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앙亞지역 입김 세졌다

과거 러시아가 장악했던 중앙아시아 카스피해 연안국의 풍부한 석유가 이제 미국이 건설한 송유관을 통해 서방에 직접 공급된다.

아제르바이잔 바쿠(B)~그루지야 트빌리시(T)~터키 세이한(C)을 연결하는 BTC송유관이 25일 개통됐다. 올해 말 완전 가동될 경우 하루 운반능력은 1백만배럴. 전세계 생산량의 1%에 불과하지만 미국이 러시아 견제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는 점은 지정학적으로 적잖은 의미를 갖는다.

◇미국의 중앙아시아 영향력 확대=직경 1m에 총길이 1,770㎞로 세계 최장 길이인 BTC송유관은 11년간에 걸쳐 건설됐다. 공사비 40억달러는 미국의 지원으로 조성됐으며, 영국의 메이저 석유기업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운영 컨소시엄의 지분 30%를 차지하고 있다. 이외에 미국·프랑스·노르웨이 석유기업들이 참여했다.

이 송유관은 카스피해 연안의 질좋은 경질유를 터키의 지중해 연안으로 직접 운반하게 된다. 원유판매의 가장 큰 문제이던 운송이 해결된 셈이다.

미국·유럽·일본 등 주요 석유소비국들은 불안한 정세로 출렁이는 중동 이외의 지역에서 안정적인 석유 공급선을 확보하기 위해 구소련 붕괴 이후 이 지역을 주목해왔다. 이번 BTC송유관은 이들 국가가 더이상 기존 러시아 송유관(CPC)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흑해와 이스탄불 앞 보스포러스 해협을 통과해 지중해까지 우회하는 유조선도 이제 옛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파이프라인이 지나는 구 소련권 국가들의 탈러시아 움직임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미하일 사카쉬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은 “BTC송유관과 추가로 건설되는 송유관이 완공되면 이 지역 에너지 자립이 촉진될 것”으로 내다봤다. 2003년 장미혁명을 통해 친서방 정권을 수립하며 러시아의 정치적 영향력에서 벗어난 그루지야는 전력 및 가스 등은 여전히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이외 송유관이 통과하는 국가들도 러시아의 에너지 의존을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점 때문에 러시아는 송유관이 자신들의 뒷마당인 중앙아시아에서 영향력을 넓히려는 미국의 의도라며 경계해왔다.

◇한계 및 문제점=BTC송유관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미국은 세계 7위의 부패 국가 아제르바이잔의 독재정권에 눈감았다는 비판을 받는다. 미국은 송유관이 바쿠에서 카스피해를 가로질러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까지 연장될 것에 대비해 최근 반정부시위가 일어난 우즈벡 국내정세에도 계속 신경을 쓰고 있다.

송유관 통과구간의 환경오염 및 테러 우려도 제기된다. 송유관은 터키와 그루지야의 때묻지 않은 협곡과 농촌마을을 그대로 관통한다. 지하 1m에 묻혀 있어 이라크에서와 같은 테러 공격이 잇따를 경우 환경오염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손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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