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모인 WTO “우크라 곡물 수출 중단 해결”

박용하 기자

식량위기 대응 공동선언하고
쌓인 3000만t 육로운송 논의

터키, 해상 유통로 재개 위해
푸틴·젤렌스키 회담 중재도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상기후로 식량위기에 봉착한 국제사회가 해결책을 찾기 위해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각료회의를 열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으며, 터키는 다음주쯤 러시아·우크라이나 양국 정상과의 회담을 통해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 재개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WTO는 12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164개 회원국 통상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각료회의를 열고 주요 현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각료회의는 2년마다 개최되는 WTO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이번 회의는 코로나19 사태로 두 차례 연기되면서 2017년 이래 5년여 만에 열리게 됐다.

외신들은 15일까지 진행되는 각료회의의 최대 현안으로 세계적인 식량위기 대응을 꼽았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이 중단됐고, 폭염·가뭄까지 겹치며 식량 수급 불안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과 식량농업기구(FAO)는 올해 3억명이 넘는 세계 인구가 기아에 처할 것으로 전망했다.

WTO 회원국들은 이번 회의에서 식량 안보 강화를 위한 공동선언문에 합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WTO 측은 일부 회원국들에 식량 수출 제한을 중단해줄 것을 촉구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최소 30여개국이 내수용 식량 확보를 위해 수출을 제한했고 이런 조치가 위기를 악화시켰다는 판단에서다.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WTO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두 가지 이슈에서 성과를 낼 것으로 조심스럽게 낙관한다”며 “하지만 거기에 이르는 것이 쉬운 길은 아닐 것이다. 울퉁불퉁하고 바위가 많을 것이며 지뢰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진행된 비공개회의에서는 러시아와 서방국가 대표단끼리의 신경전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막심 레셰트니코프 러시아 경제개발부 장관이 연설하려 하자 서방 회원국 대표들을 비롯한 30여명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간 것이다. 러시아는 식량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WTO에 협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위기의 주된 원인이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 때문이라며 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항로가 봉쇄되며 3000만t에 달하는 곡물을 쌓아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드미트로 세닉 우크라이나 외교차관은 이날 로이터통신과 인터뷰하면서 곡물 수출을 재개하기 위해 일단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으로 향하는 육로를 보완하고 있다고 밝혔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와 철로 궤도 넓이가 달라 기차에서 물품을 내렸다가 다시 실어야 해 물류 작업이 지체될 수 있으며, 루마니아로 통하는 경로는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는 해상을 통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재개하기 위해 러시아와의 중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양국의 협조를 얻어 전쟁으로 멈춰진 해상 운송로를 다시 열겠다는 취지다. 터키의 중재는 당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입장차가 커 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졌다. 다만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아마 다음주쯤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곡물 수출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지 이야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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