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

트럼프, 매파 참모들 향해 “거봐, 대화하는 게 잘하는 거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트럼프는 왜 김정은과의 담판을 받아들였나

미수교·불량 국가와 사전조율도 없이 시한까지 명시 ‘파격’ 평가

중간선거 앞두고 돌파구 염두…‘최고 협상가’ 자처 기질도 한몫

[북·미 정상회담]트럼프, 매파 참모들 향해 “거봐, 대화하는 게 잘하는 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수락하면서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 성사가 눈앞에 다가왔다. ‘미수교·적성·불량 국가’ 최고지도자와의 정상회담을 사전 조율도 없이 5월이란 시한까지 명시해 수락한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다.

북한은 미국의 적성국으로, 미수교 상태다. 트럼프 정부는 북한을 불량국가로 명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김 위원장 초청 수락은 미국 현직 대통령이 적국 수장을 만나겠다는 파격적 행보다. 2015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 간의 정상회담보다 극적인 장면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직접 결정했고, 전격 발표했다.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CNN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요청을 받아들인 배경에 대해 “실질적 결정을 하는 유일한 사람과 만나자는 초청은 받아들이는 게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실무급 협상만 추진하다 실패한 이전 사례를 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 대통령과 다른 접근법을 기꺼이 택하기 때문에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말했다. ‘1인 독재 치하’인 북한과의 협상에서 김 위원장과 만나 담판짓는 게 최선이란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의 면담에 배석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등에게 “거 봐라, 얘기(대화)를 하는 게 잘하는 거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백악관 내에 대북 강경파가 득세하지만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로 방향을 잡았음을 시사한다.

스스로 “최고의 협상가”를 자처하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기질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6월 대선 유세에서 김 위원장과 햄버거를 먹으면서 대화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당시 “왜 북한 지도자와 대화를 못하겠는가”라며 “나는 우리에게 좋은 협상을 만들어내려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 3명이 해결하지 못하고 악화시켜온 북핵 문제를 본인이 해결할 것이라고 누차 강조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미 정상회담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 러시아 게이트 특검 수사가 조여오고, 정부 내부 혼란과 권력투쟁으로 인한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북한 문제는 민주당 쪽으로 기우는 민심을 막을 카드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북한 최고지도자를 만나게 된다. 북·미 정상회담은 18년 전인 2000년에도 추진됐지만 실패했다. 당시 첫 남북정상회담을 통한 해빙 분위기를 타고 빌 클린턴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회담이 추진됐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이 방북해 회담 준비 상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해 11월 대선에서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가 승리하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됐고, 클린턴 대통령은 결국 방문을 취소했다.

부시 대통령도 2006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을 위해 당신과 김정일과 내가 만나 논의할 수 있다”고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거론했지만, 흐지부지됐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클린턴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을 각각 만나기는 했다.

미국 내에서는 북·미 정상회담을 통한 북핵 돌파구 마련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정상회담 요청 수락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북핵 협상 과정에서 활용 가능한 레버리지가 없어졌고, 정상국가 대접을 받고 싶어 하는 북한만 도와주는 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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