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를 죽이려 한다" '코로나 섬망' 겪는 환자들

김윤나영 기자
뉴욕타임스는 지난 6월 28일(현지시간) 코로나19에 걸렸던 사람들 중 섬망 증세를 보였던 환자들의 사례를 보도했다. 뉴욕타임스 화면 갈무리

뉴욕타임스는 지난 6월 28일(현지시간) 코로나19에 걸렸던 사람들 중 섬망 증세를 보였던 환자들의 사례를 보도했다. 뉴욕타임스 화면 갈무리

미국 테네시주 프랭클린에 사는 킴 빅토리(31)는 올해 봄 코로나19에 걸려 병원에 입원하는 동안 자주 환각을 봤다. 자신이 침대에 마비돼 산 채로 불에 타는 망상에 시달렸다가, 일본의 한 연구실에서 실험대상이 되는 환각에 빠졌다.

뉴욕타임스는 28일(현지시간)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환자나 완치자들에게서 환각, 환청, 편집증 등이 보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는 코로나19 중증환자들에게서 흔히 보고되는 섬망 증세로 추정된다. 섬망이란 신체 질환이나 약물, 술 등으로 뇌의 전반적인 기능장애가 발생하는 증후군이다. 섬망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은 인지 기능이 떨어지고 환시나 환청을 겪기도 한다.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한 요양병원 직원(36)은 코로나19에서 회복된 뒤 자신의 세 아이가 납치된다는 망상에 사로잡혔고, 납치가 임박해 아이들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드라이브스루 식당 직원에게 창문으로 아이들을 건네려 했다. 뉴욕의 한 건설노동자(30)는 사촌이 자신을 살해하리라는 망상에 사로잡혀 사촌을 목 졸라 죽이려고 했다. 한 49세 미국 환자는 자신을 악마라고 믿었고, 34세 미국 환자는 자신의 음식에 손세정제를 넣기도 했다. 55세 영국 환자는 원숭이와 사자의 환각을 봤고, 진짜 가족 대신 사기꾼들이 자신의 가족 행세를 한다고 믿었다.

뉴욕에서 코로나19에서 완치된 후 망상증에 시달리는 환자를 치료한 히잠 구엘리 정신과 전문의는 이들 환자의 정신병 증세가 코로나19와 관련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사례가 계속 나오고 있어서 ‘뭔가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코로나19가 정신질환과 상관이 있는지는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일반적으로 코로나19 중증환자들에게서 환청과 환각을 보는 섬망 증세가 흔하게 발견된다고 과학전문매체 네이처가 지난 2일 전했다. 일반적인 중증환자들도 3분의 1 정도는 섬망을 겪지만, 코로나19 중증환자의 경우 그 비율이 55%까지 올라간다다는 것이다. 섬망 증세를 보인 환자는 70% 정도가 시간이 지나면 완전히 회복되지만, 30% 정도는 망상증이 몇 달간 이어질 수 있다고 네이처는 덧붙였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면역체계에 영향을 미치거나, 혈관 문제나 염증 등을 일으켜 뇌에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 과학자들도 늘고 있다. 뉴욕주 브롱크스에 있는 몬테피오레 아인슈타인 정신연구소 공동 책임자인 빌마 가베이 박사는 “면역 활성화에 대한 반응인 신경독 중 일부가 뇌로 갈 수 있고, 뇌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에 새롭게 보고된 사례의 환자들은 기존 섬망 환자들과는 다른 특징이 있다고 했다. 일단 코로나19 중증환자들이 아니었다. 구엘리 박사는 이들이 코로나19에 걸렸을 당시 호흡기질환을 겪지 않았지만, 따끔거림·현기증·두통·후각 상실 등의 신경학적 증상을 겪었다고 했다. 정신질환 증세는 코로나19에서 다 나은 뒤 2주에서 몇 달 내에 생겨났다. 또 대부분 환자는 30~50대였다. 구엘리 박사는 “정신분열증은 주로 젊은 사람들이 겪고 치매 증상은 노인 환자들이 겪는데, 30~50대에 이런 정신병이 발병하는 것은 매우 드물다”고 했다. 또 대개 심각한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들이 환각을 봤다고 인지하지 못하지만, 구엘리 박사의 환자들은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뭔가 잘못됐다고 여기고 인지부조화를 호소하며 스스로 정신과를 찾았다는 것이다.

정신질환이 얼마나 지속되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영국에서는 한 코로나19 환자가 간호사들이 자신과 가족을 해칠 것이라는 망상에 시달렸고 빨간색에 대한 극도의 공포를 보였는데, 항정신병 약물 등을 처방받고 회복하는 데 40일이 걸린 것으로 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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