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스라엘, 오스트리아서 원숭이두창 추가 보고...유엔 "일부 보도, 인종차별과 동성애 혐오 조장"

정원식 기자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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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스라엘, 오스트리아에서 감염 의심 사례가 추가 보고되는 등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감염이 북미와 유럽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감염 사례가 늘어나면서 일부 언론 보도가 인종차별과 동성애 혐오를 조장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인터넷 매체 액시오스는 22일(현지시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플로리다 보건당국이 플로리다주 보로워드카운티에서 보고된 원숭이두창 감염 의심 사례를 정밀 검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브로워드카운티의 플로리다 보건부는 성명을 내고 “이번 감염 의심 사례는 해외 여행과 관련이 있으며 감염 의심자는 현재 격리된 상태”라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지난 18일 매사추세츠주에서 첫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 이어 지난 20일 뉴욕에서도 한 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AP통신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일본으로 떠나기 전 기자들의 원숭이두창 관련 질문에 “아직 노출 수준을 보고받지 못했으나 모두가 우려해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는 “만약 확산된다면 이는 중대하다는 점에서 우려된다”며 어떤 백신이 효과적일지 알아내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중동 지역에서 처음으로 원숭이두창 감염자가 보고됐던 이스라엘 보건부는 이날 두 번째 원숭이두창 감염 의심 사례를 정밀 검사 중이라고 밝혔다. 현지 방송인 채널12에 따르면 의심 환자는 서유럽을 방문한 뒤 최근 이스라엘에 입국한 27세 화물선 선원이다. 방송은 이 남성이 이스라엘 남부 아슈켈론의 바르질라이 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고 상태는 양호한 편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20일 이스라엘에서는 서유럽을 방문한 적 있는 30세 남성이 중동 지역에서 처음으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스라엘 보건부는 이 두 건 이외에 추가 의심 사례가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오스트리아에서도 이날 새벽 35세 남성이 원숭이두창 의심 증상으로 수도 빈의 한 병원에서 격리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남성은 얼굴 농포와 발열 증상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원숭이두창은 감염될 경우 손과 얼굴에 수두와 같은 발진이 나타나고 발열, 근육통, 임파선염, 오한, 피로감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잠복기는 통상 6~13일이다. 치사율은 변종에 따라 1~10% 수준이다. 원숭이두창은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증세가 가볍고 기존 백신 또는 치료법으로 대응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숭이두창은 아프리카에서 주로 발생하는 엔데믹(풍토병)이지만 몇주일 전부터 유럽과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감염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1일까지 아프리카를 제외한 유럽, 미국, 호주, 캐나다 등 12개국에서 92건의 감염 사례와 28건의 의심 사례가 보고됐다고 밝혔다. 22일에는 이스라엘과 오스트리아에서도 감염 의심 사례가 발견돼 14개국으로 확산됐다. WHO는 긴급대책 회의를 소집하고 원숭이두창 감염상황에 관한 논의에 들어갔다. 한스 클루게 WHO 유럽사무소장은 “여름철 사람들이 축제와 파티를 위해 모인다”면서 “감염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언론 보도 과정에서 성소수자와 특정 인종에 대한 편견이 드러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엔 에이즈 대책 전담 기구인 유엔에이즈계획(UNAIDS)은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보도 중 일부가 성소수자와 아프리카인의 이미지를 사용해 동성애 혐오와 인종적 편결을 강화함으로써 낙인 효과를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IDS에 대한 대응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은 특정 집단에 대한 낙인과 비난이 바이러스 대응 능력을 크게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UNAIDS는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감염 사례의 상당 부분이 게이, 양성애자, 다른 남성과 성관계를 맺은 남성 중에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WHO에 따르면 감염 위험성이 가장 큰 것은 감염자와 밀접한 신체 접촉을 한 사람들”이라면서 “위험은 남성과 성관계를 맺은 남성으로만 한정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감염자와 밀접하게 접촉하면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병인데 동성애 등 특정 요인만이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매튜 카바나 유엔에이즈계획 사무부총장은 “감염자에 대한 낙인이 두려움의 악순환을 부추기고 사람들을 의료 체계에서 멀어지게 해 감염 사례를 확인하려는 노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이는 증거에 기반한 대응을 급속히 무력화하고 비효율적이고 징벌적 수단을 조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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