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전후 유럽의 숲, 더는 탄소 흡수 못할 듯

주영재 기자

나무 노화·벌채 등 원인… ‘교토의정서’ 전제 흔들

숲도 더 이상 탄소를 흡수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지구는 어떻게 될까. 유럽의 숲이 탄소 흡수의 ‘포화점’에 다가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덜란드 바헤닝언대 연구센터의 헤르트 얀 나뷔르스 박사 등 국제연구진은 18일 과학전문지 ‘네이처’ 자매지인 ‘네이처 기후변화’에 기고한 논문에서 “2005년 이후 유럽대륙의 숲이 흡수하는 탄소량이 줄어들고 있다”고 발표했다. 나뷔르스 박사는 수세기 동안 줄어들던 유럽의 숲이 1950년대 이후 회복하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탄소를 흡수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탄소 흡수량이 한계점에 다가가고 있다는 징후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탄소 포화점이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서 광합성으로 더 이상 흡수할 수 없는 한계치를 말한다. 나뷔르스 박사는 “탄소 포화점에 이르렀다는 것은 숲의 자연적인 탄소 흡수가 인간 활동으로 방출되는 탄소량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각국의 정책이 변하지 않는 한 2030년 전후에 탄소 포화점에 도달할 것으로 봤다.

가장 큰 이유는 나무의 노화다. 더 이상 성장을 하지 않거나 성장속도가 줄기 때문에 탄소흡수량이 줄어드는 것이다. 두번째는 벌채다. 마지막으로 산불과 같은 자연 재해가 늘었다. 숲의 탄소 흡수는 줄어드는 반면 지난 10년간 중국, 인도, 브라질과 같은 신흥 경제국의 성장으로 탄소 배출은 크게 증가했다. 유엔에 따르면 세계 이산화탄소 발생량에서 인간이 발생시키는 탄소량의 비중은 2001년 66%에서 2007년에는 90%로 늘었다.

숲은 광합성 과정에서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해 지구 온난화를 줄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2011년 유럽연합의 숲 보고서에 따르면 대륙 면적의 절반을 차지하는 유럽의 숲은 유럽의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10%를 흡수한다. 하지만 유럽에서 숲이 조성되는 속도는 느려지고 있는데다, 삼림의 상당 부분이 성장이 둔화되는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다. 숲의 탄소 흡수량을 늘리려면 오래된 나무를 베고 새로 숲을 조성해야 하지만, 생물다양성을 보존하려면 성숙기의 숲이 필요하다. 숲의 생태적 가치를 보존하면서도 이산화탄소 흡수의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정한 유엔 기후변화협약 교토의정서는 숲의 탄소 저장량을 기본 전제로 삼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숲의 탄소 흡수가 적어질 수 있다는 뜻이며, 이는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나뷔르스 박사는 영국 BBC방송에 “숲의 탄소 흡수량이 한계에 다다른 것은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에너지·교통정책 등에서 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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