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테러 우려 심화”

박용하 기자

미 합참의장 “탈레반, 정부 수립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미 언론 “미국행 피란민 상당수 추가 심사 필요성 제기”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이 혼란을 거듭하면서 테러단체의 세력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미국은 아프간 상황을 지켜보며 혹시나 모를 테러리스트의 유입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운 상태다. 뉴질랜드에서는 이슬람국가(IS) 추종자가 일으킨 범죄로 인해 테러 관련법의 개선이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4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탈레반이 권력을 공고히 하고 정부를 수립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광범위한 내전의 가능성이 상당히 높고, 이는 알카에다나 IS 등 수많은 테러단체의 성장으로 이어질 조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12, 24, 36개월 내 그 지역 전반에 테러가 재발하는 것을 볼 수도 있을 것”이라며 테러 가능성을 점검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 같은 우려는 탈레반 점령 이후에도 안정되지 않는 아프간의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아프간 내 혼란이 거듭될 경우, 이를 틈타 지하디즘 세력도 확장을 꾀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미국은 철군 이후에도 아프간에 대한 관심을 내려놓기 힘들게 됐다. 밀리 의장은 인터뷰에서 “더는 미군이 아프간에 주둔하지 않는 만큼 안보·정보 수집 유지가 더 어려워졌다”며 “우리는 (아프간) 전역에 대한 아주 강력한 수준의 정보·감시·정찰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테러리스트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미 NBC 방송은 복수의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아프간에서 미국으로 온 3만명 이상의 피란민 중 1만여명이 추가 심사가 필요하며, 이 중 100여명은 탈레반 혹은 테러단체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가 입수한 미 정부 문건들에 따르면 미국에 도착한 이들 중 상당수의 신원이 불분명했으며, 탑승객들의 정보가 통째로 누락된 민간 전세기들도 미군 기지에 착륙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피란민 남성들이 몰래 반입해 온 무기들이 압수되기도 했다.

아프간 사태는 테러단체 추종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뉴질랜드에서는 IS 추종자가 지난 3일 한 슈퍼마켓에서 흉기를 휘둘러 7명을 다치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범행을 일으킨 모하마드 삼수딘(32)은 자국에서의 정치적 탄압을 이유로 2013년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으나 2016년부터 극단주의와 테러리즘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7년에는 IS를 위해 싸우겠다며 시리아로 떠나려다 체포됐고, 그 뒤 보석으로 풀려났으나 또다시 흉기와 IS 관련 선전물을 소지한 것이 확인돼 구금됐다.

뉴질랜드 정부는 삼수딘이 석방 후에도 테러를 저지를 위협이 높다는 판단에 추가 기소하려 했다. 하지만 법원은 테러의 실행 없이 계획한 것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그는 지난 7월 석방됐다. 뉴질랜드 정부는 이번 사건이 발생한 뒤 테러 계획 행위까지 처벌하는 방향의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범행 의도만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점은 법률 전문가들의 논쟁을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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