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신경전으로 코로나19 백신 지재권 면제 합의 막판 난항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코로나19 백신.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코로나19 백신 지식재산권(지재권) 면제 합의에 막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주요국들이 최근 일정한 자격을 갖춘 개발도상국들에 코로나19 백신 지재권을 일시 면제해주는 방안에 합의했으나 중국의 개도국 지위를 둘러싼 이견이 걸림돌로 떠오른 것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는 이달 초 코로나19 백신 지재권 면제를 위한 합의문 초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세계무역기구(WTO)는 다음달 12~15일 열리는 제12차 각료회의에서 일부 개도국에 대해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지식재산권협정(TRIP) 관련 조항을 일시 면제키로 합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문제는 중국도 지재권 면제 대상에 포함할지 여부다. 마리아 파간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서 코로나19 백신과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술을 보유한 국가는 (지재권) 면제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서 “우리의 요구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재권 면제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중국은 WTO에서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자국을 면제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명시하지 않는 대신 자발적으로 지재권 면제 혜택을 포기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파간 부대표는 “아니다. 우리는 명확히 하기를 바란다”고 반대했다. 중국을 확실히 면제 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부터 중국이 WTO에서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데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하면서 이 문제가 시정되지 않으면 WTO에서 탈퇴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만약 중국이 미국의 입장을 수용하지 않고 끝까지 반대한다면 개도국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지재권 면제 합의 자체가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 이번 합의가 효력을 발휘하려면 164개 WTO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동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WTO 주요 회원국들은 이날 제네바에서 비공식 회의를 열어 접점을 모색했지만 중국은 기존 입장이 최종 입장이라면서 물러서지 않았다. 중국은 이번 사안에서 물러나면 중국이 WTO에서 누리는 개도국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제도적으로 개도국 지위는 인정받으면서 백신 지재권은 자발적으로 포기하는 모양새를 원하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이해 충돌로 개도국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지재권 면제가 무산될 경우 세계 1·2위 경제 대국들이 개도국·빈국들의 겪는 백신 불평들을 외면했다는 국제적 비판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 미·중 무역갈등으로 리더십이 심각하게 훼손된 WTO 역시 타격을 받게 된다. 반면 이미 코로나19 백신이 충분하게 공급되고 있어서 지재권 면제가 불필요하다고 주장해온 거대 제약사들은 이런 상황을 환영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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