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손’ 매닝 슈퍼볼 기적…39초 남기고 터치다운 패스 ‘MVP’

류형열기자

‘와일드 카드’ 뉴욕 18년만에 우승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쿼터백 톰 브래디는 완벽한 남자 같았다.

이미 세 번의 슈퍼볼 우승과 두 번의 슈퍼볼 최우수선수(MVP)를 경험했다. 슈퍼모델과 데이트 중이고 팀은 1972년 마이애미 돌핀스 이후 사상 두번째 전승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올 정규 시즌에선 50개의 터치다운 패스로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에서 패배를 안겼던 페이튼 매닝(인디애나폴리스 콜츠·49개)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축배를 드는 일만 남은 듯했던 4일 제42회 슈퍼볼은 브래디에게 악몽의 밤이 됐다. 그는 또 다른 매닝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번엔 일라이 매닝(뉴욕 자이언츠 쿼터백), 페이튼의 동생이었다.

일라이가 지난해 형 페이튼에 이어 2년 연속 슈퍼볼 형제 MVP의 역사를 쓰면서 브래디는 쓸쓸한 조연으로 전락했다.

브래디는 이날 무려 5개의 ‘색(sack, 상대 쿼터백에게 패스를 못하게 태클하는 수비)’을 당했다.

역사는 만들어졌지만 경기 전 예상과는 전혀 다른 역사였다.

적어도 이날 밤 일라이 매닝은 기적을 만들어내는 영웅의 풍모를 유감없이 선보였다.

4쿼터 종료 2분45초 전 뉴욕 골문 오른쪽에 파고들어간 와이드리시버 모스에게 브래디의 6야드짜리 터치다운 패스가 연결됐다. 스코어는 14-10으로 재역전. 남은 시간과 뉴잉글랜드의 막강 수비력을 감안하면 승부는 끝난 듯했다. 브래디는 때 이르게 하이파이브를 했다.

그러나 브래디의 터치다운 패스는 신화를 만든 화룡점정의 패스가 되지 못했다. 일라이와 뉴욕에는 아직 승부가 끝나지 않았다.

늘 뒷심 부족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일라이였지만 이날은 달랐다. 종료 2분여 전 그는 세번째 공격에서 상대 수비수에게 색을 당할 위기를 맞았다. 색을 당하면 사실상 승부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그는 뉴잉글랜드 수비수들에게 유니폼을 잡히면서도 필사적으로 벗어난 뒤 러닝백 데이비드 타이리에게 32야드짜리 패스를 날렸다. 타이리의 집념도 무서웠다. 머리 뒤쪽으로 날아오는 볼을 잡은 타이리는 상대의 태클에 몸이 ㄱ자로 꺾여 떨어지는 와중에도 볼을 놓치지 않았다.

기적처럼 공격권을 이어간 뉴욕은 종료 39초 전 일라이가 뉴잉글랜드 골문 왼쪽에 있던 플라시코 버레스에게 13야드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시켜 승부를 뒤집었다. 17-14. 럭셔리 박스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형 페이튼은 펄쩍펄쩍 뛰며 극적인 순간을 만끽했다.

브래디는 마지막 안간힘을 써봤지만 더 이상의 반전은 없었다. 시즌 내내 한 번도 지지 않았던 뉴잉글랜드는 마지막 39초를 견디지 못하고 통한의 눈물을 뿌려야 했다.

뉴욕은 86년, 90년에 이어 18년 만에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를 되찾으며 통산 세번째 슈퍼볼 정상에 올랐다. 뉴욕은 또 와일드카드로 우승한 첫번째 내셔널리그팀이 되는 기록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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