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 재판으로 정체 드러날까

선명수 기자

‘원숭이 여왕’ 영국 수집가

“진품 여부 답변 못 받아”

공식 작품 보증기관 고소

뱅크시의 2003년작 판화 ‘원숭이 여왕(Monkey Queen)’. 위키피디아

뱅크시의 2003년작 판화 ‘원숭이 여왕(Monkey Queen)’. 위키피디아

‘얼굴 없는 화가’로 유명한 그라피티 작가 뱅크시가 그의 작품 진품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소송에 직면해 재판 과정에서 베일에 가려져 있던 그의 정체가 공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9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최근 영국 런던의 미술 수집가 2명은 뱅크시의 판화 ‘원숭이 여왕’의 공식 인쇄본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요청이 거부되자 법적 조치를 밟고 있다.

뱅크시의 2003년작 ‘원숭이 여왕’은 총 750개 에디션이 제작됐으며, 이 가운데 서명된 작품은 150개뿐이다. 뱅크시는 본인이 제작한 판화 등에 전부 서명을 남기지 않고 일부에만 서명을 해왔고, 이런 점 때문에 위조품이 다수 유통되자 진품 인증을 받으려는 수집가들이 늘고 있다.

수집가들은 뱅크시의 공식 작품 보증기관이자 작품 판매를 주관하는 회사인 ‘페스트 컨트롤’에 진품 여부를 문의한 뒤 3년간 답변을 받지 못하자 계약 위반으로 이 회사를 고소했다. 페스트 컨트롤은 2008년 뱅크시가 세운 회사로, 위작들이 온라인에서 대거 유통되면서 이 회사를 통해 진품 인증서를 발급하고 있다.

소송을 낸 니키 카츠는 “페스트 컨트롤은 뱅크시 작품의 공식 검증기관이고, 나는 이미 진품 인증을 위해 이들에게 50파운드를 지불했다”며 “그들은 3년간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고 말했다. 카츠는 “다른 미술품과 달리 뱅크시 작품은 페스트 컨트롤 외 다른 전문가들에게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며 “뱅크시에게 매우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라피티 아트 전문 딜러인 존 브랜들러는 페스트 컨트롤을 통해서만 작품을 검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장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페스트 컨트롤 측은 “우리의 인증 절차는 매우 엄격하고 때로는 시간이 오래 소요된다”면서 “지금까지 수천건의 진품 인증서를 발급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더타임스는 뱅크시 그림의 위조품이 급증하면서 페스트 컨트롤에 정품 인증서 신청이 매달 700건씩 접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수집가들과의 분쟁이 결국 법정에서 끝난다면 뱅크시가 자신의 실명을 공개해야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뱅크시는 1990년대 이후 세계 곳곳의 거리에 풍자적인 작품을 남기는 그라피티 아티스트로 잘 알려져 있으나, 얼굴과 본명을 공개한 적은 없다. 뱅크시가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자신의 작품임을 공개한 이후에야 뱅크시의 그림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는 식이다. 그간 밴드 ‘매시브 어택’의 래퍼인 로버트 델 나자, 영국의 미술 관련 TV 프로그램 진행자, 전직 공립학교 미술교사 등이 뱅크시라는 추측이 제기돼 왔으나 뱅크시 측은 이를 부인한 바 있다. 2003년 뱅크시가 BBC 인터뷰에서 본명이 ‘로버트 뱅크스’냐는 기자의 질문에 “로비”라고 답하는 녹취가 최근 공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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