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가짜뉴스 네트워크가 케이트 왕세자빈 루머 키웠다”

정원식 기자
지난 2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버킹엄궁 앞에서 한 시민이 스마트폰으로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빈이 자신의 투병 사실을 알리는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버킹엄궁 앞에서 한 시민이 스마트폰으로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빈이 자신의 투병 사실을 알리는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암 투병 중인 것으로 알려진 케이트 미들턴 영국 왕세자빈과 관련한 루머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무차별적으로 유포된 배경에 러시아 가짜뉴스 네트워크가 자리잡고 있다고 BBC와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왕세자빈은 지난 1월 복부 수술을 받은 뒤 대중들 앞에서 거의 모습을 감춰 SNS상에서 왕세자빈의 거취를 둘러싸고 사망설, 대역설, 이혼설 등 갖가지 루머가 퍼졌다. SNS상에서는 ‘케이트미들턴’(#KateMiddleton), ‘왕실발표’(#RoyalAnnouncement)처럼 왕실 관련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이 수십억 차례 공유되며 루머를 확대 재생산했다.

BBC에 따르면 카디프 대학교 안보범죄정보혁신연구소 마틴 이네스 소장과 그가 이끄는 연구팀은 최근 왕세자빈 관련 루머를 체계적으로 증폭시킨 엑스(옛 트위터) 계정 45개를 발견했다. 조사 결과 이들 대부분은 이번달에 생성됐다.

이들 계정은 조작된 것이 분명해 보이는 왕세자와 왕세자빈의 이미지를 공유하면서 “왜 거대 언론들은 우리가 이 사진을 케이트와 윌리엄이라고 믿게 만들려고 하는 걸까. 이건 케이트나 윌리엄이 아닌데...”라는 설명을 달아놨다. 연구팀이 이 게시물의 출처를 추적해보니 ‘마스터 퍼스(Master Firs)’라는 이름의 계정에서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네스 소장에 따르면 이처럼 하나의 마스터 계정 아래에 수많은 가짜계정들이 서로 답글을 달고 메시지를 공유하면서 가짜뉴스를 증폭시키는 것은 전문가들이 ‘도플갱어’라고 부르는 러시아의 가짜뉴스 캠페인과 비슷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022년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도플갱어 캠페인은 유럽과 미국의 유력 언론사 홈페이지를 위조해 우크라이나 또는 서방 국가들을 음해하는 가짜뉴스를 게재한 뒤 이를 페이스북 페이지 등을 통해 퍼뜨리는 수법이다.

러시아 가짜뉴스 네트워크는 가짜뉴스를 새로 만들어내는 대신 이미 존재하는 논란과 의혹을 더욱 부추겨 사회를 분열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킹스칼리지런던의 가짜뉴스 전문가 존 루젠비크 박사는 BBC에 이 같은 러시아 가짜뉴스 네트워크는 사회적 혼란과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이슈라면 소재가 무엇이든 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데일리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러시아, 중국, 이란이 영국을 동요시킬 목적으로 왕세자빈에 대한 가짜뉴스를 부추긴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앞서 지난 18일에는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사망했다는 글이 러시아 SNS와 러시아 매체를 타고 확산돼 영국의 외국 주재 공관들이 이를 부인하는 등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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