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야근에 술·담배 즐기는 당신…가슴 통증은 없습니까

박효순 기자

‘중년의 복병’ 심혈관 질환 …살빼고 운동하라

1년여 전부터 중견기업 대표의 자가용 운전기사로 일하고 있는 40대 중반의 정방근씨. 업무가 바쁜 사장과 같이 움직이다보니 새벽 이른 시간에 일어나 출근하거나 늦은 밤까지 운전을 하는 일이 잦다. 식사나 수면 등 불규칙한 생활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장시간 업무와 야근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하게 작용한다. 30대 후반부터 허리 둘레가 늘어나 지금은 복부비만(90㎝ 이상)이며 70대 부모님도 고혈압으로 약을 복용하고 있다.

정씨는 한달여 전부터 며칠간 수차례에 걸쳐 몸이 쉬 피곤하고 뒷목이 뻣뻣하며 가슴을 은근히 조이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야간 근무를 할 때는 증세가 더 심했다.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보니 혈압이 매우 높았고(고혈압) 고지혈증까지 있었다.

의사는 “일단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혈압과 고지혈증의 추이를 보자”며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처방을 내렸다. 증세가 개선되지 않으면 심혈관 조영술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직장에서의 과로와 스트레스, 잦은 야근은 심장에 무리를 초래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심장발작 등이 발생할 가능성을 높인다.

직장에서의 과로와 스트레스, 잦은 야근은 심장에 무리를 초래해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심장발작 등이 발생할 가능성을 높인다.

정씨는 충분히 수면을 취하는 등 피로를 잘 풀고, 술자리를 끊고 담배를 줄이면서 아스피린 복용요법을 실천하면서 한달여 만에 통증이나 뒷목이 뻐근한 현상이 거의 사라졌다. 심장에 부하가 걸리는 듯한 증상도 나타나지 않아 자신감 있게 하루를 보내고 있다.

전문의들은 “정씨처럼 평소 근무 후 술 한잔 하는 습관과 하루 반갑 정도 피우는 담배도 문제지만, 운동을 제대로 못하면서 운전석에서 쪽잠을 자거나, 늘 대기하면서 긴장하는 불규칙한 생활은 심장에 나쁜 영향을 주게 된다”고 지적한다. 장시간 업무와 야근 등 과로, 그리고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혈관 질환 발병에 큰 영향을 준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1월 경남 창원에서 학원버스를 운전 중이던 40대 운전기사가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고 쓰러져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원인은 심근경색으로 밝혀졌다. 이보다 한달 전에도 서울에서 심근경색 병력이 있던 60대 운전기사가 운전 중 극심한 가슴통증으로 인해 사고를 냈다. 두 경우 모두 승객들의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기사는 사망하고 말았다.

이러한 심혈관 질환의 발병 위험이 운전기사라는 직업군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안전보건 연구동향’ 1월호에 발표된 ‘야간 근로의 건강 영향’을 보면 야간 근로로 인해 수면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협심증·심근경색 등 심혈관 이벤트(갑작스러운 증상 발생)뿐 아니라 위장관 질환 및 우울증이 증가하는 등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한다.

심혈관 질환은 야간 교대 근무자들에게서 발병 위험이 높다. 미국에서 간호사 약 8만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야간 교대근무 경험군의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은 교대근무 경험이 없는 군에 비해 1.3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와 같은 심리적 요인도 심혈관 질환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 지난해 4월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쌍용자동차 구조조정 노동자 3차 정신건강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구조조정으로 해고된 노동자들의 심근경색으로 인한 사망률이 일반인의 18.3배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처럼 불규칙한 근무와 과로, 야근 등 육체적 부담과 스트레스는 심혈관 질환과 그로 인한 사망 위험을 증가시킨다.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면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을 미리 체크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보건복지부는 심혈관 질환 예방을 위한 생활습관들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첫째, 심혈관 질환의 주요 위험인자인 담배를 끊고 음주량을 줄인다. 둘째, 주 5회 하루 30분 이상의 적절한 유산소 운동을 지속적으로 한다. 셋째, 육류 등 기름진 음식보다는 채소와 고단백질, 저염분의 음식 위주로 식단을 구성한다. 넷째, 허리둘레는 남자 90㎝, 여자 85㎝ 미만으로 유지하고, 체질량지수(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를 계산했을 때 25 이하가 되도록 체중을 관리한다.

생활습관 개선과 함께 약물요법을 시행하면 심혈관 질환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대표적인 심혈관 질환 예방약물로는 ‘아스피린 프로텍트’와 같은 저용량 아스피린이 있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박승우 교수는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환자는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복용을 거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을 임의로 중단하거나 정해진 복용량 및 시간을 지키지 않을 경우, 복약 순응도가 낮아져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심장에 극심한 통증을 초래하는 심근경색이 발생하면 현장에서, 그리고 병원으로 이송하는 중에 심폐소생술 등 적절한 응급처치를 시행해야 한다. 심장이 정지하고 4~5분이 지나면 뇌가 손상을 입어 회복되기 어렵다. 갑자기 뇌졸중이 발생하면 즉시 119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최선이다. 아스피린 프로텍트의 웹사이트(www.bayeraspirin.co.kr)에서는 심혈관 질환 위험도를 확인해볼 수 있는 체크리스트 등 전문적인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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