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고스트 : 보이지 않는 사랑’

백승찬 기자

낭만적 사랑 대신 ‘송승헌’만 부각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랑한다. 그러나 한 사람은 “사랑한다”는 표현을 아낀다. 그러던 중 한 사람이 사고로 죽고 남은 사람은 괴로워한다. 그러나 사고는 어떤 음모와 연관된 살해였다. 사고로 떠난 사람은 유령이 돼 생전의 연인 곁을 맴돈다. 유령은 영매를 통해 못다 전한 사랑의 마음을 연인에게 전하려 한다. 음모는 살아남은 연인의 생명도 위협한다.

[리뷰]영화 ‘고스트 : 보이지 않는 사랑’

많이 듣던 내용이다. 20년 전 개봉한 <사랑과 영혼>의 줄거리이자, 25일 개봉하는 <고스트: 보이지 않는 사랑>(사진)의 줄거리다. <고스트>는 한·미·일 합작으로 진행된 리메이크 작이다. 송승헌이 원작의 패트릭 스웨이지 역, <링>에 출연했던 마쓰시마 나나코가 데미 무어 역이다. 원작에서는 남자가 죽었지만, 리메이크작에서는 여자가 죽는다. 공간 배경은 일본이다. 송승헌은 일본에 유학간 도예가라는 설정이다.

원작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 즉 여자가 점토 물레를 돌리면 남자가 뒤에서 안는 장면도 나온다. 배경음악은 당연히 ‘언체인드 멜로디’다. 그런데 언론 시사회에선 이 노래가 나올 때마다 웃음이 터졌다. 원작의 낭만적 사랑 대신, 복제본의 키치가 묻어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래는 지하철 잡상인이 파는 ‘추억의 골든 팝스’를 연상시켰다. 판타지 영화라고 어색한 설정이 용납되는 건 아니다. 송승헌은 첫 장면부터 아침 햇살을 등에 받으며 드립 커피를 만드는 멋진 모습으로 등장하는데, 웬일인지 구김 하나 없는 하얀 셔츠를 입고 있다. 그의 흰 셔츠는 심지어 입고 자도 구겨지지 않는다. 이해심 많은 관객이라면 첨단 소재의 링클 프리 셔츠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그는 여러 차례 싱그러운 미소를 보여주는데, 문제는 이 미소가 한 면세점 CF에서 보여준 것과 똑같다는데 있다. 연인을 잃었을 때도 진짜 슬픈 게 아니라 슬픈 연기를 하는 자신의 멋진 모습을 의식하고 있는 듯 보인다. 기무라 다쿠야, 가세 료, 오다기리 조 같은 일본 배우라면 이런 역을 맡지 못했을 듯하다. 아이들을 좋아하고, 요리를 잘하고, 어떤 옷도 잘 소화하고, 몸이 좋고, 무엇보다 자신을 한결같이 사랑하는 남자는 주변에 없다는 걸 일본 여성들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한국남자 오리엔탈리즘’을 만들어낸 배용준, 송승헌 등의 한류 스타는 일본 여성들의 판타지를 충족시키는데 유용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만일 일본 여성이 이 글을 읽는다면, 아무리 한국 남자라 하더라도 다짜고짜 뺨을 맞은 뒤 송승헌같이 시원한 미소를 흘리기는 힘들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드라마 <고쿠센>의 오타니 다로가 처음으로 연출한 영화다.

<백승찬 기자>

[백승찬의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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