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키이우 외곽 되찾았지만…러 화력 집중한 동남부선 긴장 고조

박효재 기자

이르핀 등 30여개 마을 탈환

러 병력, 돈바스 재배치 영향

“아직 안심하긴 일러” 지적도

<b>폭격 맞은 오데사</b> 3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오데사 | AFP연합뉴스

폭격 맞은 오데사 3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오데사 |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2일(현지시간) 러시아군 침공 이후 처음으로 수도 키이우(키예프) 주변 지역을 완전히 탈환했다고 밝혔다. 이는 러시아군이 친러 반군 세력 집결지인 동부 돈바스 지역과 남부 항구도시에 화력을 집중하기 위한 병력 재배치의 결과여서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이날 키이우 인근 30여개 지역을 러시아군으로부터 탈환했다고 밝혔다.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은 페이스북에 최대 격전지로 꼽혔던 키이우 북서부 이르핀과 부차, 호스토멜까지 해방됐다고 적었다.

우크라이나군은 키이우를 비롯해 북부 전선에서 군사작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영국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이 이번주 북부 주요 도시인 수미 인근 트로스티야네츠를 탈환한 이후, 치열한 교전 끝에 북동부에 위치한 제2도시 하르키우 동부로 이어지는 핵심 진입로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동부 돈바스 ‘해방 작전’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우선 우크라이나군을 키이우와 북부 체르니히우에 묶어둔다는 계획이 성공했다며 체르니히우 등 북부 도시에서 군사활동을 대폭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병참 부족과 러시아군의 대규모 희생도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러시아군이 북부 전선에서 연료가 없어서 버린 장비 상당수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지난달 기준 최대 1만5000명의 러시아군이 전사한 것으로 추산했다.

러시아군이 화력을 동·남부에 집중하면서 이 지역의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는 만큼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러시아군은 전날 동부 전선 요충지인 이지움을 함락한 후 동부 도네츠크주의 슬라뱐스크로 이동 중이다. 슬라뱐스크까지 함락될 경우 동부 전선의 우크라이나군이 포위될 수 있다.

남부 전선에서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3일 오전 우크라이나 남서부 항구도시 오데사 인근의 정유시설 1곳과 연료 저장 시설 3곳을 미사일로 파괴했다고 밝혔다. 오데사주는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많은 항구를 보유한 우크라이나 최대의 물류 거점이다. 오데사주가 함락되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 해안을 장악하게 된다.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는 국제적십자사(ICRC)가 민간인 대피를 돕겠다고 했지만 러시아군의 무차별 포격이 이어지면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동남부 화력 집중에 맞서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구소련제 탱크를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의 미 정부 당국자는 “미국이 수송할 탱크는 우크라이나군이 돈바스에 있는 러시아군 목표물에 장거리 포격을 가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 1일부터 화상회담을 재개했다. 우크라이나 대표단 수석 협상가 다비드 아라하미아는 러시아가 2014년 침공·병합한 크름반도(크림반도) 지위 문제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항들에 대해서 구두합의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 측 대표단장인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러시아 대통령 보좌관은 3일 텔레그램을 통해 “(현재) 최고위급 회의에 제출할 정도로 합의안이 준비된 상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3일 우크라이나 국경과 인접한 러시아 서부 벨고로드시에서 두 차례 폭발음이 들렸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벨고로드시는 지난 1일 러시아 측에서 우크라이나군 헬기 2대가 러시아 영공을 침범해 유류 저장고에 공습을 가했다고 주장한 곳이다. 당시 우크라이나 측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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