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카포네·빌 게이츠·제인 폰다···표정 살아있네 ‘화제의 머그샷들’

박은하 기자

혁명가 레닌, 마피아 알 카포네, 흑인 민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 배우 겸 활동가 제인 폰다, 골프선수 타이거 우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이 대열에 합류했다. 머그샷을 찍은 유명인들이다.

머그샷은 경찰이 범죄를 저질러 체포된 용의자의 인상을 기록하기 위해 찍는 사진이다. 그 자체로도 중요한 기록이지만 특히 머그샷 주인공이 유명인일 경우 촬영 당시 표정이 이들의 개성을 드러내면서 많은 이야깃거리를 낳았다. 외신에서는 머그샷을 ‘하나의 장르’라고 부를 정도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처음 기소된 지난 4월 “유명인 머그샷은 그 자체가 하나의 장르이다. 부유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이 무너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도 머그샷을 찍을지를 두고 관심을 보였다.

AFP통신은 24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항적 표정을 하고 찍은 머그샷이 공개되자 “이 장르의 진정한 고전”이라고 소개했다.

외신을 바탕으로 화제의 머그샷과 머그샷 관련 이야깃거리를 모았다.

머그샷 발명가

프랑스 경찰관 알퐁스 베르티옹이 머그샷 촬영 과정과 양식을 표준화하며 1888년 찍은 최초의 머그샷. 위키백과 공용이미지

프랑스 경찰관 알퐁스 베르티옹이 머그샷 촬영 과정과 양식을 표준화하며 1888년 찍은 최초의 머그샷. 위키백과 공용이미지

머그샷은 언제부터 찍었을까. 최초의 머그샷 주인공은 범죄 용의자가 아니다. 프랑스 경찰이자 연구원이었던 알퐁스 베르티옹이 1840년대부터 있었던 범죄 용의자 촬영 방식과 과정을 표준화하기 위해 1888년 직접 머그샷을 찍었다. 그가 ‘머그샷 발명가’로 불리는 이유이다.

베르티옹은 1853년 파리에서 통계학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1879년 경찰관이 된 뒤 체계적인 범죄자 신원 분석에 관심을 쏟았다. 그는 인류학에서 활용되던 인체 측정을 범죄자 식별에 도입했다. 키, 발 길이, 머리 길이 등을 측정했으며 나중에는 지문이 활용됐다. 머그샷 발명도 체계적 범죄자 분류·식별 작업의 일환이었다.

베르티옹의 분류 시스템은 19세기~20세기 파리 뒷골목의 흑인 성매매 여성이나 노동자를 감시하고 분류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베르티옹은 ‘드레퓌스 사건’에서 필적 전문가로서 증언했는데, 이때 잘못된 증언을 해 드레퓌스가 종신형을 받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20세기 초 역사적 인물

무솔리니 머그샷. 위키백과 공용이미지

무솔리니 머그샷. 위키백과 공용이미지

소련 지도자인 블라디미르 레닌과 이오시프 스탈린은 모두 혁명 활동으로 체포돼 1911년 머그샷을 찍었다.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지도자 베니토 무솔리니도 젊은 시절 징병을 피해 스위스로 도피했다 체포돼 1903년 머그샷을 찍었다.

알 카포네 머그샷. 위키백과 공용 이미지

알 카포네 머그샷. 위키백과 공용 이미지

금주법 시대 시카고의 악명 높은 마피아 지도자 알 카포네는 1931년 탈세 혐의로 체포돼 이듬해 머그샷을 찍었다. 머그샷 촬영 당시 카포네는 다소 통통한 모습에 두려움이 느껴지지 않는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그는 9년 뒤 석방됐으나 병 들고 허약해진 상태에서 사망했다.

민권운동가


1955년 백인에게 버스 좌석을 양보하지 않아 체포된 미국 앨라배마주 흑인 여성 로자 파크스의 머그샷.  게티이미지

1955년 백인에게 버스 좌석을 양보하지 않아 체포된 미국 앨라배마주 흑인 여성 로자 파크스의 머그샷. 게티이미지


미국에서 1950~1960년대 민권운동을 하던 많은 인물들도 당시에는 범법자로 간주돼 체포돼 머그샷을 찍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 메드가 에버스 등도 자신의 머그샷 사진을 갖고 있다.

흑인 인권 운동의 상징적 인물인 로자 파크스도 머그샷을 찍었다.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에 살던 그는 1955년 12월 1일 버스 안에서 백인 남성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돼 이듬해 머그샷을 찍었다. 극심한 인종차별로 흑인과 백인이 버스 안에서 서로 다른 좌석에 앉아야 했고 만석 시 흑인이 양보해야 하는 법이 있던 시절이었다. 파크스의 체포는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 운동으로 이어져 미국에서 민권운동이 불 같이 일어나는 계기가 됐다.

고 존 루이스 미국 연방 하원의원 머그샷. / 루이스 엑스(현 트위터)

고 존 루이스 미국 연방 하원의원 머그샷. / 루이스 엑스(현 트위터)

흑인 인권운동가 출신으로 미국 하원의원을 역임했던 고 존 루이스는 2014년 자신의 석방 53주년을 기념해 1961년 미시시피 주 잭슨에서 찍은 자신의 머그샷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머그샷 속에서 그는 당당한 표정으로 살짝 미소를 짓고 있다.

성격 나오는 유명인 머그샷

제인 폰다 머그샷

제인 폰다 머그샷

배우이자 정치활동가인 제인 폰다는 1970년 마약 밀수 혐의로 체포돼 머그샷을 찍었을 때 주먹을 쥔 손을 들어올리는 포즈를 취했다. 폰다의 혐의는 취하됐다. WP에 따르면 폰다는 여전히 자신의 머그샷 이미지가 포함된 머그컵, 티셔츠 등을 팔고 있다.

MS 창업자 빌 게이츠는 20대였던 1977년 무면허 운전으로 적발됐을 당시 활짝 웃으며 머그샷 촬영에 임했다. 힐튼 그룹 상속녀인 패리스 힐튼도 2010년 코카인 소지 혐의로 붙잡혔는데, 머그샷 촬영시 여유 있는 표정으로 화제가 됐다. 힐튼 역시 이 사진을 티셔츠와 머그컵에 새겨 판매하고 있다.

빌 게이츠의 머그샷

빌 게이츠의 머그샷

반면 머그샷에서 분노나 비참한 심경을 고스란히 드러낸 경우도 있다. 배우 휴 그랜트는 1995년 성매매 혐의로 덜미를 잡히며 머그샷을 찍게 됐다. 그는 이때 어깨가 굽은 삐딱한 자세로 카메라를 노려보는 표정을 지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2017년 음주운전을 했던 일로 머그샷을 촬영했다. 퉁퉁 부은 얼굴에 눈꺼풀은 반쯤 감겨있는 등 표정이 좋지 않았다.

논란의 머그샷 활용

아내 살해 혐의로 기소된 미식축구 선수 O.J. 심슨의 머그샷 사진(왼쪽) 원본과 피부를 더 어둡게 처리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타임지 표지 사진.

아내 살해 혐의로 기소된 미식축구 선수 O.J. 심슨의 머그샷 사진(왼쪽) 원본과 피부를 더 어둡게 처리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타임지 표지 사진.

미식축구 스타이자 배우인 O.J 심슨은 1994년 아내 살해 혐의로 체포돼 머그샷을 찍었다. 미 타임지는 이 머그샷을 표지에 게재하면서 심슨의 피부를 더 검게 보이도록 이미지를 변경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타임지는 이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 심슨은 형사재판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민사재판에서는 살해에 책임이 있다는 평결이 내려졌고, 거액의 배상금을 책정받았다.


Today`s HOT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불타는 해리포터 성 해리슨 튤립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