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피니시드

백승찬 기자

과거의 빚 청산에 나서는 모사드 옛 영웅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요원이었던 노년의 레이첼과 전 남편 스테판은 나치 전범 보겔 박사를 암살한 공로로 국민의 존경을 받고 있다. 그들의 딸이 부모의 젊은 시절 활약상을 담은 책의 출판기념회를 열던 날, 오랫동안 종적을 감췄던 모사드 시절 동료 데이비드가 나타나고 이와 함께 보겔이 살아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레이첼은 보겔 박사 암살을 준비하던 30년 전의 상황을 회상한다. 그리고 당시 못다 한 임무를 완수하기로 마음먹는다.

<언피니시드>는 나치 출신 ‘죽음의 의사’를 쫓는 모사드 요원을 그린 날렵한 첩보영화다. 이 영화는 과거 수많은 스파이 소설, 영화에 근사한 배경을 제공한 1960년대 베를린을 다시 찾아 복고풍 첩보영화의 품위와 긴박감을 보여준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구조,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세 명의 모사드 요원에 대한 묘사도 탄탄하다. 그러나 이 영화는 숨은 악당과의 숨바꼭질 놀이를 즐기는 흔한 첩보영화와 궤를 달리한다. 영화의 원제는 ‘The Debt’, 즉 ‘빚’이다. 역사 몰래, 자식 세대 몰래 남겨두었던 빚은 이자가 붙어 돌아온다. 노령의 레이첼은 이 빚을 청산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므로 <언피니시드>는 자식 세대에게 빚을 물려주지 않으려는 부모 세대의 책임감을 그린 영화이기도 하다.

[리뷰]언피니시드

모사드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첩보 수집능력과 암살능력을 가진 정보기관으로 꼽히지만, <언피니시드> 속 모사드 요원들은 목표를 향해 일직선으로 달리는 기계가 아니다. 레이첼과 동료들은 국가가 부여한 임무, 국민의 열망, 개인의 야망, 역사에 대한 사명감에 짓눌리고 흔들린다. 그런 점이 영화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이 불행한 요원들은 보겔 박사를 감금, 감시하면서 끔찍한 시간을 맞이한다. 적을 수중에 넣었다는 쾌감은 잠시일 뿐, 악마의 농간에 서서히 말려들기 때문이다.

<언피니시드>는 최근의 007 시리즈, 제이슨 본 시리즈 등과 같이 ‘죄의식을 느끼는 첩보원’ 영화와 맥을 같이하지만, 액션 대신 심리적 긴장감을 자극하는 데 주력한다. 올해 66세의 영국 배우 헬렌 미렌이 노년의 레이첼 역을, 올해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트리 오브 라이프>에 출연한 제시카 차스타인이 젊은 레이첼 역을 맡아 간결하고 정확한 연기를 보여준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의 존 매든 감독. 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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