민들처럼 러시아군의 포악성을 과소평가했고 대피하라는 말을 무시했지만 폐허가 된 하르키우를 보고 마음이 달라졌다고 했다.

키이우에 남은 시민들의 고통도 가중되고 있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터지는 포성과 공습 경보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살얼음판 같은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통행금지 시간 동안에는 지하철역 대피소 등에서 밤을 지새우는 이들이 많다. 낮에도 사이렌이 울리지만 더 이상 신경조차 쓰지 않는 상황이라고 도이체벨레는 전했다.

아직까지 전기, 수도, 난방, 인터넷 등 시내 주요 사회 인프라는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이 빵과 과일, 채소 등 식품과 의약품을 구하기 위해 상점을 찾았다가 텅 빈 매대 앞에서 발길을 돌리는 등 생필품 부족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민간인 부상자가 늘어나면서 의료체계도 한계점에 다다랐다는 우려도 나온다. 키이우 어린이병원은 폭격에 대비해 중환자 병동을 아예 병원 지하로 옮겨버렸다. 이곳에는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아이들, 수술과 항암치료가 예정된 아이들이 있다고 CNN은 전했다.

우크라이나군과 무기를 든 시민들은 러시아군의 총공세에 대비해 방어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CNN은 콘크리트 패널과 모래를 이용한 대전차 장애물과 금속, 나무, 낡은 타이어 등으로 급조된 바리케이드가 키이우 시내에 설치돼 있다고 보도했다. 또 무장한 시민들이 키이우 시내에서 외곽을 잇는 도로를 방어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장비 면에서 적군에 밀린다는 걸 알면서도 사기를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자원봉사자들과 군인들이 격렬한 시가전이 벌어지는 상황에 대비해 참호와 바리케이드를 구축하고 거리에 대공화기와 대전차 미사일을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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