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탄압·무역 불균형’ 격돌…‘갈등 관리·상호공존’ 공감

워싱턴 | 김재중·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화상 회담으로 만난 바이든·시진핑 대화 내용은

신장·티베트·홍콩 문제와 불공정 무역 등에 팽팽한 입장 차
대만 문제 두고 “무력 통일 반대” “독립 세력에 단호한 조치”
시진핑 “제로섬 게임 하지 말자” 협력 시사…합의문은 없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6일 진행한 화상 정상회담은 예상대로 각종 현안에 대한 첨예한 견해차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합의문이나 공동성명도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10개월 만에 성사된 이번 정상회담은 미·중 전략 경쟁의 전개 양상과 관련해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진다. 양국 최고 지도자들이 의도치 않은 충돌로 격화되는 것을 막고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성과를 올렸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과 내년 3연임이 예상되는 시 주석에게 이번 정상회담은 각각 대중, 대미 정책의 기본 방향을 서로에게 각인시키는 중요한 자리였다. 중국을 21세기 최대 전략 경쟁 상대로 지목한 바이든 대통령과 외세의 괴롭힘과 압박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한 시 주석은 각자의 핵심 이익을 수호하겠다는 다짐을 국민들에게 실천으로 보여줄 필요도 있었다. 미·중 경쟁과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 상대에게 양보하는 모양새를 취하지 않으면서도 경쟁과 갈등을 관리해야 하는 모순된 과제를 풀어야 했던 것이다.

실제로 두 정상은 예정된 시간을 넘겨 194분간 진행된 회담에서 신장·티베트·홍콩 등의 인권문제, 불공정 무역 등 각종 현안에 대해 팽팽한 입장차를 보였다.

특히 미·중 간 첨예한 긴장 사안으로 부상한 대만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격돌했다. 두 정상 모두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하고 ‘현상 변경 행위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무력 통일 시도에, 시 주석은 대만의 독립 움직임에 각각 경고를 보냈다. 중국 언론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면서 시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을 굴복시켰다는 톤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 고위 관료는 “하나의 중국은 전부터 미국의 정책이었고, 새롭거나 바뀐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양국 정부 당국자들은 이번 회담이 어떤 합의나 결과를 도출하거나 양국 관계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는 성격의 회담이 아니라고 기대치를 낮춰왔다. 그럼에도 오랜 탐색전 끝에 성사된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공통분모를 얼마나 폭넓게 찾아낼 수 있을 것인가가 관심사였다. 세계 1·2위 국가 간의 갈등 관리는 미·중 양국 관계뿐 아니라 세계질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두 정상이 갈등 관리와 공존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 것은 성과로 평가된다. 두 정상은 기후변화와 보건협력,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관련 협력을 포함해 북한, 아프가니스탄, 이란 등 지역 핵심 사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이번 회담에 대한 미국 언론의 평가는 대체로 미·중관계에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되지는 않았지만 긴장을 다소 완화시켰다는 쪽으로 쏠렸다. 양국 간 경쟁은 앞으로도 치열하게 전개되겠지만 과열은 막자는 데엔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였다.

중국 관영 매체와 전문가들도 이번 회담이 양국 관계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번 회담은 양국 관계가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음에도 여러 분야에서 협력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면서 “양국이 경쟁을 관리하려는 것 자체가 세계에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보도했다. 또 우신보(吳心伯) 푸단대 국제문제연구소장은 “이번 회담 분위기는 어느 정도 양국 정상 간의 우호적 관계를 반영하고 있다”면서 “양국 간 정치적 신뢰를 증진시키고 양국 관계의 분위기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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