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중심’ 압구정동에 ‘친환경 바이러스’ 심기

유정인기자

사회적 기업 ‘오르그닷’ 공정무역 프로젝트 현장

골판지로 가구 만들며 ‘고사리손’들 환경 체험

주말인 27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한쪽에서 10여명의 어린이가 엄마·할머니와 함께 골판지로 가구 만드는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사회적 기업 ‘오르그닷’이 마련한 친환경 물품 만들기 체험 행사였다. 표백제 없는 옷, 자투리 나무 액세서리, 유기농 건강빙수에 이어 4번째다.

27일 오후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오르그닷 샵’ 앞마당에서 열린 친환경 골판지 가구 만들기 행사에 참가한 초등학생들이 책상을 만들고 있다.  |김창길기자

27일 오후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오르그닷 샵’ 앞마당에서 열린 친환경 골판지 가구 만들기 행사에 참가한 초등학생들이 책상을 만들고 있다. |김창길기자

아이들은 직접 쓸 책상·걸상을 만드느라 고사리손을 분주히 놀렸다. 1시간여 동안 이리저리 접고 끼우는 작업 끝에 골판지 상자가 책상과 의자로 변신했다. 플라스틱도, 페인트칠도 없는 친환경 가구다.

조립을 마친 뒤에는 크레파스와 색종이로 ‘나만의 의자’를 꾸몄다. 꽃과 나무를 그려넣은 신현지양(11·서울 천호초 4년)은 “플라스틱이 아니라 나무에서 온 종이로 만들어 자연에 더 가깝다고 배웠다. 내가 쓸 것을 직접 만드니 신기하고 재밌다”고 말했다. 2살, 4살 자녀를 데리고 참석한 김세영씨(30·여·서울 구로동)는 “아직 아이들이 어려 친환경을 잘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이런 기회를 통해 자연스럽게 환경을 보호하는 일과 가까워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르그닷의 김진화 대표(33)는 “친환경이 실천하기 어려운 게 아니라 즐겁고 신나는 일이라는 것을 배우는 자리”라며 “직접 만들고 꾸미면서 ‘그린 디자인’을 자연스럽게 익히는 게 행사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들이 체험을 통해 누가 어떤 과정을 거쳐 물건을 만드는 것일까라는 궁금증을 가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오르그닷은 지난 4월 출범한 친환경 사회적기업이다. 이름도 친환경(Organic)과 조직(Organization)의 앞글자에서 따왔다.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순옥 박사와 함께 친환경 봉제공장 ‘참 신나는 옷’을 꾸렸던 김 대표와 김방호 이사(31) 등 20·30대 젊은이 10여명이 의기투합했다. 김 대표는 “작고 소박하지만 손에 잡히는 삶의 변화를 만드는 일, 사회적으로 옳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이 길을 택했다”며 “아직은 수익이 크지 않지만 보람되고 즐겁다”고 말했다.

오르그닷은 왜 압구정 로데오거리를 장소로 택했을까. 김 이사는 “ ‘소비 중심지’의 대표였던 압구정동이 ‘대안적 소비’를 이끌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청담동과 홍대 등지로 유흥문화가 흩어지며 소비 중심지였던 압구정동이 애매한 공간이 됐다”면서 “그 소비력을 윤리적이고 대안적 소비로 바꾸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들의 목표는 친환경·공정무역 제품의 생산과 유통을 돕는 것. 이를 위해 공정무역 제품을 모아 파는 오르그닷 숍을 열고 친환경 인디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를 꾸렸다. ‘에코 웨딩’ 등 친환경 의류 사업에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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