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 이모저모
미국 참모들 캐주얼 분위기
좌우로 늘어선 중국과 대조
바이든 “다음엔 얼굴 맞대길”
시 주석 “화상도 나쁘지 않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첫 정상회담을 위해 대형 화면을 통해 마주 앉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붉은색, 시 주석은 푸른색 넥타이를 각각 매고 나왔다. 홍색은 공산당, 푸른색은 미국 민주당의 상징색이다. 상대를 배려한 색깔 선택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배려는 거기까지였다. 미국시간 15일 오후 7시46분(중국시간 16일 오전 8시46분)에 시작된 회담은 밤 11시24분(중국시간 낮 12시24분)까지 194분에 걸쳐 진행됐다. 약 2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양국 정상은 15분가량 휴식을 취한 뒤 후반부 회담을 이어갔다.
바이든 대통령이 먼저 모두발언을 했다. 그는 “다음번에는 내가 중국을 방문했을 때 그랬던 것처럼 얼굴을 맞대고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비대면 정상회담을 하게 된 데 대한 아쉬움을 표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곧바로 “당신과 내가 서로에게 격식을 차린 적은 없었지만 (오늘은) 좀 더 격식 있게 시작해야 할 것 같다”며 분위기를 바꿨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시 주석은 “비록 서로 얼굴을 볼 수는 없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다”면서 “오랜 친구를 보게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2013년 만남까지만 해도 서로를 ‘좋은 친구’로 부르며 개인적 친분을 쌓아왔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미·중관계가 냉랭해지자 지난 6월 시 주석에 대해 “우리는 오랜 친구가 아니다. 그저 순전한 업무(관계)”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준비한 발언록 구애받지 않고
정중하고 직설적 대화 이어져
대니얼 러셀 전 미 국무부 차관보는 시 주석의 ‘오랜 친구’ 발언에 대해 “대화에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팽창을 막기 위해 동맹 전선을 구축 중인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의 친구처럼 비치면 미국의 의지가 약해 보인다는 것이다.
모두발언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규칙에 따른 행동”, 시 주석은 “공존과 윈윈”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중 경쟁이 필연적이니 규칙에 입각해 경쟁하자는 메시지를 던졌고, 시 주석은 중국의 부상을 인정하면서 공존하자는 메시지로 응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회담은 예상보다 길어져 3시간을 넘겼다. 미국 정부 고위 당국자는 “대화는 정중하고 직설적”이었다고 전했다. 두 정상은 미리 준비한 발언록에 구애받지 않고 발언했으며, 특히 대만 문제를 두고 예정보다 길게 대화를 나눴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