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우크라 주목할 때, 중남미에 손 내민 러시아

정원식 기자

지난달 니카라과·베네수엘라·쿠바·아르헨티나와 연쇄 접촉

푸틴, 어제 브라질 대통령 회동…미국에 맞설 영향력 키우기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앞줄 오른쪽)이 16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무명용사의 묘에 참배하러 가고 있다. 모스크바 | 타스연합뉴스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앞줄 오른쪽)이 16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무명용사의 묘에 참배하러 가고 있다. 모스크바 | 타스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극도로 첨예해진 최근 몇 주 사이에 중남미 지도자들과 잇따라 접촉하고 있다. 러시아가 미국의 영향력이 강한 중남미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라고 예상한 16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과 만났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민감한 시점에서 이뤄지는 푸틴 대통령과의 회동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승인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도 일정을 강행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18일에는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니카라과 독재자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4연임 성공을 축하했다. 이어 지난달 20일에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지난달 24일에는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과 통화했다. 지난 3일에는 모스크바에서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직접 만났다. 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 접경에 13만명의 병력을 집결시켜 일촉즉발의 긴장을 조성하면서 수천㎞ 떨어진 중남미 지역 지도자들과 연쇄적으로 접촉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푸틴 대통령의 중남미 외교는 그의 보다 큰 목표가 러시아를 미국에 맞설 수 있는 강대국의 위치로 되돌려 놓는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러시아의 서쪽 국경에 인접한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러시아를 위협하는 것처럼 미국의 ‘앞마당’인 중남미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키우려 한다는 것이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지난달 13일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등 나토의 동진으로 러시아 안보가 위협당할 경우 쿠바나 베네수엘라에 군사 인프라를 배치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는 중남미 국가에 핵미사일을 배치하는 것도 포함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중남미에 대한 러시아의 구애는 꾸준히 이뤄졌다. 러시아는 베네수엘라에 항공기와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판매하고 합동 군사훈련을 했다. 니카라과와 쿠바에는 탱크와 무기를 판매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도 러시아에 기회를 제공했다. 러시아는 부유한 나라들이 백신을 사재기하는 동안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니카라과, 볼리비아, 파라과이에 자국의 스푸트니크 V 백신을 공급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전 세계가 우리를 외면할 때 당신이 거기에 있었다”고 말했다.

중남미 지도자들 입장에선 푸틴 대통령을 미국과의 관계에서 몸값을 높이는 지렛대로 활용하는 측면이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의 부채 협상을 벌이고 있는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아르헨티나는 IMF와 미국에 대한 의존을 줄여야만 한다”면서 “그래서 러시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는 10월 대선을 앞둔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외교적 생명줄로 삼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는 친밀한 사이였으나 조 바이든 대통령과는 냉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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