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높은 실적 불구 창사 이래 최대 위기?…내부문건 폭로로 신뢰성 먹칠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페이스북에서 수석 제품 매니저로 일하다 페이스북의 문제점을 내부고발한 프랜시스 하우건이 2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영국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런던|AP연합뉴스

페이스북에서 수석 제품 매니저로 일하다 페이스북의 문제점을 내부고발한 프랜시스 하우건이 2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영국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런던|AP연합뉴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이 창사 17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용자의 정신 건강과 유해 콘텐츠 규제보다 수익을 우선시해 온 페이스북의 이면을 폭로하는 내부 문건이 미국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다. 페이스북은 25일(현지시간) 높은 이익을 올린 3분기 실적을 발표했지만 페이스북의 이미지와 신뢰성은 이미 금이 가고 있다.

페이스북 수석 제품 메니저였던 프랜시스 하우건은 이날 영국 하원 청문회에 출석했다. 지난 5일 미국 상원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하우건은 영국 의회에서도 “분노와 증오는 페이스북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면서 페이스북이 이에 대한 대처를 등한시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회수를 최우선으로 하는 페이스북의 운영 방식은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일수록 사람들에게 더 많이 전달되도록 하고 있어 사회적 해악을 조장하고 있기 때문에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페이스북에 대한 내부고발은 종종 있었지만 하우건이 몰고온 파장은 비교할 수 없다. 올해 초 페이스북을 그만둔 하우건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내부고발을 하면서 수만쪽에 달하는 페이스북 내부 문건을 제공했다. 이 문건들은 의회에도 전달됐으며, 언론에서는 월스트리트저널이 최초로 보도했다. 페이스북이 내부 연구를 통해 자회사인 인스타그램이 10대 소녀들의 정신건강에 위협적이라는 사실을 파악했음에도 방치했고,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정치인 등 많은 주목을 받는 이들에 대해선 콘텐츠의 유해성 여부 감시를 사실상 면제했다는 내용이었다.

뉴욕타임스와 CNN방송 등 17개 주요 언론 컨소시엄도 이날부터 ‘페이스북 페이퍼스’란 제목으로 폭로 문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는 해당 문건들을 통해 페이스북 측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메신저의 오남용 사례와 위험성에 대해 사전적·사후적으로 파악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CNN은 폭로된 문건들이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회 습격 사건 관련 페이스북의 역할, 2018년 문제 제기 이후 계속 문제가 되고 있는 페이스북을 통한 인신매매, 자체 기구인 감독위원회에 현실을 호도하는 정보 제공, 비영어권 국가에 대한 허술한 콘텐츠 감독 등 광범위한 영역을 다루고 있다고 밝혔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3분기 실적보고를 계기로 하우건이 폭로한 내부 문건에 대한 입장을 다시 밝혔다. 그는 “선의에 기반한 비판은 우리가 개선되도록 돕지만 우리는 지금 우리 회사에 대해 잘못된 그림을 덧씌우기 위해 유출된 문건을 선택적으로 사용하려는 조직적인 노력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상은 우리가 우리 일에 대한 토론과 연구를 독려하는 열린 문화를 갖고 있고 이를 통해 우리에게 국한되지 않는 많은 복잡한 문제들에 관한 진전을 이룩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우건이 폭로한 문건들은 페이스북이 문제를 외면하거나 은폐한 게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온 증거라는 주장이었다.

페이스북은 이날 3분기에 매출액 290억1000만달러(약 33조9000억원), 주당 순이익 3.22달러의 실적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순이익으로 환산하면 91억9000만달러(약 10조7000억원)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금융정보 업체 리피니티브가 집계한 월가의 컨센서스(실적 전망치 평균)와 비교하면 매출은 전망치 295억7000만달러에 못 미쳤지만 주당 순이익은 기대치 3.19달러를 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액은 35%, 순이익은 17% 성장했다. 안팎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공룡처럼 커진 페이스북을 규제하려는 창과 이를 방어하려는 방패의 싸움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미국 언론들은 앞으로 상당 기간 페이스북 페이퍼스 시리즈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우건과 유사한 주장을 담은 페이스북 관련 내부고발이 지난 주 추가로 SEC에 접수됐으며, 미 상원은 저커버그 CEO의 의회 청문회 출석을 요구한 상태다.

당분간은 페이스북의 문제점을 고발·폭로하는 국면이 펼쳐지겠지만 결론은 페이스북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로 모아질 전망이다. 하우건은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아닌 소셜미디어를 전문적으로 규제하는 감독기구 설치를 대안으로 주장하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인터넷에 유통되는 컨텐츠에 대한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을 면제해주는 통신품위법 230조 폐지 여부도 뜨거운 쟁점이다. 반면 페이스북 콘텐츠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CNN은 페이스북 규제 필요성에 대한 광범위한 여론에도 불구하고 각종 대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이제 논의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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