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여왕 시대’ 맞이할까···국민 90% “여왕 인정할 수 있어”

박용하 기자

일 왕위 계승할 남성이 부족해지면서

남성만이 왕이 돼야 한다는 관념 변화

일 국민 88% “일왕제 있는 편이 좋다”

나루히토 현 일왕의 딸인 아이코 공주(23). | 일본 궁내청 홈페이지

나루히토 현 일왕의 딸인 아이코 공주(23). | 일본 궁내청 홈페이지

일본 국민들의 90%는 ‘여왕’ 옹립을 수용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왕위를 계승할 남성이 부족해 안정적인 이양이 어려워지면서, 오직 남성이 왕이 돼야 한다는 기존의 사고 방식이 변화를 맞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교도통신은 다음달 1일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 5주년을 앞두고 일본인 3000명을 대상으로 왕위 계승 등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를 지난 27일 공표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약 90%가 ‘여왕을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일본 왕실 관련 법률인 ‘황실전범’은 아버지로부터 왕실 혈통을 물려받은 남성만 왕위를 계승토록 정했고 일각에서도 이를 지지해 왔으나, 이젠 여왕 옹립을 수용하는 여론이 대세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여성 일왕을 찬성하는 이유를 꼽아 달라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50%가 ‘일왕 역할에 남녀는 관계없다’고 답했다. 반대하는 이유로는 ‘남성이 왕위를 계승하는 것이 일본의 문화에 맞다’가 45%로 가장 많았다.

여왕 옹립을 지지하는 여론의 배경에는 안정적인 왕위 계승이 어려워진 현재의 왕실 상황이 작용했다. 나루히토 현 일왕은 슬하에 아들 없이 아이코 공주(23)만 뒀기에, 향후 계승 1순위는 그의 동생인 후미히토 왕세제이다. 또 후미히토 왕세제도 자녀 3명 중 막내인 히사히토(17)만 아들이라 계승 대상자가 극히 적은 편이다.

이에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72%는 일왕 계승의 안정성과 관련해 ‘위기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현 시점부터 여왕 인정을 포함해 계승 방안을 시급히 검토해야 한다는 여론이 응답자의 35%로 가장 많았으며, ‘시간을 갖고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은 26%였다.

현재 일왕 일가 중에는 아이코 공주가 겸손하고 검소한 모습을 보여 국민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는 최근 도쿄에 있는 일본 적십자사 청소년 자원봉사 부서의 직원으로 입사했으며, 10년째 같은 물통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번 조사에서 왕실에 관심이 있는 국민들은 67%로 2020년 조사보다 8%포인트 하락했다. 다만 일왕제에 대해서는 88%가 ‘있는 편이 좋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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