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회담 보도문 손쉽게 합의 ‘여유’

제15차 남북 장관급회담 사흘째인 23일 남북 대표단은 예전에 비해 비교적 수월하게 공동보도문에 합의했다. 양측은 이날 오전 공동보도문 초안만 교환한 후 2시간이 넘는 공동오찬을 하며 여유있는 모습을 과시했다. 역대 장관급회담 중 최소 대표접촉이란 ‘신기록’도 배출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전 9시쯤 대표단과 수행원들을 한데 모아 아침 식사를 하며 전략짜기에 골몰했다. 역대 어느 회담보다 많은 과제를 안고 있으면서도 비교적 좋은 분위기에서 일정이 진행되자 대표단 관계자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밝았다.

회담장인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 주변의 경비는 전날에 비해 한층 강화됐다. 국가정보원 소속 직원들과 관할 동부경찰서에서 배치된 6개 중대 600여명의 전경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노무현 대통령 예방과 참관 등을 위해 호텔 외부로 이동하는 북측 대표단을 안내하고 보호하기 위한 경찰 오토바이 6대와 경찰차량 2대 등도 항시 대기상태에 들어갔다.

○…남북 대표단은 호텔 경내의 한식집인 명월관에서 2시간이 넘는 긴 오찬을 함께 했다. 별실에서 함께 식사를 한 정장관과 권호웅 북측 단장 등 8명을 포함, 양측 대표단 78명 모두는 자리를 섞어 앉아 단합된 모습을 보여줬다.

냉면이 화제였다. 정장관이 재경부 차관인 박병원 남측 대표에게 “옥류관에 가서 냉면을 몇 그릇이나 먹었느냐”고 묻자 박차관은 “사전에 나오는 음식이 많아 정작 냉면은 두 그릇밖에 못먹었다”고 답했다. 북측 권단장은 미소를 지으며 “옥류관 냉면을 못해도 세 그릇 이상은 먹어야 북남 협력을 잘할 자격이 있다”고 농담을 던졌다. 이어 “평양 냉면도 가져다 달라. 평양 냉면은 평양 사람이 먹어봐야 안다”고 하자 좌중에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남북 대표단은 전날 저녁 1시간15분의 대표접촉을 가졌고, 이날 오전 공동보도문을 교환한 후 느긋하게 공동오찬을 함께했다. 총 10여차례의 대표접촉 및 실무접촉을 갖고, 밤샘협상을 계속하던 예전과는 사뭇 다른 상황전개였다.

원탁회의로 시작된 ‘파격’은 회담 막판까지 계속됐다. 정장관과 권단장은 남북회담 사상 처음으로 수십개의 카메라와 수백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동보도문을 함께 발표했다.

〈박영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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