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또다시 연기 유력...영국, 조기총선으로 가나

정원식 기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2일(현지시간) 의회 토론 중 팔짱을 끼고 있다. AFP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2일(현지시간) 의회 토론 중 팔짱을 끼고 있다. AFP연합뉴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관련 법안을 신속처리하려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구상이 22일(현지시간) 영국 하원에서 좌절됐다. 존슨 총리는 입법 절차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31일 브렉시트를 앞두고 있었던 영국은 지난 3월과 4월에 이어 브렉시트를 세 번째로 연기할 것이 유력시된다. 집권 보수당과 제1야당 노동당은 조기총선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영국 하원은 이날 EU 탈퇴협정 법안(WAB)을 3일 이내에 신속하게 처리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계획안’을 찬성 308표, 반대 322표로 부결했다. 영국 의회는 지난 19일 브렉시트 이행에 필요한 탈퇴협정 법안이 통과되기 전에는 브렉시트 합의안을 비준할 수 없다는 내용의 ‘레트윈 수정안’을 가결했다. 존슨 총리는 ‘레트위 수정안’ 가결 직후 EU 측에 브렉시트를 내년 1월31일로 연기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영국 의회에서 법안을 제정하려면 하원에서 3독회를 거쳐 법안을 심사한 다음 상원에서 통과돼야 하고, 그런 뒤 여왕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여기에는 통상 몇 주의 시간이 걸린다. 존슨 총리는 이에 법안 관련 토론 시간을 제한하고 하원을 심야까지 열어 오는 24일까지 3독회를 끝내도록 하는 계획안을 상정했으나 부결된 것이다. 존슨 총리는 이날 ‘계획안’ 표결에 앞서 이뤄진 탈퇴협정 법안 2독회 표결에서는 이겼지만, ‘계획안’이 부결되면서 31일까지 브렉시트를 단행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탈퇴협정 법안은 영국이 브렉시트를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각종 법안들을 가리킨다. 브렉시트 합의안을 영국 국내법으로 바꿔야 브렉시트를 실행할 수 있다. 기존 EU 회원국으로서의 법률 등을 영국 국내 법률로 대체하는 것이다. 전환(이행)기간, 상대국 주민의 거주 권한, 재정분담금 등의 내용이 법안에 포함된다. 탈퇴협정 법안은 110쪽 분량 본문과 124쪽 분량 설명서로 이뤄진다. 며칠 만에 검토하기에는 너무 많은 분량이다. 야당은 영국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으로 꼽히는 브렉시트를 존슨 총리가 제시한 시간표 안에 다 검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계획안’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존슨 총리는 “매우 실망했다”면서 “(영국이) 더 큰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 관련 입법을 중단하기로 함에 따라 EU 측이 영국의 연기 요청을 거부하는 것 말고는 연기를 막을 도리는 없게 됐다. 그러나 도날트 투스크 EU 상임의장은 표결 직후에 트위터를 통해 “EU 27개국 정상들에게 영국의 연기 요청을 수용하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투스크 상임의장 대변인은 EU가 브레시트를 내년 2월까지 연기해주되 그 이전에라도 합의안 비준과 탈퇴협정 법안 통과가 이뤄지면 브렉시트를 허용하는 이른바 ‘탄력적 연기’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프랑스는 ‘며칠만 더 연기해줄 수 있다’며 한 달 이상 연기하는 데 부정적인 입장이다.

“연기를 요청하느니 배수로에 빠져죽겠다”고 했던 존슨 총리의 ‘10월31일’ 브렉시트 이행을 위한 마지막 시도가 좌절되면서 영국은 조기총선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존슨 총리는 ‘계획안’ 표결 전 “의회가 (브렉시트를) 1월 또는 그 뒤로 연기하기로 결정한다면 탈퇴협정 법안을 철회하고 조기총선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익명의 총리실 관계자도 의회가 “마지막 기회”를 날려버렸다면서 영국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은 조기총선뿐이라고 말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존슨 총리는 지난달 조기총선안을 의회에 상정했다 두 차례 모두 부결됐다. 당시 노동당을 비롯한 야당이 합의없이 EU를 떠나는 ‘노딜’을 막는 것이 먼저라면서 조기총선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조기총선안이 의회를 통과하려면, 고정임기의회법에 따라 하원 3분의 2의 동의가 필요하다.

브렉시트 연기가 유력해 ‘노딜’ 가능성이 희박해진 지금은 조기총선안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그동안 브렉시트 연기가 확정되면 조기총선에 동의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전체 650석인 하원에서 보수당은 288석, 노동당은 245석을 차지하고 있다.

조기총선으로 갈 경우 어느 쪽이 유리할지는 불투명하다. 올해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브렉시트를 할 경우에는 보수당이 과반을 차지하는 반면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보수당과 노동당 중 어느 쪽도 과반을 차지하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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