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지성사’가 아니라 ‘문학과죄송사’라 죄송?

정원식 기자

박준범 시인, 책 디자인 모방 시집 ‘우주는 잔인하다’ 홍보

문학과지성사의 ‘문학과지성 시인선’은 모든 시인 지망생들이 선망하는 대상이다. 1978년부터 출간된 이 시리즈는 시의 수준만이 아니라 시리즈를 관통하는 개성 있는 디자인으로도 유명하다.

최근 이 시인선의 디자인을 그대로 모방한 시집이 트위터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시집 <우주는 잔인하다>(사진)이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사이에 끼워놓으면 도저히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디자인이 동일한 데다, 시집에 찍혀 있는 출판사 이름과 트위터 계정 디자인까지 비슷하다.

이름하여 ‘문학과죄송사’.

‘문학과지성사’가 아니라 ‘문학과죄송사’라 죄송?

문학과지성사를 패러디한 이 기발한 시집을 내놓은 이는 대학에서 독문학을 전공하고 지금은 “특별한 직업 없이 알바만 하고 있다”는 박준범씨(35)다. 박씨는 전화통화에서 “문학과지성사에서 시집을 내고 싶었는데 벽이 너무 높아 내 돈으로 문지 시인선을 그대로 본뜬 시집을 만들어본 것”이라고 말했다.

틈틈이 쓴 자작시 36편을 넣고 시집 디자인은 지인의 도움을 받았다. 장난스러운 표지 그림은 노트북 컴퓨터의 터치패드로 직접 그렸다. 50만원을 들여 10월 초에 300부를 찍었다. 트위터 계정에서는 “전 재산을 투자했다” “소개팅을 시켜주면 무료로 준다”는 등 ‘자학’ 마케팅을 펼쳤다. “재미 삼아” 교보문고 광화문점 문지 시인선 사이에 시집을 끼워놓고 트위터에 “서둘러 가져가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시집은 지난달 26~27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열린 독립출판물 장터 ‘언리미티드 에디션’에도 출품됐다.

패러디는 신선하지만 법적인 문제는 없을까. 언리미티드 행사에서 박씨를 만났다는 이근혜 문학과지성사 문학팀 편집장은 “상업 출판물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 대응할 생각은 없다”며 “문지 시인선에 대한 오마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씨는 “누구나 해볼 수 있는 생각을 실천했을 뿐”이라며 “비슷한 작업을 하는 다른 사람들과 겨뤄보고 싶다”고도 말했다. 박씨의 트윗을 본 몇몇 트위터 이용자들은 “김한길 그레이트북스를 만들고 싶다” “창작과불평사는 어떨까”라는 반응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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