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외교부, 러 차관 방문 발표…SNS에서는 ‘안록산의 난’ 화제

박은하 기자
중국 정부가 25일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이 베이징에서 친강 중국 외교부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며 두 사람이 함께 걷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AFP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25일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이 베이징에서 친강 중국 외교부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며 두 사람이 함께 걷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AFP연합뉴스.

민간군사기업 바그너그룹의 무장 반란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권위가 크게 실추된 가운데 중국 정부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 정부는 반란이 일단락된 25일(현지시간) 중국 외교장관과 러시아 외교차관이 중국에서 만났다고 발표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이 베이징에서 친강 중국 외교부장과 만나 “‘공통 관심사’인 국제 및 지역 문제도 논의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마자오쉬 외교부 부부장은 이날 베이징에서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을 만나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전략적 영도 아래 중·러의 정치적 상호 신뢰가 끊임없이 심화하고 실무협력이 계속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마 부부장은 이어 “복잡하고 준엄한 국제정세 속에서 양국 정상의 중요한 공감대에 따라 제때 소통해야 한다”며 “양국 관계가 안정되고 멀리 나아가도록 하고, 양국의 공동이익을 잘 수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루덴코 차관은 “러·중 관계는 역사상 가장 좋은 시기에 있고, 양국의 고위급 교류와 각 분야 협력은 발전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중국과의 호혜협력이 더 많은 성과를 내도록 하기를 원한다”고 화답했다.

마 부부장과 루덴코 차관은 상하이협력기구(SCO)가 지역의 안전과 안정을 수호하고 각국의 공동 발전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발휘하고 있다며 단결과 협력으로 SCO의 지속적이고 순조로운 발전을 추진하자는 데 공감했다.

중국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영국·독일·프랑스 정상 등과 러시아 무장 반란 사태에 대해 논의한 것과 달리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은 이날 양국 외교 고위 당국자 간의 회담 사실을 밝혀 중·러 연대가 끈끈하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켰다.

중국 관영매체들도 바그너 그룹의 무장 반란에 대해 간략하게만 보도하고 있다. 푸틴 정권의 권위 약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이다. 글로벌타임스는 서방 언론이 러시아의 내부 모순과 분열을 보도하는 것이 “러시아의 사회 통합을 저해하려는 또 다른 시도”라고 밝혔다. 베이징에 기반을 둔 싱크탱크 중국 및 세계화연구소 헨리 왕 소장은 “우리는 러시아의 또 다른 내전이 필요하지 않다. 모든 나라의 안정을 원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미국을 상대로 패권 경쟁을 벌이면서 함께 ‘반서방 노선’을 걷는 러시아와의 제휴를 중시하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불과 며칠 전 중·러 양국은 ‘무제한 우호 관계’를 선언했다. 시 주석은 올해 러시아를 국빈방문하며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거듭 표명했다. 중국의 지지는 푸틴 대통령이 어수선한 국내 분위기를 수습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 평가된다.

중국은 한편 유럽과의 관계 개선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리창 총리가 지난주 독일과 프랑스를 방문하며 유럽이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에 동참하지 않도록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와 ‘안정’을 강조하는 지식인들의 발언은 이 같은 정부의 행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류웨이둥 중국사회과학원 미·중 관계 연구원은 중국이 러시아를 핵심 파트너로 여기고 있고 특히 서방과의 관계가 악화하면서 러시아의 국내 안정은 중국에 매우 중요하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말했다.

중국 역시 필요하면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대만 통일 이뤄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바그너 그룹의 무장 반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관변 언론인 후시진은 SNS에 “이 봉기는 우크라이나 최전선에서 러시아군의 안정에 그늘을 드리우며 러시아의 정치 지형에 반향과 파문을 일으킬 것”이라고 썼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소셜미디어(SNS)에서는 푸틴 대통령을 응원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바그너 그룹의 반란을 응원하거나 러시아 상황을 조롱하는 게시글은 검색이 제한되는 것으로 보인다.

바그너 그룹의 무장 반란을 당나라 때 변경 수비를 책임지는 절도사가 반란을 일으킨 사건인 당나라 시대 ‘안록산의 난’(755년)에 비유하는 글들도 웨이보 등에 많이 올라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안록산 언급은 온라인상에서 곧 감췄다고 보도했으나 24일 게시물들은 일부 남아 있었다. 중국 전통 왕조시대 반란의 명분으로 사용되는 ‘간신을 토벌한다(淸君側)’는 구절도 한때 중국 SNS에서 검색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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