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 장위뉴타운, 17년 만에 ‘완전체’로 반전 드라마

글·사진 류인하 기자
저층 주택이 즐비한 서울 성북구 장위동 장위 8구역 너머로 브랜드 아파트들이 보인다. 8구역과 인접한 장위 1·7구역에는 최근 몇 년 사이 ‘래미안장위포레카운티’와 ‘꿈의숲아이파크’ 단지가 들어섰다.

저층 주택이 즐비한 서울 성북구 장위동 장위 8구역 너머로 브랜드 아파트들이 보인다. 8구역과 인접한 장위 1·7구역에는 최근 몇 년 사이 ‘래미안장위포레카운티’와 ‘꿈의숲아이파크’ 단지가 들어섰다.

2005년 15개 구역 뉴타운 지정
경제성 낮아 6곳은 사업 포기
밀어붙인 동쪽에만 아파트촌

“며칠 전부터 ‘한 달 안에 집 팔아주겠다’는 사람들이 돌아다니긴 했어. 우리 집도 이틀 전에 한 번 또 다녀갔었어. 뭘 하긴 하나보다 했지.”

7일 만난 서울 성북구 장위3동에 44년째 살고 있는 A씨(82)는 최근 들어 동네를 찾는 외지인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좋은 값에 팔아줄 테니 집을 넘기라’는 업자도 A씨 집을 2번이나 다녀갔다. A씨는 “전에도 무슨 개발을 한다고 그 난리를 치고 집값만 올려놓더니 또 그런다”고 불평했다. ‘어차피 진짜 재개발이 시작되면 다시 돌아오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는 A씨는 집을 팔고 나갈 생각을 갖고 있다.

1991년에 지어진 B맨션은 얼마 전 폭우로 건물 외벽이 갈라지면서 긴급 보수공사를 했다. 건물 한쪽 벽면 전체를 시멘트로 덧발랐다. 주민 C씨는 “자칫 건물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장위 8구역 일대는 40~50년 이상 된 저층주택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한때 서울 최대 규모의 뉴타운으로 관심을 모았지만 뉴타운지정 해제와 함께 시간도 멈춘 듯 보였다.

장위뉴타운은 서울 성북구 장위동 전체 면적 186만7000㎡(56만5700여평)를 15개 구역으로 나눠 아파트 2만3846가구를 짓는 계획으로 2005년 지정됐다. 그러나 2008년 말 불어닥친 금융위기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뉴타운사업도 중단됐다. 주민 D씨는 “사업성이 떨어져도 너무 떨어지는 상황이었다. 재개발을 하면 10평짜리 집이 5평짜리가 되는데 누가 선뜻 나설 수 있냐. 계속 추진하자고 하기에는 당시 사업성이 너무 떨어졌다”고 말했다. 계속 추진하자는 주민과 그만두자는 주민 사이에 갈등이 커졌다. 2014년 장위 12구역이 가장 먼저 사업을 접었다. 뒤이어 13구역이 뉴타운 사업을 포기했다. 8·9·11구역(2017년), 15구역(2018년)도 순차적으로 뉴타운 사업을 접었다. 장위뉴타운 서쪽지역 대부분이 사업을 중단한 셈이다.

‘반쪽짜리’ 장위뉴타운, 17년 만에 ‘완전체’로 반전 드라마

■ 반쪽짜리가 된 장위뉴타운 사업

반면 끝까지 밀어붙였던 장위뉴타운 동쪽은 점차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했다.

장위 2구역은 ‘꿈의숲코오롱하늘채’(2017년 10월 입주)가, 장위 1구역은 ‘래미안장위포레카운티’(2019년 6월 입주), 장위 5구역은 ‘래미안장위퍼스트하이’(2019년 9월 입주)가 순차적으로 들어섰다. 2020년 12월에는 장위 7구역에 ‘꿈의숲아이파크’가 들어섰다. 4구역은 2025년 3년 입주를 앞두고 있다. 6·10구역도 정비사업 막바지 단계에 해당하는 관리처분 인가를 마쳤다. 불과 몇 년 사이 장위뉴타운의 가장 중심에 있는 장위 8·9역은 고층아파트로 둘러싸였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3월 제2차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후보지로 서울 성북구 장위동 장위뉴타운 장위 8·9구역을 선정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국토교통부는 2종 일반주거지역이었던 장위 8·9역을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종상향했다. 다만 구역의 특성 등을 감안해 9구역은 35층 이하로 지어질 예정이다. 9구역 재개발추진위원회 관계자는 “9구역은 토지 등 소유자가 670명에 불과해 35층 이하로 지어도 2300여가구가 들어설 수 있어 사업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장위 8구역(토지 등 소유자 1240명)은 재개발이 완료되면 2400여가구 대단지로 탈바꿈한다.

성북구도 힘을 실었다. 이승로 구청장은 제1호 부동산정책으로 ‘재개발·재건축 신속추진단’을 설치했다. 부구청장과 도시관리국장이 각각 단장, 부단장을 맡았다. 공공재개발·신속통합기획 등 각종 공모사업 진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도 조정위원회를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작년 8·9구역 공공재개발 선정
서울시·성북구·SH 적극 지원
8구역 사전기획회의 등 속도전

■ 성북구, ‘재개발·재건축 적극 지원’

민간개발로 진행할 경우 행정처리 한 건에 몇 달씩 걸리던 계획안 작성이나 인허가 문제 역시 서울시, 서울주택도시공사(SH), 성북구 추진위원회가 함께 검토하며 시간을 최대한 단축시키고 있다. 장위 8구역은 올해 상반기에만 총 10차례에 걸쳐 사전기획회의를 실시했다. 공공공지 활용방안에서부터 신한천로 정비검토, 용도지역 변경 및 사업성 비교검토, 종교시설 처리방안 등을 확정지었다.

재개발 과정에서 소외될 수 있는 주민 이주 및 재정착 방안도 마련 중이다. 투기우려세력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했다. 성북구 관계자는 “장위 8·9구역의 경우 공모 공고일인 2020년 9월21일 이후 지어진 다세대·빌라 등은 모두 현금청산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재개발로 성북구의 고질적인 문제인 교통망 역시 개선된다. 장위 8·9구역 사이를 가로지르는 왕복 4차로 돌곶이로는 차로를 확장한다. 돌곶이로는 강북구 북서울꿈의숲까지 직선거리로 연결된다. 장위동은 2026년 완공 예정인 동북선 도시철도 최대 수혜지역으로도 꼽힌다. 동북선은 지하철 왕십리역(2·5호선·수인분당선)을 출발해 제기동역(1호선), 미아사거리역(4호선) 등을 거쳐 상계역(4호선)까지 연결된다. 동북선 개통 시 상계역에서 강남구 삼성동까지 환승으로 40분대 이동이 가능해진다. 구 관계자는 이날 “동북선이 개통하면 성북구 종암, 길음, 월곡, 장위동 지역의 교통여건이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Today`s HOT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