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만화적인 상상력으로 더 잔혹해졌네

- 소녀검객 아즈미 대혈전 2(Azumi II : Death or Love) -

고아가 된 아즈미(우에토 아야)는 헛된 전쟁을 없애 자신 같은 고아가 더 이상 생기지 않게 하기위해 최강의 전사가 된다. 겨우 진정된 세상을 부추겨 어떻게든 전쟁을 일으키려는 사나다를 죽이지 못한 아즈미의 목표는 분명하다. 사나다를 죽이면 더 이상 세상에 전쟁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 그 믿음 하나로 동료들의 죽음을 뒤로 한 채 사나다의 본거지를 향해 나아간다.

[영화리뷰] 만화적인 상상력으로 더 잔혹해졌네

전편을 이렇게 마감한 아즈미는 속편이 시작되자마자 사나다가 보낸 닌자들에게 쫓긴다. 철갑 옷을 입은 기사단은 아즈미와 나가라(이시가키 유마)를 위험에 빠뜨리지만 아즈미의 기지로 겨우 빠져나온다. 싸움은 아즈미와 닌자들의 대결로 좁혀진다. 치열한 전쟁은 이렇게 늘 아랫사람들의 몫이다. 살아남기 위해 수련 중 단짝을 제거해야 하는 혹독한 훈련을 받은 아즈미는 오로지 전쟁을 종식시키겠다는 일념뿐이다. 때문에 아즈미는 자신의 전쟁은 정당하다 믿는다.

아즈미는 산적단의 부두목 긴카쿠를 만나는 순간 멈칫한다. 어린 시절 둘도 없는 사이였지만 임무를 위해 죽여야 했던 단짝 나치와 너무 닮았다. 긴카쿠 일행은 산속에 아지트를 두고 사람들의 돈을 빼앗아 갈 곳 없는 아이들을 돌본다. 전쟁을 없애기 위해 검객이 됐다는 아즈미의 논리는 이곳에서 난관에 부딪친다. 어떤 식으로든 살인은 옳지 못하며 전쟁을 없애겠다는 명분으로 죽인 자들의 아이들이 아즈미와 같은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영화는 오락 속에 전쟁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첨가하지만 심각한 정도는 아니다. 과연 목적이 있으면 수단이 정당화 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아즈미는 ‘사명’이라는 굴레에 갇혀 길을 떠난다.

[영화리뷰] 만화적인 상상력으로 더 잔혹해졌네

내부 첩자에 의해 아즈미는 나가라를 잃고 더욱 곤혹스런 상황에 처한다. 임무를 완수하려는 아즈미와 사람이 살아있는 한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는 긴카쿠의 견해차는 쉽사리 줄어들지 않는다. 아즈미는 혼자만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거구에다 괴력을 발휘하는 롯빠와 치명적인 거미줄 함정을 파는 츠치구모 그리고 사나다의 총애를 받는 민첩한 여성닌자 쿠뇨 캐릭터는 만화적인 상황을 연출한다. 만화를 원작으로 한 탓인지 영화 역시 상당부분 만화적인 상상력이 발휘된다.

싸움의 수준이 고르지 않음은 재미를 반감시키는 요인이다. 만화적인 캐릭터에 맞설 때는 아즈미의 몸놀림 역시 현란하다. 하지만 일반 병사들과 싸울 때는 그 실력이 다 어디가고 오합지졸 같은 답답한 몸놀림을 보여준다. 사람이 여러 방향으로 도막나는 등 좀 더 잔혹함을 선보이는 아즈미의 무표정은 섬뜩하다. 동시에 청순함을 간직한 우에노 아야의 매력은 여전하다. 도막나 흘러내리는 자신의 얼굴 한쪽을 받쳐 드는 악당의 모습은 웃음과 엽기, 잔혹을 한 번에 느끼기에 충분하다. 15세이상 관람가. 29일 개봉.

〈김용필 영화칼럼니스트 ypil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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