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에 이혼하는 세계의 부부들···왜?

박용하 기자
지난해 미국 주요 명절인 추수감사절(25일)을 앞두고 미국 내 공항을 이용하는 승객이 크게 늘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미국 주요 명절인 추수감사절(25일)을 앞두고 미국 내 공항을 이용하는 승객이 크게 늘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AP연합뉴스

서구사회에서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해체 위기에 몰린 가족들이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집안 생활이 길어지며 가족간 갈등이 커지고, 백신 접종 등 방역 문제에 따른 이견까지 표출되면서 인간관계의 단절을 낳은 것으로 분석된다. 바이러스로부터의 안전 뿐 아니라 관계에서의 주의도 필요한 시대가 됐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미 CNBC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서구 국가들에선 팬데믹 기간 이혼 관련 상담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최대 가정법률사무소인 ‘스토우 가정법률’(Stowe Family Law)은 지난해 1~3월 집계된 이혼 관련 문의가 8801건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 4505건에 비해 약 95% 늘어났다고 밝혔다. 미국의 법률문서 판매업체 ‘리갈 템플릿’은 2019~2020년 사이 이혼계약서 매출이 34% 증가했다고 밝혔다.

외국의 이같은 추세는 한국의 상황과는 다소 다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0년 기준 국내 이혼 건수는 10만6500건으로 2019년 11만800건에 비해 약 4300건이 감소했다. 코로나로 인해 고향에 가는 일이 줄어들면서 제사 준비 등에 따른 고부 갈등이나 부부싸움이 줄어들었다는 추정이 나왔다.

해외에서 코로나에 따른 이혼이 부쩍 늘어난 것은 재택근무로 인해 부부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것이 한 이유로 지목됐다. 부부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다 보니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갈등을 더 이상 간과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캐나다 토론토의 한 가사전문 변호사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이들은 배우자와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실제로 그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펜데믹 자체가 이혼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코로나19 방역 규제에 대한 논쟁, 자녀의 예방접종에 대한 의견 불일치 등 바이러스 자체와 관련된 논쟁이 가정 내로 들어온 것이다. 미 뉴욕시의 한 변호사는 “가장 흔한 갈등은 부모가 코로나19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갖고 있는 경우”라며 “이혼이나 양육권 분쟁에 처한 배우자들 중에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존재한다는 것을 아예 믿지 않거나, 바이러스가 아이들에게 위협이 된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고 전했다.

부모 둘 다 바이러스의 위험성에 동의한 경우라도 아이들에 대한 예방접종 문제를 두고 충돌할 수 있다. 어린이 예방접종의 효과와 부작용의 위험성을 개인이 가려내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미 CNBC는 “아이들에 대한 백신 접종은 성인보다 복잡한 문제이기에 이 문제가 일부 부모들에게 갈등의 소지가 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아이들의 고충은 커졌다. 바이러스에 대한 부모간의 견해차가 있을 경우 이혼 뒤 자녀와의 만남을 두고도 마찰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미 마이애미의 한 변호사는 “어떤 부모는 다른 주나 국가에 살다 자녀를 보기 위해 찾아갔는데 접견 기회를 거부당한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팬데믹 와중에 생긴 갈등은 새해 명절이나 연휴 기간을 맞아 폭발하는 경우가 많다. 굳이 전염병 때문이 아니더라도 스트레스를 쉽게 받을 수 있는 시기인데다, 부모님과 함께 마지막 명절을 쇤 뒤 인생에 변화를 주려는 심리도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팬데믹 상황이 풀리면 부부간의 이혼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삶에 변화를 주는데 있어 스트레스가 덜하고 혼란스럽지 않은 때를 기다리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미 버지니아대 가족 클리닉의 클라우디아 앨런 이사는 최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명절 전후 가족 간에 갈등이 생기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상황이 심각하게 악화됐다”며 “우리는 ‘안전’과 ‘관계’ 모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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