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해군 수장, “푸틴 존경받을 만하다”...후폭풍 일자 사임

김혜리 기자

독일 해군 수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두둔하고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를 되찾지 못할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가 비난이 일자 사퇴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로이터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독일 해군총감 카이아힘 쇤바흐 부제독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싱크탱크 토론회에서 푸틴 대통령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으로 비난을 샀다. 그는 중국에 맞서기 위해 러시아를 같은 편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쇤바흐 부제독은 “푸틴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존중이다. 누군가를 존중하는 건 비용이 거의 들지 않거나 아예 들지 않을 수도 있다”며 “푸틴은 본인이 요구하는 존경을 쉽게 받아낼 수 있으며, 아마도 그는 그럴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쇤바흐 제독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합병된 크림반도를 되찾지 못할 것이라는 발언으로도 빈축을 샀다. 그는 “크림반도는 사라졌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말했는데, 이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은 불법이며 반드시 되돌려야 한다는 서방의 기존 입장과 배치되는 발언이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가능성을 두고 “우크라이나를 회원으로 두는 건 현명하지 않다”며 일축한 것도 미국을 위시한 서방국의 입장과는 반대되는 주장이다.

논란이 일자 독일 국방부는 그의 발언이 독일의 입장을 반영한 것이 아니라며 공개적으로 선을 그었다. 쇤바흐 부제독은 22일 성명을 통해 “인도에서의 경솔한 발언으로 직무에 대한 부담이 매우 커졌다”면서 크리스티네 람브레히트 국방장관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람브레히트 장관은 사의를 수용했다.

독일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무기를 지원하며 나선 영국이나 발트해 국가들에 비해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람브레히트 장관은 22일 인터뷰에서 “정부 내에선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이전하는 것이 현 상황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여론이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고 현지 매체 도이체벨레(DW)는 전했다. 전날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독일은 최근 나토 회원국인 에스토니아가 독일산 무기인 122mm D-30 곡사포의 우크라이나 이전을 승인해달라는 요청을 거절했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키예프 주재 독일 대사를 초치해 독일의 무기 이전 거부에 깊은 실망감을 나타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22일 성명을 통해 “독일은 러시아의 대규모 침공 위협에 직면한 우크라이나의 방어 능력을 지원하는 데 좀 더 적극적인 입장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독일이 러시아의 가스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를 적극적으로 지원하지 못하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독일의 역사학자 카차 호이어는 지난 21일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독일이 원유·천연가스 등 원자재 수입을 러시아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나토의 방어 전선에서 ‘약한 고리’가 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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