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차려입은 ‘웅녀 곰’…버디베어 페스티벌

시가를 문 쿠바의 곰, 빨강·파랑·흰색으로 된 국기를 목에 두른 프랑스 곰, 머리에 월계관을 쓴 그리스 곰, 캥거루를 몸에 그린 호주 곰….

전세계 124개국의 곰들이 마치 미스 유니버스 대회 야회복 심사에 나온 각국의 미인들처럼 국가를 대표해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

울올림픽공원에서 내달 9일까지 열리는 ‘2005 아름다운 버디베어 서울 페스티벌’에 출품된 124개국의 곰들.

울올림픽공원에서 내달 9일까지 열리는 ‘2005 아름다운 버디베어 서울 페스티벌’에 출품된 124개국의 곰들.

‘2005 아름다운 버디베어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는 서울 올림픽 공원 평화의 광장에 손을 번쩍 들고 둥그렇게 둘러선 124마리의 곰들 사이에는 인종이나 국력, 이념의 차이가 없다. 단지 곰들 사이의 우열은 ‘아이들이 어느 곰 옆에서 사진을 더 많이 찍는가’에 달려 있을 뿐인 것처럼 보인다.

124개국 중에는 서로 총부리를 겨눈 나라들도 있다. 하지만 곰들은 모두 한자리에서 사이좋게 웃고 서 있다. 미국과 이라크 곰도 이 중에서 찾을 수 있다.

자유의 여신상 모양으로 오른손에 횃불을 들고 머리에 관을 쓴 미국 곰도 인기지만, 페르시아 왕궁을 배경으로 마법 양탄자를 타고 하늘을 나는 어린이들이 그려진 이라크 곰 주위에도 아이들이 꽤 몰린다.

사석원 작가가 만든 한국곰은 한복을 입고 배에 호랑이가 그려진 ‘웅녀 곰’이다. 아토마우스를 그리는 작가 이동기씨는 조직위원회의 곰을 따로 제작했다.

특히 북한곰은 2002년 이 행사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참가한다. 북한작가 임창복·김익현씨가 제작한 북한곰은 ‘통일 곰’. 푸른 바탕의 상단에 백두산, 하단에 한라산이 그려져 있고, 뒷면에는 금강산에서 팔선녀가 노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베를린에서 운송해온 북한곰을 제작한 두 북한 작가는 “우리의 곰이 지구를 한바퀴 돌 때쯤, 통일이 되어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라는 친필 서신을 보내왔다.

‘버디베어 페스티벌’은 유엔 회원국 124개국 출신 예술가들이 각국의 혼과 숨결을 담아 제작한 2m 높이의 곰 조형물 전시.

독일 클라우스 헤어리츠 박사 부부가 1989년 독일 통일을 계기로 인류의 상호이해와 ‘톨레랑스(관용)’ 정신을 표현할 상징물을 기획하던 중 곰을 생각해 냈다. 그리고 700년 전통의 곰 역사를 지닌 베를린시에서 2002년 첫 행사를 열고 세계순회 전시중이다.

그동안 오스트리아 키츠뷔헬, 홍콩, 터키 이스탄불, 일본 도쿄에서 개최됐고 이후 시드니, 베를린, 그리고 평양에서도 열릴 예정이다.

버디베어 조형물 자선경매와 협찬을 통해 적립된 수익금은 8월 현재 1백7만유로에 달하며 이 금액은 극빈 지역 어린이 돕기 기금으로 쓰인다.

서울행사 수익금은 아름다운재단과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로 전액 배분될 예정이다. 내달 9일까지. (02)416-3172

〈이무경기자 lm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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