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아파트’ 서울대 학생들 공동주거 실험

김상범 기자

관악구 42평 규모 월 20만원씩 내고 8명이 함께 생활

총학, 지원자 모집… 주거난 해소 등 공유경제 ‘주목’

대학생 8명이 각자 월세 20만원을 내고 138.6㎡(약 42평) 크기의 아파트에 함께 사는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치솟는 임대료 때문에 살 곳을 찾기 어려운 청년들의 주거난을 해소하는 동시에 공동생활을 통해 파편화된 인간관계를 공동체 문화로 변모시키기 위한 ‘공유경제’ 실험이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모두의 아파트’라는 공동 주거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지난 4일부터 신청자 모집에 돌입했다고 5일 밝혔다.

‘모두의 아파트’는 학생 8명이 경제적 부담을 나눠서 아파트 1채를 공유하는 프로젝트다. 서울대 총학생회가 기획했고 학교 졸업생들로 꾸려진 협동조합 ‘큰바위얼굴’이 필요한 재원 일부를 지원한다. 아파트 입주에 필요한 돈은 학생 1인당 보증금 300만원·월세 20만원이다. 웬만한 대학가 원룸 월세가 50만~60만원 하는 것에 비하면 상당히 저렴한 가격이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1차로 오는 8월1일 학생 8명을 선발해 대학 인근 한 아파트에 입주시킬 계획이다. 9월1일 2·3차 입주자를 추가 선발하는 등 아파트 3채에 학생 24명을 차례로 입주시킬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는 서울대 학생들이 처한 열악한 주거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지난해 12월 새정치민주연합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서울시 청년가구 주거실태와 정책연구 용역보고서’를 보면 2010년 기준 서울 거주 20대 학생들의 주거빈곤율은 22.8%로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다. 주거빈곤율은 1인당 최저주거기준인 약 13.86㎡(약 4.2평)가 안되거나 옥탑방·반지하·고시원 등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비율이다.

특히 서울대가 있는 관악구 청년층의 주거빈곤율은 36.8%에 달했다. 주무열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전국 각지에서 학생들이 입학하지만 기숙사 수용인원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모두의 아파트’는 단순히 학생들에게 먹고 잠 잘 수 있는 공간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방을 어떻게 나눠 쓸 것인지, 가구는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부터 빨래나 화장실 청소는 누가 할 것인지 등 입주자 8명이 머리를 맞대고 공동생활을 위한 세세한 규약을 만들어야 한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공동체 생활에 대한 의지가 강한 학생들 위주로 입주자를 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총학생회는 먼저 신청자들을 상대로 공동체 생활에 대한 의견을 묻는 설문을 하고, 다면면접을 통해 공동체 생활에 대한 ‘큰 그림’을 가진 학생들을 뽑겠다는 구상이다. 주 회장은 자신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함께 사는 아파트 수를 계속 늘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모두의 아파트’를 20채 이상 만들어 200명가량 입주시키고 싶다”면서 “대학생 1인 가구가 늘면서 생긴 주거빈곤과 파편화된 대학생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싶다”고 말했다.

청년주거 안정화를 위한 모임인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 권지웅 대표는 “대학 사회에 파편화된 인간관계가 만연한 상황에서 상당히 고무적인 시도”라면서 “공동주택 구성원들 사이에 생겨나는 ‘관계’의 문제에서 답을 찾아나간다면 훌륭한 주거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Today`s HOT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