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기후재앙 한 달 사이 다 겪은 인류

김한솔 기자

폭염·가뭄·폭우·대형산불

동시다발 ‘극한 기후’ 계속

인간 넘어 지구 생태계 위협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벡워스 복합 화재로 주택이 불에 타고 있다. 기온이 30도에 이른 지난 6월21일 러시아 모스크바 고리키 공원 분수대에서 한 남성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중국 남서부 쓰촨성 다저우 마을 한 주민이 지난 12일 폭우로 침수된 지역에서 어린이를 안아 대피시키고 있다(위 사진부터). AP·AFP연합뉴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벡워스 복합 화재로 주택이 불에 타고 있다. 기온이 30도에 이른 지난 6월21일 러시아 모스크바 고리키 공원 분수대에서 한 남성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중국 남서부 쓰촨성 다저우 마을 한 주민이 지난 12일 폭우로 침수된 지역에서 어린이를 안아 대피시키고 있다(위 사진부터). AP·AFP연합뉴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 지역의 기온이 54.4도를 기록했다. 미국 동부 뉴욕주의 지하철은 집중호우로 침수됐다.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는 34.8도를 찍었는데, 120년 만에 가장 높은 6월 기온으로 기록됐다. 1년 중 대부분이 눈과 얼음으로 덮인 ‘동토지대’였던 시베리아에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형 산불이 발생해 군대가 ‘물 폭격기’를 지원해야 했다. ‘산타마을’이 있는 핀란드 가장 북쪽에 위치한 라플란드의 기온은 33.6도를 기록했는데, 핀란드의 여름철 평균 기온은 10도 정도다. 중국 쓰촨성에는 집중호우로 홍수가 나 72만명이 집을 잃었다.

■‘추운 나라’들도 폭염

이는 모두 지난 한 달 새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일이다. 지금까지의 기후 조건에 맞춰 인간이 설계해 놓은 시스템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극한의 폭염과 폭우, 대형 산불 같은 현상들이 전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의 공통적인 원인으로는 기후변화가 지목된다.

미 서부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 지역의 지난 9일(현지시간) 기온은 54.4도였다. 뉴욕타임스는 13일 “이 기록이 아마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기온일 수 있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주 남동부 모하비 사막에 위치한 고온건조한 이 지역은 1913년 56.6도의 기온이 관측된 적이 있지만, 2016년 연구에서 ‘기상학적 관점에서 가능하지 않다’는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미국해양대기청(NOAA)은 올해 6월 미 전역의 평균기온은 22.5도로, 127년 만에 가장 더운 6월이었다고 지난 9일 발표했다. 미국 8개주가 역대 최고치의 6월 기온을 기록했는데, 이 중 네 곳이 미 서부의 캘리포니아, 네바다, 애리조나, 유타주 등이었다. 더위뿐 아니라 가뭄도 심각해졌다. 지난달 29일 발표된 ‘미국 가뭄 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47% 이상은 가뭄을 겪고 있고, 가뭄이 확대되는 곳 중에는 습하고 따뜻한 지역인 하와이도 포함됐다.

뜨겁게 달궈진 땅과 건조한 공기는 대형 산불로도 이어진다. 14일 가디언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벡워스 산불은 네바다주 경계선을 따라 계속 확산했고, 오리건주 부틀레그에서 발생한 화재로 5500㎿의 전기를 공급하는 세 개의 송전선 서비스가 중단되기도 했다.

미 서부가 폭염과 산불에 고통을 겪고 있는 동안, 미 동부에는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 뉴욕은 열대성 태풍 ‘엘사’의 영향으로 내린 폭우로 인해 지난 9일 출근시간대에 지하철이 침수됐다.

러시아와 핀란드, 노르웨이 등 ‘추운 나라’들도 폭염에 신음하며 기상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는 지난달 34.8도의 기온을 기록했는데, 관측 142년 만에 가장 높은 기온이었다. 1년 중 대부분이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있어야 할 동토지대인 시베리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형 산불로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타마을’로 유명한 핀란드의 최북단, 라플란드의 상황도 비슷하다. 핀란드 국립기상연구소는 최근 올해 6월 기온이 신기록을 세웠다고 밝혔다. 헬싱키 카이사니에미 기상대에서 관측한 평균기온은 19.3도로, 1844년 관측 이래 가장 높았다. 라플란드의 케보지역은 지난달 33.6도를 기록했는데, 이는 1914년 34.7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핀란드의 여름 평균기온은 ‘10도’ 안팎이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의 배경이 된 노르웨이의 기상당국도 관측이 시작된 1900년 이래 5번째로 따뜻한 6월 기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생명 앗아가는 극한 기후

스웨덴 청소년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지난 2일(현지시간)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스톡홀름 | EPA연합뉴스

스웨덴 청소년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지난 2일(현지시간)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스톡홀름 | EPA연합뉴스

극한 기후현상은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폭염으로 200명 가까운 사망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 가디언에 따르면, 미 보건당국은 더위로 인해 오리건주에서 116명, 워싱턴주에서 78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중국 쓰촨성에서도 최근 시간당 200㎜ 이상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홍수가 나 72만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생명을 위협받는 것은 인간만이 아니다. 캐나다 해안에서는 폭염으로 10억마리 이상의 해양생물들이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는 폭염에 입을 벌린 채 떼죽음을 당한 홍합이 해변을 뒤덮였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의 해양생물학자 크리스토프 할리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홍합류는 30도 중반까지는 견딜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생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계 기후분석을 연구하는 단체인 WWA는 지난 7일 “북미 서부의 극한 고온 현상은 인간의 행위로 인한 기후변화가 (원인이) 아니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WWA는 미국과 캐나다, 영국 등 다국적 과학자들이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 “온난화가 계속됨에 따라 이런 극한 기후현상이 과거보다 자주 나타날 것”이라며 “빠른 온난화는 우리의 건강과 복지, 생태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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