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협받는 민주주의 “미국도 후퇴국가”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IDEA 세계 민주주의 보고서

‘민주주의와 선거 지원 국제기구’가 22일(현지시간) 발표한 ‘2021 글로벌 민주주의 상태’ 보고서에서 미국, 브라질, 인도 등의  국가가 ‘민주주의 후퇴국’으로 분류돼 있다. 붉은색으로 표시된 나라는 ‘권위주의 국가’로 분류된 나라들이다. 각국의 영토 크기가 실제와 다른 것은 인구 규모에 비례해 가중치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사진 크게보기

‘민주주의와 선거 지원 국제기구’가 22일(현지시간) 발표한 ‘2021 글로벌 민주주의 상태’ 보고서에서 미국, 브라질, 인도 등의 국가가 ‘민주주의 후퇴국’으로 분류돼 있다. 붉은색으로 표시된 나라는 ‘권위주의 국가’로 분류된 나라들이다. 각국의 영토 크기가 실제와 다른 것은 인구 규모에 비례해 가중치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선 불복 등 악영향
미얀마·페루 등에도 확산돼
방역 명분 ‘권위주의’ 강화도

미국이 국제기구 평가에서 ‘민주주의 후퇴국’으로 분류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난해 대선 불복과 인종차별 반대 시위 진압 등이 미국 민주주의 후퇴의 대표적인 양상으로 지목됐다. 지난 10년간 민주주의로 이행한 국가보다 많은 수의 국가들이 권위주의 체제로 후퇴하는 등 세계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스웨덴에 본부를 둔 정부 간 기구인 ‘민주주의와 선거 지원 국제기구(IDEA)’는 22일(현지시간) ‘2021 글로벌 민주주의 상태’ 보고서를 발표했다. IDEA는 보고서에서 “많은 민주주의 정부들이 후퇴를 경험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특히 올해 처음으로 미국을 민주주의 후퇴국으로 분류했다. 미국의 민주주의 후퇴는 최소한 2019년부터 시작됐다”고 밝혔다.

보고서 작성자 중 한 명인 알렉산더 허드슨은 AFP통신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미국 대선 결과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했을 때가 역사적 전환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불복 이후 미얀마, 페루, 이스라엘에서도 선거 불복 움직임이 나타나는 등 다른 나라의 민주주의에도 악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IDEA는 민주주의 후퇴와 권위주의 발흥은 세계적인 추세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5년 연속 민주주의로 이행한 나라보다 권위주의로 후퇴한 나라 숫자가 많았으며 지난 10년을 기준으로 보면 권위주의로 후퇴한 나라가 민주주의로 이행한 나라보다 3배 이상 많았다. 2020~2021년 기준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이 국내적으로 민주주의 후퇴 현상을 경험한 것으로 추정됐다. 2021년 현재 98개국이 민주주의, 러시아와 터키 등 20개국이 혼성, 중국과 이란 등 47개국이 권위주의로 분류됐다.

특히 전 세계 국가 중 64%가 코로나19를 억제한다는 명분으로 과도하고 불필요하거나 불법적인 조치를 취하는 등 팬데믹도 민주주의를 위협한 주요 요인으로 지목됐다. 보고서는 “비민주주의 체제들이 억압에 있어서 더욱 뻔뻔해지고 많은 민주주의 정부들이 언론 자유를 제약하고 법의 지배를 약화시키는 퇴행적 조치들을 취함으로써 세계는 더욱 권위주의적으로 됐다”고 밝혔다. 다만 보고서는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세계 80개국에서 정부의 강압적 제한 조치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진 것은 민주주의의 복원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주목했다.

IDEA 평가에서 1988년부터 민주주의로 분류된 한국은 2017~2020년 ‘고실적 민주주의’ 국가로 평가됐으나 2021년엔 ‘중실적 민주주의’로 한 단계 내려왔다. 강력한 코로나19 방역조치로 인한 시민의 자유 침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IDEA는 한국이 지난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총선을 성공적으로 치러낸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혼란으로부터 선거 과정을 잘 지켜낸 훌륭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34개국이 가입한 기구인 IDEA는 1995년 창설돼 전 세계 민주주의 동향을 평가해오고 있다. 글로벌 민주주의 상태 보고서는 2017년부터 2년마다 발간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대의 정부, 근본적 자유, 정부에 대한 견제, 공정한 행정, 참여와 관여 등 5개 분야 28개 지표를 정량적으로 평가·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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