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 민족끼리’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6·15 남북공동선언 5주년을 맞은 어제 평양 통일대축전에서 남북 민간대표단이 ‘민족통일선언’을 발표했다. 남북대표단은 이 선언에서 남북이 공존·공영하고 하나의 민족으로 살아나가려는 것은 우리 겨레의 한결 같은 염원이라며 동족 사이의 공조, 핵전쟁 위험제거를 결의했다. 남북은 6·15 선언 때 한반도를 서로 화해하고 도우며 사는 평화로운 삶의 터전으로 만들어가자는 각오를 피력했었다. 그런데 그 5년이 지난 지금도 남북은 그 다짐을 잊지 않았다. 남북이 이렇게 의기투합할 수 있다는 사실, 이것이 바로 5주년의 의미일 것이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이 선언에서 느껴지는 공허함은 피할 길이 없다. 지난 5년간 남북이 6·15 선언의 정신을 각자 최고의 정책적 준거로 삼아 실천해왔다면 최소한 그런 느낌이 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5년간 남북, 특히 북한은 6·15 정신에 충실하지 않았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답방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북한은 남한이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남북대화를 중단시켰다. 북핵문제에 관해서는 남한의 존재, 남한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동안 ‘우리 민족끼리’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북한이 바라는 것은 오직 북한의 요구를 남한이 그대로 수용해서 남북이 한편이 되어 미국과 대결하라는 것이었다. 이것은 민족공조가 아니다. 남과 북은 물론, 남한 내부도 갈라놓으려는 이 계략에 어떻게 민족공조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가. 남북이 마주 앉아 북핵문제를 토의하고, 해결책을 논의할 자세가 없다면 민족공조는 실현될 수 없다. 그런데 북한은 미국에만 매달리려 한다. 그 때문에 남한도 미국에 매달려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것은 민족공조도, 아무것도 아니다. 북한은 어떻게 하려는 것인가. 불행이지만, 5주년에 이 점을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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