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다시 득세 ‘이슬람 무장단체’ 테러 확산 신호탄 되나

윤기은 기자

곳곳서 고개 드는 ‘지하디즘’

탈레반군이 2010년 11월4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헤라트에서 무기를 들고 서 있다. 게티이미지

탈레반군이 2010년 11월4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헤라트에서 무기를 들고 서 있다. 게티이미지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점령을 계기로 지하디즘(이슬람 근본주의 무력투쟁)을 추구하는 세력들이 고무되고 있다. 탈레반의 성공에 자극받은 지하디즘 세력이 맹위를 떨치면서 세계 곳곳의 테러 위협이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점령하자 레바논의 이슬람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 알카에다 시리아 지부의 후신인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정파 하마스 등 다른 지하디즘 세력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미국을 조롱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또 앞으로 자신들의 활동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알카에다와 연계된 단체인 알샤바브는 3일간 축제를 열기도 했다. 파키스탄에서 활동하는 자이쉬-에-무함마드(JeM)는 “탈레반의 승리가 이슬람 성전주의자들의 사기를 북돋는다”며 “세계는 이슬람을 위한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슬람국가(IS)는 미군 철수 막바지에 테러를 일으키며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IS의 아프간 및 중앙아시아 분파인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서방 국가들의 아프간 철수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아프간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 연쇄 폭탄테러를 일으켰다. 이 테러로 미군 13명과 아프간인 170명이 숨졌고, 미국은 IS-K에 보복 공격했다.

IS(아랍식 멸칭 다에시)는 같은 지하디스트 단체 탈레반과는 앙숙 관계다. IS-K는 아프간 동부와 북부의 땅과 자원 소유권을 두고 탈레반과 대립해왔으며, 탈레반과 미국의 평화협정 체결에도 반대하는 입장이다. IS와 탈레반은 모두 수니파 무슬림들이지만 IS는 아랍인들이 탈레반은 파키스탄 파슈툰족이 주요 구성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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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11 테러의 주범인 알카에다에서 파생된 IS는 세계를 이슬람 근본주의 아래 한 국가로 통일하는 게 목표다. 2013년 ‘이라크-시리아 이슬람 국가(ISIS)’로 출범했다. 시리아 내전 등에 개입하며 2010년대 중반에 들어 중동은 물론 아프리카 북부와 서부에까지 진출해 가장 큰 규모의 지하디즘 단체가 됐다. 2014년 자신들을 ‘이슬람 국가’로 명명하며 국가를 자처했지만 국제사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2016년 러시아군과 미군의 개입으로 힘이 서서히 약해졌지만 아직까지 중동은 물론 유럽, 아프리카, 동남아시아에 이르기까지 그 세력이 남아있다.

IS 전신 알카에다는 무슬림 형제단 출신인 오사마 빈 라덴이 창설한 마크탑 알-키타맛 군과 이슬람 무장단체 헤즈비 알 이슬라미가 1990년대 초 손을 잡고 만든 단체다.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후 위협을 느낀 사우디아라비아가 자국에 미군 주둔을 허용하면서 이에 반감을 가진 이슬람 세력들이 알카에다에 대거 합류했다. 9·11 테러 외에도 2004년 마드리드 열차 폭탄 테러, 2015년 프랑스 언론 샤를리 에브도 총기 난사, 2020년 프랑스 교사 참수 등의 테러를 자행했다. 하지만 미군의 작전으로 2011년 빈라덴이 사망한 이후 알카에다의 세력은 급격히 약해졌다.

IS, 공항 테러로 존재감 입증
시리아 내전 개입…최대 조직
소수 세력이 ‘대세’에 동참해
세 불리고 분파에 금전 지원도
“정부 불안 국가에 안보 위협”

지하디즘 단체의 특징은 중앙집권적으로 지역을 확장하기 보다,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소수 지하디스트 세력이 ‘대세’ 단체에 동참하는 식으로 몸집을 불려나간다는 점이다. 2000년대 초반 알카에다가 9·11테러 성공하며 곳곳의 지하디스트들은 알카에다에 합류했다. IS도 알카에다 이라크 지부를 자처했고, 나이지리아 일대에서 활동하는 지하디즘 단체 보코하람은 2014년 IS가 득세했을 당시 IS 서아프리카 지부가 되겠다 자처하기도 했다. 아프리카 계열 하우사어와 아랍어 합성어로 ‘서양식 교육은 죄악’ 의미를 가진 보코하람은 꾸준히 현지 학교의 학생들을 납치하고 있다.

주요 지하디즘 단체들은 분파 세력에 자금을 지원하며 힘을 키우기도 한다. 소말리아와 케냐 등 동아프리카에서 활동하는 알샤바브와 필리핀에서 활동하는 아부 사야프는 알카에다에 충성을 맹세하고 금전적 지원을 받았다. 아부 사야프는 알카에다 힘이 약해지고 IS가 강해지자 IS와 손을 잡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아프간 전쟁이 사실상 미국과 서방세력의 실패로 끝나면서 전 세계에서 기승을 부릴 수 있다고 말한다. 안보 연구소 ACLED의 헤니 나이비아 연구원은 “탈레반의 모습은 서아프리카 극단주의자들에게 ‘인내가 결실을 맺는다’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며 “이라크, 시리아, 예멘, 리비아 등 정부가 불안한 국가들이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도 “이슬람 무장 세력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이 지하디스트에게 희망을 심어줬다”며 “전 세계적으로 지하디즘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이미 테러단체는 증가 추세에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2018년 기준 활동 중인 테러 단체가 67개로 1980년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했다. 유엔 안보리도 지난달 보고서에서 “IS가 아프리카에서 눈에 띄게 확장하고 있으며, 이들에 의한 국제 안보 위협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탈레반이 지하디즘 단체들과 연합해 테러 활동을 이어가긴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대다수다. 탈레반은 IS와 사이가 나쁠 뿐만 아니라 이제는 공식 정치 세력으로 인정받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레바논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하마스, 이집트 무슬림형제단 등 다른 지하디즘 단체도 현지에서 정당을 둔 공식 정치 단체로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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