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SNS 선전전’에…소셜미디어 기업들 고민

박하얀 기자

라디오 대신 트위터 활용해

유화적·위협적 메시지 전달

유튜브·페이스북은 ‘차단’

트위터는 별다른 조치 없어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이 23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히잡을 쓰고 등교하는 여학생들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올렸다.  트위터 캡처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이 23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히잡을 쓰고 등교하는 여학생들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올렸다. 트위터 캡처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을 다시 장악한 탈레반의 ‘입’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다. 탈레반 관련 계정에 대한 제재 문제를 두고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 9일 이후 페이스북·트위터 등에 새로 생긴 탈레반 공식 계정이나 친탈레반 계정은 100개가 넘는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팔로어가 39만명이 넘는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은 23일 자신의 트위터에 히잡을 쓰고 등교하는 여학생들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올렸다.

이들의 SNS 메시지가 모두 유화적인 것은 아니다. 탈레반은 도둑을 총살하는 것의 합법성을 주장하는 영상을 올리고 샤리아법(이슬람 율법) 준수를 강조하는 등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한다. 친탈레반 인플루언서인 카리 사이드 코스티는 트위터에서 국외로 대피한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을 ‘토미 가니(Tommy Ghani)’라고 지칭했다. 서구 스타일과 관습을 채택한 사람에 대한 속어를 사용해 아프간 전 정권을 비난한 것이다.

탈레반은 1차 집권기(1996~2001년)에는 라디오를 통치 도구로 이용했다. 서구 문화를 전파할 위험이 있다며 TV 시청과 음악 청취도 금지했다. 하지만 20년 지난 현재 아프간 국민의 70%가 휴대전화에 접근할 수 있으며, 인구의 약 3분의 1인 3800만명이 소셜미디어를 이용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에 따라 선전의 도구도 바뀌게 됐다. 분석가들은 홍보 회사들이 탈레반에 플랫폼 전략을 조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탈레반의 SNS 선전전이 활발해지면서 소셜미디어 기업들의 고민도 커져가고 있다. 유튜브와 페이스북은 탈레반이 운영하는 계정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트위터는 현재까지 탈레반의 계정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SNS 기업들의 판단은 결국 미국 정부가 탈레반 정권을 인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케이티 하바스 전 페이스북 정책국장은 “IT 기업들은 조 바이든 정부와 글로벌 리더들이 탈레반을 어떻게 대하는지에서 힌트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온라인 공론장에서 응집되는 시민 여론의 힘에 주목해 탈레반의 SNS 활동이 결국 자신들을 겨눌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 ‘아랍의 봄’과 같은 운동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조직되고 집결된 것처럼 탈레반도 동일한 전술의 표적이 될 것”이라며 “아프간과 세계 다른 지역이 통신으로 연결되면 탈레반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저항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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