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장기화에 경제 피해 커지는 우크라이나···“기반시설 피해만 74조 넘어”

노정연 기자
21일(현지시간) 한 남성이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자전거를 들고 건물 밖으로 나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한 남성이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자전거를 들고 건물 밖으로 나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며 우크라이나 기반시설 피해가 커지고 있다. 전쟁이 8주째로 접어들면서 시설과 건물 등 우크라이나가 입은 물리적 피해가 약 600억 달러(74조2000억 원)에 이른다고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WB) 총재가 21일(현지시간) 밝혔다.

맬패스 총재는 이날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금융 지원에 관한 회의에 참석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 수치가 전쟁 초기 단순한 인프라 피해액만 산정한 것이라면서 전쟁으로 증가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경제적 비용은 포함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쟁이 계속 이어진다면 피해 금액은 더 상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럽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소(CEPR)는 우크라이나 재건에 2000억∼5000억 유로(약 269조∼672조5000억원)가 필요하다고 추산한 바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날 회의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입은 경제적 손실을 복구하려면 매달 70억달러(약 8조7000억원)가 필요하다며 “이 모든 피해를 추후 재건하려면 수천억 달러가 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국제사회가 러시아를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기관을 포함한 국제 금융기관에서 퇴출하고 러시아와의 관계를 단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두 달 가까이 이어진 공격으로 인해 우크라이나의 도로와 철도, 다리 등 기반시설의 20~30%가 크고 작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의 기반시설이 최대 10개 중 3개꼴로 파괴됐다고 지난 18일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기간시설부는 국도에 있는 다리 300개 이상이 파괴되거나 손상됐으며 도로 8000㎞ 상당이 보수나 재건이 필요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현재까지 발생한 금전적 피해는 약 1000억 달러(약 123조4000억원)로, 집이나 건물 등 모든 시설까지 포함할 경우 피해액은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세계은행(WB)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가 입은 물리적인 피해가 약 600억 달러(74조2000억 원)에 이른다고 21일(현지시간)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세계은행(WB)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가 입은 물리적인 피해가 약 600억 달러(74조2000억 원)에 이른다고 21일(현지시간)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데니스 슈미갈 우크라이나 총리는 전쟁으로 인해 우크라이나의 국내총생산(GDP)가 반토막났다며 “개전 이후 지금까지 직·간접적 손실액은 5600억달러(약 695조원)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WB 자료에 따르면 이는 2020년 기준으로 우크라이나 경제 규모(1555억달러)의 3배가 넘는 금액이다.

슈미갈 총리는 “우리가 이 전쟁을 함께 중단시키지 않는다면 손실은 급격하게 불어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는 2차 대전 후 도입된 마셜플랜과 유사한 재건 계획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셜플랜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서유럽 16개국을 상대로 행한 대외원조계획을 말한다. 전쟁으로 파괴된 유럽의 재건과 공산주의 확대 저지를 목표로, 4년 동안 약 2000억달러(243조원) 상당의 경제지원책을 시행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21일(현지시간)  재무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21일(현지시간) 재무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복구 비용을 러시아가 마련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WB, IMF 연차 총회에 참석 중인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우크라이나를 재건하는 데에는 결국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것이 분명하다”며 “어떤 방식으로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복구 비용을 부담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재건 지원을 위한 국제 기금을 마련 중인 유럽연합(EU)과 우크라이나 법무부는 동결한 러시아 자산을 재건에 활용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서방 각국은 러시아 중앙은행이 예치한 외화보유액 3000억 달러(약 370조원)가량을 동결해 놓은 상황이다.

올렉산드르 쿠브라코우 우크라이나 기간시설부 장관은 재건 자금 충당 방안과 관련해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첫째로 들 수 있다”며 압류한 러시아 자산이 비금융자산일 경우 매각해 현금화하는 방안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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