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물러선 러시아, 크림반도처럼 ‘우크라 분리병합’ 노리나

박효재·박용하 기자

푸틴 “전쟁 원치 않아”…3~4주 뒤 철군 소식에도 긴장 여전

러 하원, ‘돈바스 분리주의 공화국’ 독립 승인도 새 변수로

D 데이, 우크라 국방부 등 사이버 공격 받아 “러 배후 추정”

크림반도서 돌아가는 러…‘단합의날’ 선포한 우크라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예상일로 지목했던 16일(현지시간) 러시아 군대가 크림반도에서 군사훈련을 마친 뒤 원주둔지로 복귀하기 위해 반도와 러시아 내륙을 연결하는 ‘크림교’로 이동하고 있다(왼쪽 사진). 우크라이나는 이날을 ‘단합의날’로 선포하고 수도 키예프의 대형 스타디움에서 대형 국기를 들고 함께 행진하는 행사를 벌였다. 크림반도·키예프 | 러시아 국방부·AFP연합뉴스

크림반도서 돌아가는 러…‘단합의날’ 선포한 우크라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예상일로 지목했던 16일(현지시간) 러시아 군대가 크림반도에서 군사훈련을 마친 뒤 원주둔지로 복귀하기 위해 반도와 러시아 내륙을 연결하는 ‘크림교’로 이동하고 있다(왼쪽 사진). 우크라이나는 이날을 ‘단합의날’로 선포하고 수도 키예프의 대형 스타디움에서 대형 국기를 들고 함께 행진하는 행사를 벌였다. 크림반도·키예프 | 러시아 국방부·AFP연합뉴스

전쟁 직전까지 갔던 우크라이나 사태가 다시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집결한 러시아군 일부가 원주둔지로 복귀하면서 미국의 침공 예상일인 16일(현지시간)은 넘겼다. 하지만 러시아군이 완전히 철수하지 않은 만큼 군사적 긴장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문제에 이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갈등이 새로운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16일 보도문을 통해 크림반도에서 훈련을 마친 러시아군 부대들이 원주둔지로 복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사장비들을 실은 열차의 이동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함께 공개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러시아는 군사훈련 후 장비를 두고 가는 경우가 많아 군대가 재집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도 “(철수가 진짜인지)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했다.

러시아군이 오히려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전진 배치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미국 ABC방송은 일부 소식통 말을 인용해 러시아 일부 부대가 의료 보급품을 지닌 채 접경에 접근 중이며 발포 태세로 전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돈바스 문제도 전면에 불거졌다. 러시아 하원(국가두마)은 15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가 지원하는 분리주의 세력이 주둔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돈바스(루한스크·도네츠크주 등 동부지역)에 세워진 공화국의 독립국 승인을 요청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고 국영 타스통신 등이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이 이를 승인할 경우 분리주의 반군과 우크라이나군 간 정전을 규정한 민스크협정이 위태롭게 되고,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때와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질 수 있다고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 등은 지적했다. 러시아가 돈바스를 공식적으로 분쟁지역화해 이곳에서 군사행동을 정당화하고 결국은 병합하려는 속셈이란 것이다.

러시아는 국가두마의 결정을 지렛대 삼아 서방 국가들을 더욱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푸틴 대통령은 15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회담한 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돈바스 지역 상황이 “집단학살”이라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서방은) 당분간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할 수 없다는 등의 말을 하지만 우리에겐 아무런 의미도 없다”면서 당장 외교적 협상을 통해 결론을 내길 원한다고 밝혔다. 숄츠 총리는 “나토의 확장은 계획돼 있지 않고 논의되지도 않고 있으며 현안에도 없다”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서 분쟁이 일어날 경우 (노르트스트림2 중단 등) 결과가 따를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러시아가 돈바스 공화국들의 독립을 승인한다면 민스크협정 탈퇴로 간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가 군사행동에 앞서 사이버 공격으로 우크라이나를 흔들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날 우크라이나 국방부 웹사이트, 대형은행 등이 디도스(DDoS) 공격을 받았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공격 주체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 사이버보안센터는 러시아를 배후로 지목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기간시설을 겨냥해 사이버 공격과 공습을 가한 뒤 특수부대를 수도 키예프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침공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반면 유리 필라토프 주아일랜드 러시아대사는 이날 아일랜드 공영 RTE방송 인터뷰에서 “아마 3~4주 뒤에 러시아 서부지역에 배치된 군대들이 일상적인 상태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철수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필라토프 대사는 러시아·벨라루스 연합훈련과 관련, “정례 훈련이 오는 20일 종료될 것이고 이후 군대들은 철수할 것이다. 다음주에 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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