⑧ 붕가붕가 레코드

글 | 홍정택(가슴네트워크 필자)·진행 |

지속가능한 음악 취미생활을 위하여

쑥고개 청년들의 유쾌한 습격, 보다 싸게, 보다 쉽게, 보다 들을 만하게

재능이나 운명을 타고나는 사람만이, 혹은 목숨 걸고 일생을 투신하기로 다짐한 사람만이 음악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취미로, 때로는 여가생활로도 음악을 할 수가 있다. 그러던 와중에 관심이 깊어지고, 스스로 곡도 쓰고 싶고, 공연도 해보고 싶고, 음반도 만들어보고 싶어질 수도 있다.

장기화와 얼굴들

장기화와 얼굴들

하지만 ‘자연스럽게’ 음악에 발을 들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곡이 있어도 어떻게 녹음을 하고, 어디서 누구와 공연을 하며, 또 어떻게 음반을 찍어내고 이것을 알릴 것인가는 막막한 일이다. 그렇다고 전문 기획사에 들어가 생업을 삼기엔 부담스럽다.

붕가붕가레코드는 여기서 출발한다. 최소 투자와 이를 안정적으로 회수하는 시스템을 통해 보다 쉽게 음악을 시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주는 레이블. 최초 관악구의 캠퍼스 밴드들을 위한 기념 음반을 만들던 데에서부터 출발한 붕가붕가레코드는 생업에 피곤한 음악인들에게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을 하게 해준다는 모토로 보다 싸게, 보다 쉽게, 그러면서도 보다 들을 만한 음악이라는 모토 하에 지속적으로 음반을 제작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이렇다 할 녹음실과 시설도 없고 앨범도 수공업으로 한 장 한 장 제작한다. 악기 편성, 장르에도 제약이 많다. 하지만 분명 그들은 한국 인디 신에 생활과 밀착된 새로운 음악 생산의 방법론을 거친다.

고건혁(이하 ‘고’), 윤덕원(이하 ‘윤’) 공동대표는 붕가붕가레코드를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을 추구하는 수공업 소형 음반 제작 전문 레이블”이라고 소개했다. 관악포크협의회, 청년실업을 거쳐 작년 ‘브로콜리너마저’를 히트시키며 한국 인디 음악 신에서 엄연히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소위 ‘뜨는’ 레이블이다. 이들만의 독특한 레이블 경영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인터뷰를 청했다.

-최초 붕가붕가레코드의 설립 배경은 무엇인가.

술탄오브더디스코

술탄오브더디스코

“(고) 처음에는 학내에서 창작곡을 만들고 연주, 공연하는 밴드들의 컴필레이션 앨범 제작 작업에 참여했었고, 이것이 ‘관악포크협의회’의 모태가 되었다. 이후 관악포크협의회의 첫 앨범을 만들면서부터 붕가붕가레코드라는 레이블을 최초로 사용하게 되었다. (윤) 레이블이라고는 하지만 다른 대형 기획사나 시스템이 잘 갖춰진 레이블들에 비하면 붕가붕가레코드는 아직 음악하는 사람들의 모임 같은 성격이 강하다. 실제로 엄격하게 음악의 권리에 대한 계약을 맺는 것도 아니고, 소속 뮤지션과 기획 전문 인력 사이의 경계도 모호한 편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 ‘빡센 취미생활’로서 음악을 해 나가는 것, 이것이 우리 붕가붕가레코드의 모토이자 특징이다.”

-붕가붕가레코드만의 경영상의 특징은 무엇인가.

[한국의 인디레이블]⑧ 붕가붕가 레코드

“(윤) 2005년 최초로 붕가붕가레코드의 활동을 시작했을 때만해도 구성 뮤지션들 대부분이 군인이었을 정도로 상황이 열악했다. 지금도 우리 소속 뮤지션들 대부분은 돈벌이를 위한 별도의 생업이 있다. 이 때문에 대형 기획사나 규모가 큰 인디 레이블들처럼 전업을 하라거나 더 많은 시간과 노력, 자본을 투자하라고 강요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소규모 물량만을 작업해, 공연장과 일부 매장 등에 직접 유통함으로써 제반 과정에서의 지출을 줄이고, 이를 통해 적은 비용으로도 음반을 지속적으로 출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시스템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고) 아무래도 소속 뮤지션들이 비전업인 경우가 많다 보니 겪게 되는 어려움도 있다. 공연을 할 경우 한 달 전에는 장소 협의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회식이나 출장 등 뮤지션들 각자의 스케줄 때문에 한 달 전에 공연에 참가할 뮤지션들의 스케줄을 확정짓는 것 자체에 어려움이 많다. 음반 같은 경우에는 우리가 워낙 적은 물량만 생산하기 때문에 공연 등을 통해서 꾸준히 잘 팔리는 편이라 그 쪽에 대해서는 크게 고민해 보지 않았다. 물론 그런다고 떼돈을 버는 것은 아니지만.”

-아마추어리즘의 경계에 서 있는 레이블 같다는 느낌이 든다.

[한국의 인디레이블]⑧ 붕가붕가 레코드

“(윤) 저예산으로 생산한다고 해서 그것이 꼭 아마추어리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설립취지를 이야기할 때 다른 레이블들과 우리 사이의 가장 큰 차별점으로 ‘빡센 취미생활’을 언급했는데,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언급한 데에는 사실 음악을 하는 데에 있어 봉착하게 되는 ‘진입장벽’을 낮춰보자는 의도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목표가 우리만의 경영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진입장벽이라 함은.

“(윤) 그저 음악이 좋고, 그래서 한 번 해 보고 싶다고 해서 누구나 앨범을 만들고 공연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를 위해 투자해야 하는 노력과 시간, 자본은 개인에게 있어 삶과 직결되는 것이기에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다. 이 때문에 많은 인디밴드들이 생활고를 겪다가 음악을 그만두게 되고, 역으로 음악에 흥미를 가진 사람이라도 쉽사리 앨범을 내거나 공연을 하는 등 ‘뮤지션’으로서의 한 발을 내디디는 데에 주저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투자와 회수의 진입장벽을 낮추려 한다. 적게 투자해서도 음반을 만들어낼 수 있고, 공연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듦으로써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음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편 이 과정에서 큰 수익은 아니더라도 투자한 원금을 회수, 다음 작업으로 진행시킬 수 있는 안정적인 순환의 구조를 만들어 이것을 지속가능한 활동으로서 연결시키려는 것이 우리 붕가붕가레코드의 경영 방침이다. (고) 진입장벽 때문에 생업에 쫓겨 음악을 그만둔 신인들을 불러 모은다. 정규 앨범은 돈이 많이 드니, 빨리 만들고 적게 찍어서 빨리 팔아 치우는 수공업 소형 음반을 낸다. 이걸 백 번쯤 반복한다. 이런 식으로 수공업 소형 음반이 100탄쯤 나올 때면 뭔가 달라져 있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말하는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의 실체이자 붕가붕가레코드의 궁극적 목표다.”

-포크, 통기타 음악에 기반을 둔 뮤지션이 많은 것은 음악적 선호인가, 현실적 제약 때문인가.

기타트윈스

기타트윈스

“(고) 후자에 가깝다. 사실 우리가 지향하는 음악은 밴드 음악이다. 하지만 밴드 편성을 하게 될 경우 녹음 과정에서 비용이나 장비나 시간적인 면으로 부담이 많이 가는 것이 사실이다. 한 예로 드럼은 무조건 머신으로 찍으라고 하고, 악기 편성도 기타와 베이스 정도로 할 것을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 생각해 보면 이런저런 제약이 많은 것일 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곡을 뽑아내는 뮤지션들을 보면 역시 노래의 힘은 송라이팅에 있다는 사실을 느낀다.”

-붕가붕가레코드가 생각하는 한국 인디음악계의 현실은 어떤가.

“(고) 다양한 형태의 음악들이 공존하고, 많은 가능성이 있는 곳인 것 같다. (윤) 다만 아쉬운 점은 최초 홍대 인디 음악이 창궐할 때 활동하셨던 분들과 우리처럼 소위 2세대라고 불리는 사람들 사이에 고리가 될 만한 분들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최초 인디 음악과 요새 인디 음악들 사이에 단절된 느낌이 든다. 그리고 매출 규모가 커지면서 몸집이 불어난 몇몇 인디 레이블들이 처음의 색깔을 잃고 시류에 맞춰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 조금은 안타깝기도 하다.”

-향후 계획과 비전은.

청년실업

청년실업

“(윤) 유형 자산은 많이 벌지 못하더라도 일종의 무형자산, 즉 ‘간지’를 최대한으로 만들어보자는 데에 있다. 아직 작은 레이블이지만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자켓 디자인, 음악 스타일, 그리고 경영에 이르기까지 붕가붕가레코드만의 맥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를 통해 정말 음악이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쉽게 접근해 음악을 처음 시작할 수 있는 발판이 되고 처음 이들의 음악을 접하는 청자들에게는 붕가붕가레코드라는 이름이 이들의 음악을 보다 가깝게 들을 수 있는 일종의 맥락으로서 작용해줬으면 한다. (고) 이를테면 우리가 한국의 팩토리 레코드 레이블(맨체스터에서 토니 윌슨이 설립한 레이블. 맨체스터 사운드의 부흥과 함께 뉴오더, 해피먼데이스 등의 포스트 펑크를 발굴해냈음)이 되었으면 좋겠다. 원래 제주도에서 ‘서브’ 같은 잡지들을 보며 인디 음악을 처음 접했고 서울로 와서도 홍대가 아닌 관악구 쑥고개에서 붕가붕가레코드를 출범했다. 조금 섣부른 바람일 수도 있지만 언젠가 우리 붕가붕가레코드만의 음악이라 할 만한 것이 생긴다면 그것을 통해 작게나마 한국 인디 음악의 다양성에 기여할 수 있었으면 한다.”

붕가붕가레코드 아티스트 및 카탈로그

[한국의 인디레이블]⑧ 붕가붕가 레코드

관악청년포크협의회

1집 ‘꽃무늬 일회용 휴지/유통기한’(2004)

21세기 대학가에 다시 포크의 낭만을 불러 오겠다는 기치 하에 발매된 컴필레이션 앨범. 붕가붕가레코드의 제작 방법론인 수공업 소형 제작이 최초로 시도된 앨범으로 도반, 윤종윤(언팩드 그레이), 그린티바나나(더거), 9 등이 참여했다.

[한국의 인디레이블]⑧ 붕가붕가 레코드

청년실업

1집 ‘기상시간은 정해져 있다’(2005)

봉천동 쑥고개의 감성을 담은 포크 블루스 앨범. ‘기상시간은 정해져 있다’ ‘이 세상은 지옥이다’ ‘포크레인’ 등 총 15곡이 수록된 이들의 정규 1집은 ‘청춘의 마음을 적나라하게 삽질한다’는 캐치프레이즈 하에 소담한 멜로디와 해학이 넘치는 가사의 조합으로 묘한 감성적 울림을 전한다.

싱글 ‘착각’(2006)

‘착각’ ‘난 치즈 싫어’ ‘너 요즘 왜 그래’ 등 세 곡이 수록된 청년실업의 후속 작업물.

[한국의 인디레이블]⑧ 붕가붕가 레코드

브로콜리 너마저(Broccoli, You Too?)

싱글 ‘꾸꾸꾸/봄이 오면’(2005)

EP ‘앵콜요청금지’(2007)

1980, 90년대 다방 언저리로 자연스레 사람을 끌어들이는 단출한 연주와 알싸한 감성을 환기시키는 가사, 그리고 애써 잘 부르려 하지 않는 노래가 전해주는 전체적인 인상은 ‘촌스러움’ ‘따스함’ 그리고 ‘복고’로 갈무리된다. 밴드의 기본 구성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소담한 소절들을 반복하는 구성이 은근히 중독적이다. ‘앵콜요청금지’ ‘말’ ‘청춘열차’ 등 총 6곡 수록.

하도

싱글 ‘첫 차’(2005) 관악청년포크협의회에 ‘9’라는 이름으로 참여한 바 있는 하도의 첫 싱글 앨범. 소박하지만 다양한 악기를 사용한, 흥겨우면서도 서정적인 음악을 들려준다.

[한국의 인디레이블]⑧ 붕가붕가 레코드

굴소년단

싱글 ‘Today Mode’(2005)

이후 일렉트릭 뮤즈로 레이블을 옮겨 첫 싱글 ‘Laughing Aah~’를 발매한 4인조 밴드 굴소년단의 첫 번째 작업물. ‘Today Mode’ 한 곡이 담긴 맥시 싱글로 이후 사이키델릭과 레게 사이를 오가게 될 그들만의 사운드 스케이프의 단초를 엿볼 수 있다.

[한국의 인디레이블]⑧ 붕가붕가 레코드

깜악귀

싱글 ‘The Best Toilet 1/3’(2006)

밴드 눈뜨고코베인 출신 깜악귀의 첫 솔로 프로젝트. ‘멀리 보이는 강’ ‘모텔블루스’ 등 총 4곡 수록.

[한국의 인디레이블]⑧ 붕가붕가 레코드

술탄 오브 더 디스코(Sultan of the Disco)

싱글 ‘요술왕자’(2007)

싱글 ‘여동생이 생겼어요’(2008)

술탄 오브 더 디스코는 70년대 빈티지 펑키 솔을 근간으로 아라비안 스타일의 멜로디를 얹고, 이를 디스코 리듬과 뒤섞은 댄스 음악을 추구한다. 홍대 인디 신 유일의 ‘립싱크 전문 댄스 그룹’을 표방하고 있다. 허를 찌르는 가사가 인상적인 ‘요술왕자’ ‘여동생이 생겼어요’ 등 총 5곡 수록.

[한국의 인디레이블]⑧ 붕가붕가 레코드

장기하

싱글 ‘싸구려 커피’(2008)

일상의 지지부진하고 너저분한 모습들을 쓴웃음과 함께 담아낸 이색적인 앨범.



Today`s HOT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