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인 문제 소신 발언 가수 신해철

최병준 기자

“현실을 바꿀 수는 없지만 지는 싸움도 때로는 해야죠”

가수 신해철(42)은 소신파다. 문화 이슈는 물론 정치·사회적인 문제에도 자신의 의견을 확실히 개진해왔다. 북한의 로켓 발사를 축하한다는 글을 올려 국가보안법위반혐의로 수사를 받았고, 대마초를 합법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근 4인조 씨앤블루(CNBLUE)의 ‘외톨이야’가 인디밴드 와이낫의 ‘파랑새’를 표절했다고 일침을 가했다. 홈페이지에 ‘씨앤블루가 인디 밴드면 파리가 새다. 씨앤블루가 진짜 밴드면 내가 은퇴한다’고 썼다. 이후 그의 홈페이지에는 표절을 시원하게 꼬집었다, 독설이 지나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경향과의 만남]사회적인 문제 소신 발언 가수 신해철

-씨앤블루로 시끄럽습니다. 표현이 과격한 것 아닌가요.

“보도 과정 자체가 언짢았습니다. 그 글은 정식으로 의견을 표명한 글이 아니라, 한 회원의 글에 대한 댓글 형식이었거든요. 대화과정의 글이라 거칩니다. 그걸 퍼 가서 기사화하는 것 자체에 무리가 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전화라도 한 통 해서 왜 그랬는지 물어봤거든요. 그러면 그 배경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할 수 있잖아요. 미디어가 아티스트를 일방적인 먹잇감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신해철은 “요즘 미디어는 기미만 보이면 긁어버린다”고 불만을 토해냈다. ‘연예인은 공인’이라는 논리에 대해서도 스스로 말문을 열었다.

“연예인은 여론 앞에서는 몸을 숙이라는 자세를 강요받아요. 공인 논리는 연예인의 성공이 노력해서 이룬 게 아니라 혜택이라고 봅니다. 특전을 받았다는 거죠. 연예인들이 전인격적인 롤모델이 될 것을 요구하는 곳은 한국뿐입니다. 연예인에 대한 인권을 거론하면 뻔뻔한 놈 취급을 받거든요. 연예인이 모든 것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은 허술한 논리입니다.”

-북한의 로켓 발사 축하글처럼 사회적으로 민감한 발언을 많이 해왔습니다.

“문제가 생길 거라고 생각해서 입을 닫을 수는 없죠. 외국의 예가 꼭 옳다고 볼 수는 없지만 외국엔 훨씬 과격한 사람이 많잖아요. 그런 사람을 한 울타리 안에서 포용하는 것은 오랜 세월 다져진 민주주의 역량입니다. 한국이니까 제가 독특한 캐릭터나 별종으로 받아들여지는 거죠.”

그는 “(북한 로켓 발언 이후) 저를 철천의 인간말종처럼 묘사하면서 고소하는 사람들에 대해 미워하는 마음은 안든다”며 “한국 전쟁의 상처가 남아 있는 사람들에 대한 감정 치유의 과정이 충분하지 않았다면, 북한을 동포로 받아들이자고 하는 게 무리일 것”이라고 말했다.

-연예인으로서 사회적 발언을 하는 게 부담스럽지는 않습니까.

“<100분 토론>에 나갈 때 매니저가 울면서 말렸습니다. 한 방에 날아갈 수 있는데 진짜 위험한 짓 한다고요. 왜 부담이 없고 안 무섭겠습니까. 아티스트가 음악 외적인 문제로 음악 인생이 끝나면 억울하겠죠. 그런데 <100분 토론>에 서너 번 나가니까 제가 연예판에만 머물지 않고 스스로 사회적 지위를 ‘포메이션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혜안이 있었으면 정말 부자됐겠죠(웃음).”

신해철은 “ ‘싸가지 없다’는 말은 많이 듣지만 가장 매너있는 토론자로 거론되는 사람도 자신”이라고 했다.

“남의 말 끊지 않고, 사회자에게 손 들고 발언하죠. 말을 반복하면서 다른 사람의 발언을 방해하는 사람 대신에 욕은 제가 먹어요.”

-대마초 합법화, 간통죄 폐지도 주장했었죠.

노무현 전대통령의 추모공연 중 눈물 흘리는 신해철

노무현 전대통령의 추모공연 중 눈물 흘리는 신해철

“현실적으로 바뀔 수도 없고, 질 수밖에 없는 문제에 왜 뛰어드냐고 주변에서 말합니다. 한국에서는 영악하게 지는 싸움을 피해가는 사람은 많습니다. 저는 지는 싸움도 때로는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신해철은 자신이 나서는 문제는 ‘개인과 집단 간의 프레임 문제’라고 했다.

“제가 국회의원 20명 분의 발언을 한다는 사람도 있었어요. 국회의원은 비리를 저질러도 정당 비호도 받고, 법적 신분 보호도 받지만 연예인은 아무리 영향력이 커도 일개 개인일 뿐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공식 지지한 뒤 정치적 생각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비난도 많이 받았다는 그는 “전반적으로 피로감을 느낀다”고 했다. “특정 목적을 가지고 악의적인 왜곡을 고의적으로 할 때는 상대하기가 힘들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 오라는 제의는 없었습니까.

“제의는 오지만 일절 관심이 없습니다. 상대하기도 싫고요. 직업 정치로 넘어가면 삶의 중요한 가치를 포기해야 합니다. 거절하는 것도 이제 노하우가 생겨서 아침에 못 일어난다고 하면 더 이상 요청하지 않더라고요.”

-진보에도 실망한 적도 있는 것 같군요.

“저는 스스로를 진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진보니 보수니 하는 개념은 상대적이잖아요. 간통죄는 다른 나라에는 없잖아요. 그걸 폐지하자고 했다고 해서 진보는 아니에요. 실은 저는 과거 마초였어요. TK 오리지널이죠(고향이 대구다). 상당한 나이가 될 때까지 전라도 사람들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했고, 동성연애자는 없어져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20대 초반의 저하고 지금의 저는 180도 바뀌었습니다. 제가 바뀌었듯이 다른 사람도 바뀔 수 있는 여지가 있겠죠.”

-한국의 교육제도를 비판하면서 사교육 광고에 나왔다고 비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오해의 소지가 있었습니다. 저는 영어집중교육에 대해, 조기교육에 대해 반대했지만 사교육엔 반대한 적이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당연히 조기교육, 공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하니 그 연장선상에서 제가 사교육도 반대할 것이라고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 거죠. 사교육을 비판한 오디오 파일이나 글 같은 것은 전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때는 소위 진보인 척하는 매체도 저를 비판하더라고요.”

한 달 전 서울 강남역 사거리에 ‘싸이렌 음악원’을 연 신해철은 스스로를 “사교육업자”라고 했다. 그는 “공교육이 무너지고 사교육이 그 시장을 대체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사교육론을 펼쳤다.

“공교육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사교육을 하는 거 아닙니까. 사교육을 잡는다고 공교육이 살아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입니다. 저는 전국적인 사교육 체인이 등장하는 것이 사교육 비용 절감에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물론 나중에 제 생각이 틀리면 그때 가서 당당히 비판을 받겠습니다.”

신해철은 “공교육에 대해서는 지나칠 만큼 거부감이 많다”고 했다.

“저는 공교육 무용론, 공교육 필멸론자입니다. 학교 조직 자체가 없어져야 하고, 없어진다고 봅니다. 제 의견이 아니라 이미 앨빈 토플러 같은 미래학자들이 한 이야기예요. 제가 이야기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하지만 토플러가 했다고 하면 사람들이 ‘어, 그래’ 하죠. 미래학자들은 21세기에 처음으로 소멸하는 것을 학교로 봅니다. 앞으로 예술과 스포츠는 커뮤니티가 담당해야 합니다. 학교가 미래의 비전, 지성을 가르치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지금 현재 사교육 기관들이 대형 기업화, 체인화, 온라인화하면서 모습이 변화할 겁니다.”

-학원을 차린 것도 그런 생각 때문이었습니까.

“구상은 오래 전부터 했습니다. 지금 이 학원은 오프라인으로만 하는데, 앞으로는 온라인으로도 할 겁니다. 홈페이지를 보고 주변에서 강사진이 세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노동 조건이 좋다는 얘기죠. 10년 후에는 새로운 미디어로 음악교육을 하게 될 것입니다. 여러 사람이 같이 뜻을 모으고 있죠.”

-아티스트로서 현 정부의 문화정책에 대한 생각이 있을 텐데요.

“문화적 공안정국이죠. 사방에서 밥그릇 싸움이 처절해요. 건설적인 생각을 할 여지도 없습니다.”

그의 사무실에는 피터 드러커의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 <고양이 대학살> <해리포터 시리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열혈강호> <푸코의 추> 등 문명사에 관한 서적부터 만화책까지에 다양한 책이 꽂혀 있었다.

-책을 많이 읽는 것 같습니다.

“남는 시간에 책 읽어요. 스트레스 받거나 그러면 책을 봅니다. 수준 높은 독서는 아니고 난독입니다. SF 판타지의 아시모프, 아서 클라크, 로저 젤라진을 좋아합니다. 독서나 음악 감상은 어렸을 때부터 목표가 얇고 넓게 파자였어요. 한 달에 50~100권 정도 책을 삽니다. 6개월에 한 번씩 안 읽는 책은 기증합니다.”

-소신이 확실합니다. 생활의 원칙이 있습니까.

“고등학교(서울 보성고) 때 뮤지션으로 대성하기 위해서 하지 말아야 할 일 100개를 뽑았어요. 화투, 바둑, 장기, 마작, 스키, 골프, 주색잡기, 당구…. 뭐 이런 거죠. 그런데 살다 보면 슬슬 무너집니다. 골프는 출신 성분과 맞지 않아서 지금도 안 치고 있고, 당구는 밴드를 하다 보니 나 혼자 안 치면 왕따가 되더라고요. 스키는 의사 권유로 시작했어요.”

그는 “나이가 이제 40줄인데, 조금 더 생각을 달리해야 될 부분이 없나 생각 중”이라고 했다. 현재 음반을 녹음하고 있는데 “LP 시절의 아날로그 드럼 소리를 개발 중이라 실제 음반은 언제 나올지 모르겠다”고 했다.

▲신해철은

소신파로서의 신해철의 모습을 잘 보여준 것은 2001년 그가 SBS 라디오 <고스트 스테이션> 진행자로 발탁됐을 때다. 신해철은 방송사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진행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고, 1년 동안 출연료를 받지 않았다. 대신 <고스트 스테이션>이란 ‘브랜드’를 가졌다. 2002년 대선 당시에는 노무현 후보를 공식 지지했고, 찬조연설자로 참여했다. 지난해 노 전 대통령 추모공연 때는 검은 정장 차림에 삭발을 하고 나타나 눈물을 흘리며 노래를 불렀다.

연예 활동은 1988년 서강대 재학시절 그룹 <무한궤도>로 MBC 대학가요제에 참가해 대상을 받으며 시작했다. 92년 그룹 를 결성했고 ‘인형의 기사’ ‘해에게서 소년에게’ ‘날아라 병아리’ ‘이중인격자’ 등 많은 히트곡을 남겼다. 97년 그룹 해체 뒤 2004년 를 재결성 ‘개한민국’이란 음반을 내면서 다시 활동을 재개했다. ‘개한민국’은 부패한 한국 사회를 신랄하게 풍자한 앨범으로 화제가 됐다. 지난해 봄에는 김제동·진중권 등과 함께 ‘대한민국에서 가장 토론 잘하는 사람’으로 꼽혀 <100분 토론> 400회 특집에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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