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약 짜듯…20시간 뒤 황토집이 ‘뚝딱’

윤희일 선임기자
건축용 3D프린터의 노즐이 천천히 이동해 황토집의 벽을 만들고 있다. 강원정보문화산업진흥원 제공

건축용 3D프린터의 노즐이 천천히 이동해 황토집의 벽을 만들고 있다. 강원정보문화산업진흥원 제공

3D프린터로 세계 최초 제작
33㎡ 일반 주택은 20일 소요

공기 짧고 날씨 영향도 적어
인건비·재료비·폐기물 감축

세계 최초로 건축용 3차원(3D) 입체 프린터를 이용해 만든 황토집이 강원 춘천에서 공개됐다. 황토집은 치약 짜듯이 3D프린터 노즐을 통해 황토반죽으로 벽체를 만들고 여기에 문과 지붕을 달아 완성했다. 총 20시간 정도가 걸렸으며 향후 찜질방 등 ‘농막용’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19일 오후 1시 강원 춘천시 동면 장학리 ‘3D프린터로 만든 주택’ 공개 행사장에서 강원정보문화산업진흥원·춘천시·3D건축업체 (주)뉴디원은 3D 설계도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3D프린터를 이용해 지은 황토집과 일반 주택을 선보였다.

세계 최초 ‘3D프린터 황토집’

세계 최초 ‘3D프린터 황토집’

진흥원과 뉴디원은 기술 유출을 우려해 3D프린터를 이용해 집을 짓는 모습을 직접 공개하지는 않았다. 대신 3D프린터의 노즐을 통해 황토나 몰탈(시멘트에 모래와 물 등을 섞은 건축소재) 등 건축재를 뿜어내는 장면을 사전에 촬영해 놓은 영상을 통해 보여줬다.

공개된 황토집은 가로 4.5m, 세로 2.8m, 높이 2.4m로 4평 남짓한 규모다. 영상에서 건축용 3D프린터의 노즐은 천천히 이동하면서 황토나 몰탈을 마치 치약 짜듯이 짜내면서 벽채를 완성했다.

뉴디원 관계자는 “양생이 쉽지 않은 황토를 원재료로 해서 3D프린터로 출력해 건축물을 완성한 것은 세계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3D프린터에 어떤 재료를 넣느냐에 따라 다른 집이 나온다”면서 “황토를 넣으면 황토집이 나오고, 몰탈을 넣으면 콘크리트집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1층의 벽체와 기둥은 3D프린터로 만들고 2층은 모듈러 조립식 자재로 완성한 주택. 윤희일 선임기자

1층의 벽체와 기둥은 3D프린터로 만들고 2층은 모듈러 조립식 자재로 완성한 주택. 윤희일 선임기자

업체 측은 황토와 물의 비율을 정밀하게 조절, 3D프린터를 통해 벽체를 뽑아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뉴디원 측은 향후 황토집에 태양광발전기나 풍력발전기를 달아 전력을 확보하고, 찜질기능을 갖춘 찜질방용으로 시중에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행사장에서는 몰탈을 이용해 만든 가정용 일반 주택도 공개됐다. 3D프린터로 지은 33㎡ 넓이의 주택 1층은 높이 3.5m의 기둥형 골조 2개와 대형 벽체 2개 등 모두 4개를 연결하는 방법으로 지어졌다. 기둥의 경우 3D프린터를 이용해 만든 뒤 그 안에 직접 철근을 넣는 방법으로 강도를 유지한다.

건물 2층은 패널형 모듈러 조립식 건축자재로 만들었다. 이 주택을 완성하는 데는 인테리어 등을 포함해 20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뉴디원 관계자는 “3D프린터를 이용해 골조와 벽체를 만드는 데 각각 3시간과 8시간이 소요됐다”고 말했다.

향후 이 주택은 시중에 내놓을 경우 5000만~7000만원에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 건축용 3D프린터에 대한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뉴디원 측은 가로 6m, 세로 5m, 높이 4m의 건축물을 한번에 지을 수 있는 건축용 3D프린터 장비를 직접 개발했다.

3D프린팅 기법으로 주택 등 건물을 짓게 되면 공사 기간을 단축시키고 공정을 단순화하기 때문에 노동력 투입을 대폭 줄일 수 있게 된다. 또 공장에서 집을 지어 현장으로 옮기기 때문에 날씨 등 외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는 점도 장점이다. 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양도 줄어들게 된다.

신동원 뉴디원 대표(39)는 “3D프린팅 건축은 바닥 기초 작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정을 자동화한 덕에 인건비·재료비 등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공기도 50~90%까지 단축시킬 수 있다”며 “최근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상황이어서 경쟁력이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정보문화산업진흥원은 2021년부터 3D프린팅 관련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현재 1억원 이상의 고가 3D프린터 6대를 갖추고 지역 업체의 시제품 제작을 지원하고 있다.

김흥성 강원정보문화산업진흥원장은 “건축용 3D프린팅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최정점에 있는 기술”이라면서 “춘천시가 3D프린팅 건축의 선도도시로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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