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만 현상 변경 반대” 시진핑 “넘어선 안될 레드라인”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5년 만에 만난 양국 정상, 모두발언선 화기애애 분위기

소통 의지 확인했지만 비공개 회담선 현안 놓고 설전

대화 채널 유지 합의…후속 논의 위해 블링컨 방중 추진

<b>한 테이블에 앉은 바이든·시진핑</b>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14일 첫 대면 정상회담을 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발리 | AP연합뉴스

한 테이블에 앉은 바이든·시진핑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14일 첫 대면 정상회담을 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발리 |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손을 맞잡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취임한 후 처음으로 양대 강국 정상들이 얼굴을 맞대고 만난 것이다. 양국이 전략적 경쟁이 격화되면서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관계를 후속 회담 등을 통해 예측 가능하게 관리할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시 주석은 이날 오후 3시쯤(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특별기편으로 발리에 도착했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 대표단이 머무는 물리아호텔에 도착하면서 역사적인 만남이 시작됐다. 오후 5시36분쯤 미소 띤 얼굴로 비교적 긴 악수를 나누며 “만나서 반갑다”는 인사를 건넨 두 정상은 회담장으로 이동해 긴 테이블 두 개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두 나라가 함께 다뤄야 할 긴급한 글로벌 사안이 너무 많기 때문에 나는 당신과 소통 창구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도 양국 관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중국과 미국은 수교 이후 50여년의 곡절 끝에 얻은 경험이 있고 역사는 최고의 교과서”라며 “우리는 그것을 거울로 삼아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중·미관계는 양국과 양국 국민의 근본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며 국제사회가 기대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오늘 우리의 회담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교적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시작된 이날 회담은 3시간을 넘겨 오후 8시48분쯤 종료됐다. 두 사람은 과거 여러 차례 대면하며 오랜 인연을 맺어왔지만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로는 한 번도 직접 만난 적이 없다.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만난 시기는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 시절이던 2017년이었다.

이날 회담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성사된 것이자 코로나19 발생 이후 3년여 만에 처음 열린 미·중 정상 간의 대면 회담이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양국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서 처음 이뤄진 회담이라는 점에서 단절된 양국 간 대화 채널을 복원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았다.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가장 첨예안 갈등 사안인 대만 문제를 비롯한 양국 현안 등 폭넓은 의제를 다뤘다.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여기는 문제들을 놓고는 설전도 오갔다.

백악관은 회담 후 보도자료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신장·티베트·홍콩 관련 문제와 인권에 대한 우려를 폭넓게 제기하고 대만 문제에 관련해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상세히 밝혔다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세계의 번영을 위태롭게 하는, 대만에 대한 중국의 강압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에 대해 미국의 반대를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시 주석은 “중국은 기존의 국제질서를 바꾸려는 의도가 없으며 중·미 관계가 제로섬 게임이 돼선 안 된다”며 “중·미 관계의 정치적 토대로 넘어서는 안 되는 첫 번째 레드라인”이라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는 전했다. 시 주석은 이어 “우리는 미국 측이 언행을 일치시켜 하나의 중국 정책과 3대 공동성명을 준수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미·중 양측은 두 정상이 이날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한반도 문제 등 국제정세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핵 새용에 반대한다는 입장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적 행동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면서 인도·태평양 동맹국 방어에 대한 철통같은 의지를 강조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미국 측에선 이날 회담에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배석했다. 중국 측에선 최고지도부인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에 새롭게 선임된 딩쉐샹(丁薛祥) 당 중앙판공청 주임, 중앙정치국 위원이 된 왕이(王毅)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허리펑(何立峰)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등이 배석했다.

백악관은 회담 뒤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블링컨 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후속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과 왕 부장이 이번 회담에서 논의된 사항을 구체화시킬 채널을 담당하게 된다. 중국은 지난 8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항의해 이 채널을 중단시켰는데 이번 회담을 계기로 재가동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을 통해 양국 정상이 대면 소통 기회를 갖는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한다. 하지만 양국의 전략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 번 만난 것으로 양국 관계의 기본적인 틀과 경쟁 구도가 바뀌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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